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 캐서린 맨스필드의 '행복'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80] 캐서린 맨스필드의 '행복'

0 개 9,871 KoreaTimes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기쁨과 행복에 가득 찬 삶이라고 자신하던 사람이, 자신의 행복이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주치게 될 감정의 소용돌이는 얼마나 깊이 한 사람의 삶을 혼돈 속에 빠지게 할까? 이것이 Katherine Mansfield의 'Bliss'의 여주인공 Bertha가 이 단편소설이 끝날 때쯤 마주치게 되는 심리적 갈등이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Bertha는 남편 Harry와 어린 아기와 함께 살고 있는 30대 상류층 여성이다. 외출에서 돌아온 그녀는 그녀가 가진 모든 것들 – '사랑스런 아기', '열심히 일하는 남편'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 특히 그 속에서 빛나는 '꽃이 만발한 배나무'를 바라보며 행복감의 극치에 이른다. 그러나 Katherine Mansfield는 주인공이 자신의 딸이긴 하지만 아이를 기르는 책임을 맡고 있는 유모 때문에 자신의 마음대로 아이를 다룰 수 없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 냄으로써 그녀가 느끼는 행복의 근원이  '불안정한 것'임을 암시해 준다.

  그 날 저녁에는 지인들끼리 모이는 작은 파티가 열릴 예정이었다. 파티에 초대된 손님들은 곧 극장을 열게 될 Mr. Knight과 인테리어에 열정적인 그의 부인 Mrs. Knight, 시인인 Eddie Warren, 마지막으로 Pearl Fulton이라고 하는 신비롭게 느껴지는 여성이다. Pearl은 Bertha가 한 클럽에서 만난 젊은 여성으로 놀랄 만큼 솔직하지만 어느 선 이상은 절대로 타인이 넘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다. Bertha는 그러한 알 수 없는 그녀의 신비함에 빠져 들어간다. Bertha가 "그 선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라고 하자 남편 Harry는 "아무 것도 없지."라고 하며 '둔하고, 냉정하고 빈혈기 있는 여성일 것'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Bertha는 오히려 이런 남편의 태도가 은근히 마음에 드는 듯하다. 창 밖 정원에 서있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배나무 꽃을 바라보며 그녀의 만족감은 극치에 이르게 되며 심지어는 'I'm too happy – too happy.'라고 되풀이하며 마치 활짝 핀 배꽃이 자신의 인생의 상징인 듯 느낀다.

  곧 초대된 손님들이 Mrs. & Mr. Knight 그리고 Eddie Warren의 순서대로 도착했고,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온 Harry, 그 후에 마지막으로 Pearl Fulton이 늦게 도착한다. Bertha는 Pearl을 집안으로 인도하며 기분 좋은 파티의 여주인 의식을 느낀다. 식탁에서도 남편 Harry와 Pearl은 서로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여주인공 Bertha는 이번에는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그 순간에 남편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는 남녀간의 애정의 관계가 아니라 남편을 좋은 친구로 여기며 대했고 거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가정생활을 영위하던 그녀는, 그 날 밤 남편 Harry에 대해 '남녀간의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된다. 파티도중 Pearl은 정원을 보기를 부탁했고 정원의 아름다운 배나무를 함께 바라보며 Pearl은 "그래, 바로 그거예요.(Yes. Just that.)"라고 중얼거린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Bertha는 "내가 꿈을 꾼 것일까?(Or did I dream it?)"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느꼈던 자신과 비슷한 감수성의 공감대가 아닌 이상한 느낌이 Bertha의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 파티가 끝나고 먼저 Knight 부부가 돌아가고 함께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한 Eddie와 Pearl이 집을 떠나는 순간, 잠시 응접실에 머무른 Eddie와 대화를 나누던 중, Bertha는 그녀의 인생 전체를 뒤 흔드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Pearl을 따라 나서던 Bertha를 밀치듯 앞으로 나서며 Pearl의 코트를 들고 현관 밖으로 먼저 배웅을 나간 남편 Harry와 Pearl이 사랑의 말들을 주고 받으며 다음 날 만날 장소와 시간 약속을 하는 대화를 그녀는 듣게 된 것이다. 눈으로 보아도 그들은 오래된 연인 관계였다. Bertha가 Pearl에 대해 막연히 느끼던 '미묘한 공감대'가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를 확인 하는 순간이었다. "아,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것 인가?(Oh, what is going to happen now?)"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Bertha의 모습으로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Bliss'는 여주인공 Bertha가 배꽃나무를 바라보며 느끼는 행복감의 극치와 그 행복감의 뒤에 이 글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그림자처럼 은밀히 따라오는 어두운 느낌이 절망감으로 겹쳐지는, 여성의 심리학적 갈등구조를 잘 표현해 낸 작품이다. 그녀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이 이 글의 소재가 되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젊은 나이 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섬세함으로 한 여성의 행복의 극치와 그 행복이 모래성 위에 세워진 허상임을 깨닫는 순간 느끼는 감각이 마비된 것과 같은 고통을 표현해낸 그녀는 어느 비평가가 언급했듯이 모든 여성을 울릴 줄 아는 훌륭한 단편소설 작가임에 틀림없다.

