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 영미 문학 산책 (V) - Katherine Mansfield – Miss Brill, 중년의 외로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84] 영미 문학 산책 (V) - Katherine Mansfield – Miss Brill, 중년의 외로움

0 개 13,505 KoreaTimes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영어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했던 'Vocabulary Builder'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늙은(old)'이란 인생의 어느 때를 가리키는가 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 책 에서는 20대의 청년에게는 30대가 넘어가면 이미 늙었다고 할 것이고, 30대의 사람들은 4,50대가 늙은 것이라고 말할 것이기에 '늙은'이란 개념은 상당히 주관적이라고 말한다. 요즈음은 각종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과학자들에 의하면 현재 10대 이하의 어린아이들의 기대 수명은 120살이 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좋은 현상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120살까지 살아가기 위해 그 시대의 중년 이후의 나이에 대비해 경제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더 많은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는 부담도 된다.

  '위기의 중년'을 잘 지내는 법, 또는 잘 늙어 가는 법 등에 대한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젊은 시절을 지나 중년의 문턱을 넘어 노년으로 향해 갈 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은 중년을 넘어선 사람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음 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녀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각기 제 짝을 찾아 엄마의 품을 떠나고 각기 너무 바쁘거나 혹은 서로 달려온 길이 너무 멀어진 남편만 곁에 남은 여성에게나, 자신의 길을 고집하며 젊은 시절부터 독신으로 살아온 중년을 넘어선 여성들에게, '외로움'이란 단어는 너무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자식보다 더 가까운 느낌을 주는 말이다.

  Katherine Mansfield는 그녀의 단편 소설 'Miss Brill'에서 주인공 Miss Brill의 어느 일요일 하루를 통해 '중년 여성의 외로움'을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잔인한 슬픔으로 표현해 낸다. 단편 소설 'Miss Brill'의 여주인공 Miss Brill은 프랑스에 살고 있는 독신 중년여성이다. 그녀는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이 영어를 가르치며 생계를 꾸려 가고 있지만 '그 일요일'이 오기 전까지는 자신은 세상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오래된 여우 목도리를 꺼내 목에 두르고 그녀는 다른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매주 가던 공원으로 향한다. 가슴 깊이 파고드는 부드럽고 상큼한 기분을 마음껏 느끼며 '일요일의 공원'이란 연극 무대 위에 있는, 자신이 늘 가서 앉는 벤치에 앉는다. 그녀는 자신을 마치 지금 공연되고 있는 연극의 등장인물로 생각하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즐긴다.

  그녀가 공원에서 가장 즐기는 일은 공원에 온 사람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엿듣는 것이다. 자신은 그 대화에 전혀 끼어 들 수 없지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 들으며 자신도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중요한 인물이란 환상을 갖는다. 그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느껴야 할 갈등과 고통은 생략되어있어 좋고, 기분 좋은 주일날 어깨너머로 그들의 즐거운 이야기들을 듣는 즐거움을 누리는, 무대 위의 한 등장인물의 역할이 지금까지 그녀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그 일요일, 그 무대 위에서 그녀는 환상 속의 삶을 모두 깨뜨려 버리는,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아픈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 Just at that moment a boy and a girl came and sat down where the old couple had been.(바로 그 순간 한 소년과 소녀가 와서 늙은 한 쌍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Miss Brill prepared to listen. (Miss Brill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No, not now," said the girl.("아니, 지금은 안돼." 소녀가 말했다.) "Not here, I can't." ("여기서는 할 수 없어.") "But why? Because of that stupid old thing at the end there?"  asked the boy. ("그런데 왜? 저 끝에 있는 멍청한 늙은 것 때문에?" 사내아이가 물었다.) "Why does she come here at all – who wants her? Why doesn't she keep her silly old mug at home?"("도대체 왜 저 여자는 여기에 오는 것이지? – 누가 자기를 원한다고? 왜 그 쭈그렁 얼굴을 집에 처박아 두지 않는거야?") "It is her fu-ur which is so funny," giggled the girl.("저 여자의 털 목도리가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계집아이가 낄낄거렸다.) "It's exactly like a fried whiting."("그건 꼭 튀긴 생선 같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늘 들르던 케익 가게에 들르지도 않았다. 기어오르듯 계단을 올라가 어두운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여우 목도리를 상자에 넣을 때 그녀는 어디선가 울음 소리를 들었다. 대화할 대상이 아무도 없는 그녀의 삶 속에 밀려오는 외로움으로 상처받은 중년 여성의 모습을 Katherine Mansfield는 무섭도록 잔인하게 그려 내고 있다.

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댓글 0 | 조회 3,837 | 2008.09.24
마른 풀이 투 둑 떨어졌다. 뜰을 향한 거실(family room) 유리문 틀 위에서였다. 잠시 후 새 한 마리가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를 물고 다시 문 틀 위로… 더보기

Shakespeare 산책 (Ⅲ) - King Lear (분별력의 비극)

댓글 0 | 조회 3,625 | 2008.09.10
예전에는 칭찬으로 받아들여지던 '우직함'이란 단어가 요즈음은 흥미 없는 단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미련해서 사회에서는 성공 할 수 없는 사람' 이란… 더보기

비 내리는 영문법

댓글 2 | 조회 3,884 | 2008.08.27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보니 한국에서와는 다른 '교육 문화적 충격'을 겪게 될 때가 많다. 고 1(Form 5) 이상의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 에세이가 잘 안… 더보기

Hamlet - 지식인의 비극 - Shakespeare 산책 (Ⅱ)

댓글 0 | 조회 3,627 | 2008.08.13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은 Shakespeare의 희곡 'Hamle… 더보기

