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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2010. 15:07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재미있는 영어칼럼
가끔 만나는 뉴질랜드 사람들(키위들)에게서 한국 학생들이 영어 공부를 너무 힘들어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필자는 그들에게 영어 이외의 외국어를 할 줄 아는지 되묻는다. 그리고 그들이 외국어로 배우는 언어를 한국 학생들 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하듯이 잘 할 수 있는지도 묻는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외국어인 영어로 글을 쓰는 한국 학생들은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보다 월등히 우수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영어를 잘 한다는 인정을 받고 좋은 점수도 받을 수 있다는 애환을 알리가 만무하다.
필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깨달은 것은 한국 학생들이 모국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학생들보다 더 좋은 영어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월등한 어휘 능력과 문장구조 파악 및 구성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려운 한국말이 어떤 상황에서 새롭게 쓰이는 것을 접하게 되었을 때 그 어휘를 굳이 암기하려고 하지 않아도 잊어버리지 않고 금방 기억할 수 있듯이,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도 그렇게 쉽게 그리고 빨리 자기나라 말을 배워간다. 그러나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어려운 영어 단어를 접할 때 따로 기억하고 암기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그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 한국 학생들이다.
외국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한국학생들을 더욱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한국어와 영어라는 두 개의 언어가 갖고 있는 ‘언어 사용 습관’의 차이점들이다. 그 중 하나가 ‘tense(시제)’의 문제다. 영어의 시제는 ‘12가지 시제’로 구분해 쓰는데 한국어에서는 ‘tense(시제)’가 있기는 하지만 주로 ‘현재, 과거, 미래’ 3가지 시제만 발달되어 있고, 시제를 그렇게 강조하지 않아도 대강 다 알아듣는다. 예를 들면 ‘내가 어저께 그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는 지난달에 제인을 만났다고 말했다.’라는 문장에서 한국어는 어제 일어난 일이나 지난달에 일어난 일이나 모두 ‘만났다’로 표현해 준다. 물론 ‘만났었다’라고 표현하면 약간은 차이점을 만들어 줄 수 있지만 그렇게 표현하지 않아도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한글 맞춤법에서는 ‘만났었다’와 ‘만났다’를 모두 ‘만났다’로 통일시켜 놓았을 정도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I met him yesterday and he told me that he had met Jane last month.’라고 써야 올바른 문장이 된다. ‘met’과 ‘told’는 어제라는 과거 시점에 동시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 남자가 Jane을 만난 것은 분명히 그 보다 앞서 일어난 일이므로 ‘had met’이라고 쓰지 않고 ‘met’이라는 과거 동사를 써주면 이 문장은 틀린 문장이 된다.
tense(시제)는 원어민들에게도 어려운 문법이므로 영어 문법책들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tense(시제)’를 다루고 있다. 영어에는 12시제가 있다. 현재의 반복적인 동작이나 일반적인 진리를 말할 때는 present simple tense(현재시제)로 써준다. 그리고 과거에 일어난 일들이나 역사적 사실들은 past simple tense(과거 시제)로 써준다. ‘I learned that Columbus discovered America.’라는 문장에서 내가 배운 것은 과거이지만 Columbus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것은 그 보다 훨씬 더 먼저 일어난 일이기에 ‘had discovered’로 써야 맞는 문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적인 사실(historical fact)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discovered(발견했다)’라는 과거형 동사로 써 주어야 한다.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은 미래시제(will, shall, be going to)로 구분해 써 주어야 한다. 여기서 끝나면 그래도 간단하다. 과거에 시작해서 지금 끝마친 일에는 present perfect(have + p.p.)을 써야 하고, 과거에 시작해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일에는 present perfect continuous(have + been + ~ing)로 써주어야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한국어에서처럼 영어의 tense(시제)를 정확히 구분해 주어도 되고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쉽게 생각해 버리기 쉽다. 그래서 영어를 좀 하는 한국 사람들도 외국인들과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면 다른 tense(시제)들은 완전히 무시하고 현재와 과거로 모든 동사를 통일해서 말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할 때는 상대방이 알아들어 주지만 에세이로 쓸 때는 상황이 다르다. 에세이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른 학생들과 겨루어 점수를 매기는 제도이기 때문에 tense(시제)를 구분을 명확히 해주지 않으면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특히 문학을 비평, 분석하는 에세이를 쓸 때 문학 작품에서 일어난 일들은 보통 past simple tense(과거 시제)로, 작가의 문체, 의도 등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은 present simple tense(현재 시제)로 통일시키고 이것을 기본으로 해서 그 외의 문장들의 tense(시제)를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한국 학생들이 present simple(현재)에서 past simple(과거)로 그리고 past perfect(과거 완료)으로 마음대로 tense(시제)를 바꾸어 쓴다.
영어에서 사용하는 전체적인 tense(시제) 개념을 정리해 보고 정확히 구별할 수 있도록 연습해 두는 것은 좋은 에세이를 쓰는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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