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댓글 0 | 조회 3,837 | 2008.09.24
마른 풀이 투 둑 떨어졌다. 뜰을 향한 거실(family room) 유리문 틀 위에서였다. 잠시 후 새 한 마리가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를 물고 다시 문 틀 위로… 더보기

Shakespeare 산책 (Ⅲ) - King Lear (분별력의 비극)

댓글 0 | 조회 3,625 | 2008.09.10
예전에는 칭찬으로 받아들여지던 '우직함'이란 단어가 요즈음은 흥미 없는 단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미련해서 사회에서는 성공 할 수 없는 사람' 이란… 더보기

비 내리는 영문법

댓글 2 | 조회 3,884 | 2008.08.27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보니 한국에서와는 다른 '교육 문화적 충격'을 겪게 될 때가 많다. 고 1(Form 5) 이상의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 에세이가 잘 안… 더보기

Hamlet - 지식인의 비극 - Shakespeare 산책 (Ⅱ)

댓글 0 | 조회 3,627 | 2008.08.13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은 Shakespeare의 희곡 'Hamle… 더보기

제 3의 물결 속에서

댓글 0 | 조회 3,190 | 2008.08.01
삼팔선, 사오정과 더불어,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고 하는 '이태백'도 이제는 중국 당나라 시절의 시선 '이백'(701-762) 만큼이나 옛 시절의 단어로 밀려나는가… 더보기

[384] 영미 문학 산책 (V) - Katherine Mansfield R…

댓글 0 | 조회 13,505 | 2008.07.08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영어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했던 'Vocabulary Builder'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늙은(old)'이란… 더보기

[383] '어린쥐'의 착각

댓글 0 | 조회 3,366 | 2008.06.25
어떤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그 일의 목표가 합당하고 올바르게 섰는지, 일의 과실보다 부작용이 더 크지는 않을지, 일의 추진 방… 더보기

[382] 영어교육 유감

댓글 0 | 조회 3,147 | 2008.06.10
며칠 전 영국의 Cambridge대학에서 전세계 20개 국가 학생들의 영어시험성적 순위를 발표했다. 물론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이다 보니 한국의 학생들이 주로 응시… 더보기

[381] Does Money Make the Mare Go?

댓글 0 | 조회 3,339 | 2008.05.28
이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울기도하고 웃기도 하고 비굴해 지기도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머리 조아 림을 받기도 하고 살인을 하기도하고 전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엇… 더보기

현재 [380] 캐서린 맨스필드의 '행복'

댓글 0 | 조회 9,872 | 2008.05.13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기쁨과 행복에 가득 찬 삶이라고 자신하던 사람이, 자신의 행복이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주치게 될 … 더보기