제 3의 물결 속에서

댓글 0 | 조회 3,190 | 2008.08.01
삼팔선, 사오정과 더불어,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고 하는 '이태백'도 이제는 중국 당나라 시절의 시선 '이백'(701-762) 만큼이나 옛 시절의 단어로 밀려나는가… 더보기

현재 [384] 영미 문학 산책 (V) - Katherine Mansfield R…

댓글 0 | 조회 13,506 | 2008.07.08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영어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했던 'Vocabulary Builder'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늙은(old)'이란… 더보기

[383] '어린쥐'의 착각

댓글 0 | 조회 3,366 | 2008.06.25
어떤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그 일의 목표가 합당하고 올바르게 섰는지, 일의 과실보다 부작용이 더 크지는 않을지, 일의 추진 방… 더보기

[382] 영어교육 유감

댓글 0 | 조회 3,148 | 2008.06.10
며칠 전 영국의 Cambridge대학에서 전세계 20개 국가 학생들의 영어시험성적 순위를 발표했다. 물론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이다 보니 한국의 학생들이 주로 응시… 더보기

[381] Does Money Make the Mare Go?

댓글 0 | 조회 3,339 | 2008.05.28
이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울기도하고 웃기도 하고 비굴해 지기도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머리 조아 림을 받기도 하고 살인을 하기도하고 전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엇… 더보기

[380] 캐서린 맨스필드의 '행복'

댓글 0 | 조회 9,872 | 2008.05.13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기쁨과 행복에 가득 찬 삶이라고 자신하던 사람이, 자신의 행복이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주치게 될 … 더보기

[379] 영원한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댓글 0 | 조회 3,578 | 2008.04.23
단 하나 뿐인 삶을 받아,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극점에 올라서도 그는 더 높이 오르기를 원했다. 그러나 날은 이미 저물었고, 그는 크레타의 흙으로 돌아가기 전 … 더보기

[378] Love Poems (Ⅱ) - Annabel Lee

댓글 0 | 조회 3,529 | 2008.04.08
William Wordsworth, Samuel Taylor Coleridge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낭만주의 운동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영향을 미쳐서 Wil… 더보기

[377] East of Eden

댓글 0 | 조회 3,685 | 2008.03.26
With lead roles in only three films, James Dean secured his place in Hollywood history. (단… 더보기

[376] 영미 문학 산책 II – Love Poems (I)

댓글 0 | 조회 3,719 | 2008.03.11
누구나 한 번쯤은 젊은 시절 낭만주의 시인들의 사랑의 시를 암송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William Wordsworth, Samuel Taylor Colerid… 더보기

[375] To sir with love

댓글 0 | 조회 3,196 | 2008.02.26
작년 말 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처음 선생님을 만난지도 벌써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아버지가 전자 오르간 공장을 차리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내가 중 3때 … 더보기

[374] Shakespeare산책-Ⅰ.Macbeth

댓글 0 | 조회 2,993 | 2008.02.12
뉴질랜드에서 Cambridge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영어공부를 시키면서 Shakespeare의 작품들을 다시 읽자니 학창시절에 읽었던 똑 같은 작품들이 지금… 더보기

[373] 두 종류 나무의 인생살이

댓글 0 | 조회 3,178 | 2008.01.30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온 몸의 가지들은 사방으로 팔을 뻗으며 우산을 거꾸로 받친 모양을 이루고 있다. 그리곤 뚝 떨어져 올라가 약간 작아진 우산을 거꾸로 한 모… 더보기

[372] 어머니들의 일관성에 관하여(On Consistency of Mother…

댓글 0 | 조회 2,882 | 2008.01.15
'문제의 학생 뒤에는 문제의 부모가 있다.'라는 것은 너무 자주 듣는 말이라서 식상하기도 하고,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별로 기분 좋은 소리가 아닐 수도… 더보기

[371] 잉그리드 버그만 장미

댓글 0 | 조회 4,371 | 2007.12.20
연인에게 줄 장미를 손질하다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시인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einer Maria Rilke: 18… 더보기

[370] 방학동안의 영어공부

댓글 0 | 조회 3,189 | 2007.12.11
College학생들의 NCEA가 모두 끝남에 따라 모든 학교의 마지막 term 시험들이 모두 끝났다. 부모님들은 잠시 등을 소파에 깊숙이 기대고 휴식을 취하실 수… 더보기

[369] 영어의 바다에 그냥 빠뜨리면 죽는다

댓글 0 | 조회 3,151 | 2007.11.27
영어 공부와 관련된, 참 잘 지은 책 이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우선 순위 영단어, 우선 순위 영숙어'를 들 수 있다. 물론 내용도 좋았지만, 기가 막히게 좋은… 더보기

[368]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영어 가르치기의 차이점

댓글 0 | 조회 3,513 | 2007.11.12
뉴질랜드에 올 때는 직업을 바꿔보겠다고 생각했다. 학원과 교육 방송 등에서 15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의 중요 출판사들과 손을 잡고 수능 영어 참고서들을 16… 더보기

[367] 알렉산더를 그리며

댓글 0 | 조회 3,001 | 2007.10.24
한국에서는 대선 정국이 시작되고 있고, 대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그냥 대통령이 아니고 훌륭한 대통령, 나아가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처럼 자신에게 표를 몰… 더보기

[366] 부끄러움의 미학

댓글 0 | 조회 3,006 | 2007.10.09
When we are hipped or a dear friend is dead, there stars are, constantly shining over head… 더보기

[365] NCEA External English Exam 준비하기

댓글 0 | 조회 2,855 | 2007.09.25
Term 1이 시작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term 3가 끝났다. Form5부터 form7 학생들에게는 이번 방학은 일 년의 마지막 시험 즉, N…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