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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008. 17:21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124.♡.145.221)
재미있는 영어칼럼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더불어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은 또 한 명의 걸출한 지도자를 배출해 냈다. 우리에게 말콤 엑스(Malcolm X)라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말콤 리틀이란 이름으로 1925년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태어나, 15살에 학교에서 퇴학 당하고 21살 때 강도 혐의로 수감 된다. 감옥에서 그는 이슬람 국민파(흑인 모슬림)로 개종 하고 1952년 석방되자 '리틀'이라는 원래의 성을 버리고 '엑스'라는 성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미국 흑인들의 성은 원래 그들 조상의 것이 아니고 옛날 백인 노예 주인들이 멋대로 붙여 주었던 것이니 만큼, X자를 써서 흑인들의 빼앗긴 '뿌리'를 상징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는 말한다. "미국의 어느 곳에서도 나보다 더 지독하게 인간 사회의 진 흙탕 속에서 살아온 흑인, 나보다 더 무지했던 흑인, 나 보다 더 많은 괴로움을 일생 동안 겪어 온 흑인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가장 깊은 어둠이 있고 난 다음에만 가장 큰 빛이 나타날 수 있다."
흑인 해방을 위한 말콤 엑스의 타협할 줄 모르는 투쟁 자세는 온갖 왜곡과 중상의 표적이 되어, 그의 투쟁적 입장의 바탕이 되었던 눈물겨운 인간적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말콤 엑스의 가슴 벅찬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상품화에 거의 극에 달했다고 일컬어지는 포르노 잡지 '플레이 보이'지였다. 플레이 보이지는 어느 날 우리에게 '뿌리'의 작가로 잘 알 려진 알렉스 헤일리에게 말콤 엑스와 인터뷰하여 잡지에 기고해 달라는 청탁을 한다. 말콤 엑스는 자신의 일대기를 구술하며 알렉스 헤일리에게 오로지 '냉정한 기록자'이기를 요구했고, 알렉스 헤일리는 그 약속을 지켰다. 플레이 보이지에 실린 말콤 엑스에 관한 이야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좀 더 자세한 그의 일대기를 책으로 엮어 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말콤 엑스는 자신의 일대기 책이 출간 되기 전에 살해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말 그대로 1965년 그는 살해되었다.
그는 살아 있을 때 말했다. "우리는 무차별 통합을 위해 싸우는 것도, 인종적인 분리를 위해 싸우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인정 받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갈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 입니다. 실로 우리는 민권보다도 한결 위대한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바, 그것은 바로 인권인 것입니다."
링컨은 펜실바니아 주 게티스버그에서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라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담은 주옥 같은 연설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63년까지도 'the people'의 범주에 미국의 흑인들은 포함될 수 없었다. 1963년 8월 24일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민권 대행진 도중, 링컨 기념관 계단 위에서 그 유명한 "I have a dream."으로 시작되는 명 연설을 토해낸다.
I have a dream that one day on the red hills of Georgia the sons of former slaves and the sons of former slave-owners will be able to sit down together at the table of brotherhood. (나에게는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노예의 자손들과 노예 주인의 자손들이 형제애의 탁자 위에 함께 앉을 수 있으리라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that one day even the state of Mississippi, a desert state sweltering with the heat of injustice and oppression, will be transformed into an oasis of freedom and justice. (나에게는 불공정과 박해의 무더위로 숨막히는 불모의 땅, 미시시피 주 마저도 언젠가는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바뀔 거라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that my four little children will one day live in a nation where they will not be judged by the color of their skin but by the content of their character.(나에게는 나의 어린 네 자녀들이 그들의 피부 빛깔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인격에 따라서 평가 받게 되는 그런 나라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을 비폭력으로 탁월하게 이끌었던 지도자 킹 목사는 1964년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지만 1968년 4월 시가 행진을 하다가 암살 당하고 만다. '노예 해방'을 역설했던 링컨이 게티스버그 연설 2년 후인 1865년 암살 당했던 것처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 당한지 40년 만인 2008년 11월 미국은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선출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 케냐에서 이민 온 아버지를 둔 오바마 대통령, 노예 출신 조상을 둔 아버지와 노예출신 조상을 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최초의 흑인 영부인이 될 오바마 여사. 이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역사상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말콤 엑스와 마틴 루터 킹의 꿈, 나아가 너무 오랫동안 부당하게 억압 받아 온 이들의 꿈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나아가 앞으로 몇 십 년 후 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될 날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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