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 부끄러움의 미학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66] 부끄러움의 미학

0 개 2,971 KoreaTimes
  When we are hipped or a dear friend is dead, there stars are, constantly shining over head.(우리가 우울할 때나 사랑하는 친구가 죽었을 때도, 별은 머리 위에서 변함없이 빛나며,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별을 바라보고 싶어 하고 노래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서시' 두 편의 시도 별을 노래하고 있다.

  윤동주는 이육사와 더불어 민족 저항 시인으로 우리들 머리 속에 각인 되어있다. 그가 일제의 칼날 아래에서 옥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익환씨는 자신의 회고담에서 윤동주가 적극적인 행동의 인간이라기보다는 '고요하고 내면적인 사람'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의 지적처럼 윤동주는 시대의 아픔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투사라기 보다는, 척박한 조국의 현실에 상처받은 자신의 영혼을 쓰다듬고 끊임없이 내출혈을 앓으면서 자신의 부끄러움을 노래했던 시인이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얘기한다. 하나 덧 붙이자면, 인간은 부끄러움을 아는데 동물은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타고난 본능에만 충실하게 살아나가면 되는 동물은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동물은 동물 이상도 동물 이하의 존재도 아니기 때문이다. 개나 돼지는 옷을 입지 않지만 인간은 겉옷 속에 속옷까지도 켜켜이 입는다. 부끄러움을 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팬티를 입는 형이하학적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은 형이상학적 의미에서도 부끄러움을 느낀다. 인간은 별처럼 높은 이상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나태해지고 인간 이하의 존재로, 나중엔 짐승만도 못한 흉물로 추락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향하는 높은 이상과, 자신이 바라보는 별의 모습에 자신의 행위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많이 어긋났을 때 인간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부끄러움은 자연계에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참으로 인간적인 형벌이자 자존심이다.

  육신만이 아니라 영혼마저도 흔들리는 갈대같은 존재인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아니 누구나 무수히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벌받고 다시 별을 바라보며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에게 지탄받는 일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들을 뻔뻔하다고 하고 심한 경우에는 인간성을 상실했다고도 한다. 지난 추석 기간에도 술안주로 계속 씹혔을 신씨와 변씨의 모습을 보며 법의 심판 여부를 떠나, 참으로 그들이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신들의 부당한 권력 유지를 위해 국군들을 동원해 국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게 하고도 위풍당당할 수 있는 광주와 양곤의 군부 실세들을 보며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뻔뻔할 수 있는지 절망스러울 뿐이다.

  그들과 대극점에 놓인 양심의 소유자가 윤동주였다. 부끄러움에 대한 성감대가 그 누구보다도 발달돼 있던 감성의 소유자 윤동주는 끊임없이 부끄러움을 노래한다. '코스모스'에서는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라고 태생적 부끄러움을 동심으로 노래했고, '쉽게 씌여진 시'에서는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세상의 편안함과 쉽게 악수하려고 하는 지식인의 나태함을 아파하고 있다.  그의 시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그의 시 도처에 세상에 대한 모든 부끄러움을 감지하는 섬모같은 솜털들이 살아서 눈물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의 시는 인간 최고의 선 중에 하나인 '부끄러움의 미학'을 담고 있다.

  1984년 서울 종로에서 처음 교단에 섰을 때, 나는 내가 담임을 맡은 학급의 급훈을 윤동주의 서시 앞 부분으로 정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별처럼 아득한 목표였지만 치기 어린 젊은 선생이었던 나는 내 반의 급훈처럼 살며 가르치고 싶었고, 나의 아이들도 윤동주의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 성숙해가길 바랬다. 그러나 영악한 세상과 점점 살을 섞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보던 나는 몇 년 후에는 급훈을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줄일 수 밖에 없었고, 그로부터 또 몇 년 후에는 '부끄럼이 없기를'로 급훈과 삶의 목표를 하향 조정해 버렸다. 그런데 그마저도 문득 문득 지키기 힘들어 지는 것이 부끄러운 내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저 창 밖을 세월처럼 스쳐 가는 바람이 내가 젊은 날 심었던 그 별이 무성한 나무의 별 이파리들을 얼마나 많이 날려 버렸을까. 내 청춘의 숲을 향해 거슬러 걸어가자니 바람에 흔들리며 내가 아프게 놓쳐 버리고 슬그머니 놓아 버린 별 이파리들이 숲 길에 즐비하다. 그 별 이파리 하나에는 프란치스코가, 별 이파리 하나에는 네루다가, 별 이파리 하나에는 잔느 모로가, 별 이파리 하나에는 탄호이 저가, 별 이파리 하나에는 콜린 윌슨이, 별 이파리 하나에는 고리끼가, 별 이파리 하나에는 카잔차키스가 다시 누군가에게 별이 되어 날아가려고 반짝이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처럼 아름다운 오클랜드의 밤 하늘을 우러러 보니 윤동주가 아슬히 멀리서 별이 되어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367] 알렉산더를 그리며

댓글 0 | 조회 2,967 | 2007.10.24
한국에서는 대선 정국이 시작되고 있고, 대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그냥 대통령이 아니고 훌륭한 대통령, 나아가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처럼 자신에게 표를 몰… 더보기

현재 [366] 부끄러움의 미학

댓글 0 | 조회 2,972 | 2007.10.09
When we are hipped or a dear friend is dead, there stars are, constantly shining over head… 더보기

[365] NCEA External English Exam 준비하기

댓글 0 | 조회 2,819 | 2007.09.25
Term 1이 시작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term 3가 끝났다. Form5부터 form7 학생들에게는 이번 방학은 일 년의 마지막 시험 즉, N… 더보기

[364] SAT, SAT!