[379] 영원한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댓글 0 | 조회 3,577 | 2008.04.23
단 하나 뿐인 삶을 받아,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극점에 올라서도 그는 더 높이 오르기를 원했다. 그러나 날은 이미 저물었고, 그는 크레타의 흙으로 돌아가기 전 … 더보기

[378] Love Poems (Ⅱ) - Annabel Lee

댓글 0 | 조회 3,529 | 2008.04.08
William Wordsworth, Samuel Taylor Coleridge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낭만주의 운동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영향을 미쳐서 Wil… 더보기

[377] East of Eden

댓글 0 | 조회 3,685 | 2008.03.26
With lead roles in only three films, James Dean secured his place in Hollywood history. (단… 더보기

[376] 영미 문학 산책 II – Love Poems (I)

댓글 0 | 조회 3,719 | 2008.03.11
누구나 한 번쯤은 젊은 시절 낭만주의 시인들의 사랑의 시를 암송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William Wordsworth, Samuel Taylor Colerid… 더보기

[375] To sir with love

댓글 0 | 조회 3,196 | 2008.02.26
작년 말 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처음 선생님을 만난지도 벌써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아버지가 전자 오르간 공장을 차리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내가 중 3때 … 더보기

[374] Shakespeare산책-Ⅰ.Macbeth

댓글 0 | 조회 2,993 | 2008.02.12
뉴질랜드에서 Cambridge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영어공부를 시키면서 Shakespeare의 작품들을 다시 읽자니 학창시절에 읽었던 똑 같은 작품들이 지금… 더보기

[373] 두 종류 나무의 인생살이

댓글 0 | 조회 3,178 | 2008.01.30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온 몸의 가지들은 사방으로 팔을 뻗으며 우산을 거꾸로 받친 모양을 이루고 있다. 그리곤 뚝 떨어져 올라가 약간 작아진 우산을 거꾸로 한 모… 더보기

[372] 어머니들의 일관성에 관하여(On Consistency of Mother…

댓글 0 | 조회 2,881 | 2008.01.15
'문제의 학생 뒤에는 문제의 부모가 있다.'라는 것은 너무 자주 듣는 말이라서 식상하기도 하고,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별로 기분 좋은 소리가 아닐 수도… 더보기

[371] 잉그리드 버그만 장미

댓글 0 | 조회 4,370 | 2007.12.20
연인에게 줄 장미를 손질하다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시인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einer Maria Rilke: 18… 더보기

[370] 방학동안의 영어공부

댓글 0 | 조회 3,188 | 2007.12.11
College학생들의 NCEA가 모두 끝남에 따라 모든 학교의 마지막 term 시험들이 모두 끝났다. 부모님들은 잠시 등을 소파에 깊숙이 기대고 휴식을 취하실 수… 더보기

[369] 영어의 바다에 그냥 빠뜨리면 죽는다

댓글 0 | 조회 3,150 | 2007.11.27
영어 공부와 관련된, 참 잘 지은 책 이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우선 순위 영단어, 우선 순위 영숙어'를 들 수 있다. 물론 내용도 좋았지만, 기가 막히게 좋은… 더보기

[368]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영어 가르치기의 차이점

댓글 0 | 조회 3,513 | 2007.11.12
뉴질랜드에 올 때는 직업을 바꿔보겠다고 생각했다. 학원과 교육 방송 등에서 15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의 중요 출판사들과 손을 잡고 수능 영어 참고서들을 16… 더보기

[367] 알렉산더를 그리며

댓글 0 | 조회 3,000 | 2007.10.24
한국에서는 대선 정국이 시작되고 있고, 대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그냥 대통령이 아니고 훌륭한 대통령, 나아가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처럼 자신에게 표를 몰… 더보기

[366] 부끄러움의 미학

댓글 0 | 조회 3,006 | 2007.10.09
When we are hipped or a dear friend is dead, there stars are, constantly shining over head… 더보기

[365] NCEA External English Exam 준비하기

댓글 0 | 조회 2,854 | 2007.09.25
Term 1이 시작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term 3가 끝났다. Form5부터 form7 학생들에게는 이번 방학은 일 년의 마지막 시험 즉, N…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