댓글 0 | 조회 2,757 | 2007.09.11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준비해야 할 시험인 SAT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치르는 미국식 수능 시험이라고 할 … 더보기

[363] 니어링 부부와 무지개

댓글 0 | 조회 2,844 | 2007.08.28
It is astonishing how many people there are in the cities of Korea who have a longing to g… 더보기

[362] TOEFL & SAT English vs. Cambridge & NCE…

댓글 0 | 조회 2,930 | 2007.08.14
영어권 국가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이 요구하는 고교 학습과정을 통해서 얻은 학점(credit)과 시험 성적이 있어야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있… 더보기

[361] 서울, 미니 야구장의 파도

댓글 0 | 조회 3,278 | 2007.07.23
우리에게 잘 알려진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acs out of the dead land," ("4월은 가장 잔… 더보기

[360] Be Prepared! (미리 준비하자!)

댓글 0 | 조회 2,530 | 2007.07.09
7월은 북반구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긴 여름 방학 기간이 되겠지만, 뉴질랜드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짧은 2, 3주간의 겨울 방학 기간이다. 학생들에게 이번 방학은 그… 더보기

[359] 복 류 천

댓글 0 | 조회 2,615 | 2007.06.26
미스 코리아 이양이 세계 미인 대회에 나가 상위권에 입상했다고 해서 이양의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사진이 아직까지도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그런데 나의 눈에는 이양… 더보기

[358]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위한 준비

댓글 0 | 조회 2,596 | 2007.06.12
요즘은 1~2년 정도 단기간 영어권 국가들에서 공부를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 고등학교 또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시는 부모님들이 많다. 그러나 외국에서 공부를 하… 더보기

[357] 쇼스타코비치와 벼

댓글 0 | 조회 2,812 | 2007.05.23
파리의 택시운전사였던 홍세화씨가 요즈음 즐겨 전파하는 말이 있다. 똘레랑스, 영어로는 tolerance, 한자어로는 관용이라는 말이다. 서로가 다른 것을 인정하고… 더보기

[356] 특례 입학 영어 시험 (I)

댓글 0 | 조회 3,953 | 2007.05.08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에 있는 대학에 지원하게 될 때 여러 가지의 경로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재외국민 및 외국인 특별전형 입학시험 제도 하에서… 더보기

[355] I 자형 인간과 T자형 인간

댓글 0 | 조회 3,542 | 2007.04.24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전 국민적 노이로제 증상은, 바로 교육이다. 어디 한국만의 현상이겠는가?지난주 TV에서 본 지구촌 뉴스에… 더보기

[354] TOEFL iBT Writing - Independent Task (…

댓글 0 | 조회 3,138 | 2007.04.11
새로 시행되고 있는 iBT TOEFL에서는 Speaking Section이 첨가되었고, Writing Section이 Integrated Task와 Indepen… 더보기

[353] 새는 날아야 새다.

댓글 0 | 조회 3,257 | 2007.03.27
Wildlife is something which man cannot construct. (야생 생물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것이다.) Once it is g… 더보기

[352] TOEFL iBT Speaking

댓글 0 | 조회 2,949 | 2007.03.12
지난 몇 회에 걸쳐서 각 학교의 External English TEST, Internal English TEST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잠시 보류해 두었던 TOEFL… 더보기

[351] On School Uniforms(교복 유감)

댓글 0 | 조회 2,947 | 2007.02.26
Uniforms have advantages in that they look professional and offer practical benefits. (제복은… 더보기

[350] College 학생들의 Term 1 English 따라잡기

댓글 0 | 조회 2,700 | 2007.02.13
거의 모든 학생들이 지난 해 11월 말부터 시작하여 12월 초에 끝난 NCEA 성적표를 받았을 것이다.자신의 성적에 실망한 학생들도 많겠지만 이제는 지난 과거에 … 더보기

[349] California Is Not California Any More.

댓글 0 | 조회 2,925 | 2007.01.30
Who would have predicted the strong public concern about the environment that now preoccup… 더보기

[348] The Interpretation of the Static Image(…

댓글 0 | 조회 2,893 | 2007.01.15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Form 5의 English 시간에는 수업시간 중에 공부했던 글을 바탕으로 Static Image(정지된 그림)를 그리게 되며, NCEA… 더보기

[347] 골프와 영문법 (II)

댓글 0 | 조회 3,078 | 2006.12.22
축구처럼 순간적인 폭발력과 엄청난 지구력과 팀 전체의 협동력을 요구하지도 않고, K-1 격투기처럼 가학적인 공포심을 유발시키지도 않지만, 골프는 쉽지 않은 운동이… 더보기

[346] Static Image

댓글 0 | 조회 3,256 | 2006.12.11
Form 7 학생들은 이제 마지막 시험 성적을 끝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하지만 Form 5, 6 학생들은 내년, 또 후년에 보게 될 NCEA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더보기

[345] 골프와 영문법(Ⅰ)

댓글 0 | 조회 2,891 | 2006.11.27
영어 에세이 쓰는 요령을 배우러 온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점검해 보고, 영문법 공부를 해야한다고 하면,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묻는다.그 지겹고 어려운 영문법… 더보기

[344] A Beauty and a Mannequin (미녀와 마네킹)

댓글 0 | 조회 3,133 | 2006.11.13
이제는 더 이상 집은 “a building made for people to live in(사람들이 거주하는 건물)”이 아니다.미녀도 “a woman who ha… 더보기

[343] Unfamiliar Texts (자주 접하지 않는 과제들)

댓글 0 | 조회 2,857 | 2006.10.24
앞서서 언급한 것처럼 NCEA English External Tests는 총 5개의 분야로 나뉘어서 출제 된다. 지금 까지 Extended Written Text…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