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를 위한 한국어 죽이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영어 공부를 위한 한국어 죽이기(?)

0 개 3,738 코리아포스트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를 발달시켜 나간다. 우리의 뇌 속에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교육을 통해, 독서를 통해, 즉, 언어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축적된 것이다. 물론 여행이나 살아가는 과정의 직접 경험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사람들을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머리 속에 습득된 지식과 경험을 정리하고 축적 해 간다.

또한 직접 경험의 경우에도 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다양한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과 하나의 단어만을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 경험의 폭과 깊이가 다르게 다가온다. 즉 많은 어휘를 미리 습득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걸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세상을 내가 아는 만큼만 느끼고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눈(snow)이 흔한 한국같은 북반구 나라에서는 함박눈, 싸락눈, 진눈깨비 등 눈을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들이 있다. 그러나 눈이 흔하지 않은 멕시코에서는 눈을 표현하는 단어가 단 한 개 밖에 없다. 결국 한국사람들은 함박눈이 올 때의 느낌과 진눈깨비가 올 때의 느낌이 언어를 통해 확연히 구별되지만 멕시코 사람 들은 모두 '눈이 온다'는 한 가지 현상으로만 이해될 것이다.

필자는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영어 능력에 있어서 심각한 지체 현상을 보이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의 공통점은 영어만이 아니라, 뉴질랜드에 머문 시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한국어 능력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고 사고 능력까지도 동반 지체되어 있었다. 필자가 만난 한 학생은 이민와서 부모님께서 오클랜드의 외곽 지역에 한국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 정착을 하셨다. 학교에서 주로 키위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말하는 영어는 그 학교의 어느 한국 학생들보다 빠르게 늘었고 학교의 영어 선생님도 그 학생이 영어를 잘한 다고 칭찬했었다. 그러나 읽고 쓰는 영어능력(written English)이 부족했던 그 학생은 form 5에 올라가면서부터 문제가 생겼 다. 대학 준비과정에서 그 학생은 '영어 실력 부족'으로 어려 움을 겪게 되었던 것이다. 이 학생의 경우에는 영어의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한국어의 언어 능력도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 두 언어 중 어느 한쪽으로도 '공부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참고적으로 이민 오기 전 초등학교 시절 이 학생은 그 또래의 아이들보다 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학생이었다. 이런 경우를 감소적 이중언어자(subtractive bilingual)라고 부른다. 이와는 반대 개념인, 뛰어난 한국어 구사능력과 더불어 훌륭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가산적 이중 언어자(additive bilingual)도 가끔 만나 본다. 그러나 아무런 노력없이 한국어로 말하기, 읽기, 쓰기가 원활하고 영어 로도 말하기, 읽기, 쓰기가 모두 원활한 가산적 이중언어자의 능력을 갖춘 학생이 만들어지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영어권 국가에 와서도 선천적인 언어능력이 뛰어나서 가산적 이중언어자가 된 학생들이 아니라면 한국어로든 영어로든 자신의 사고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은 노력을 통해 얻어야 한다. 특히 한국인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한국 학생들 대부분은 집에서 부모님들과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학교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자칫 언어의 교란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럴 때 상당수 부모님들은 영어 공부를 위해 한국어 죽이기(?) 작전에 들어간다. 한국어로 된 책과 TV와 한국 친구들까지도 모두 치워 버리고 NZ TV 방송과 영어 책과 키위 친구들만 사귀라고 특명을 내린다.

그러나 뉴질랜드보다도 다인종, 다문화 사회가 더 먼저, 더 크게 형성되어 있는 미국에서도 영어 공부를 위한 모국어 죽이기는 비효율적이라는 논문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영어 공부를 위한 모국어 죽이기 작전과, 모국어와 영어 공부를 동시에 병행해 시키면서 영어 공부를 시킨 경우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후자 쪽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의 뇌는 한 쪽의 언어로 고난이도의 사고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언어와 접맥시킨 다른 언어로도 높은 수준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세계화를 외치는 시대에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습득한 귀중한 모국어 능력을 미리 죽이지 말고, 두 개의 언어를 함께 공부한다면 학생의 언어 능력은 동반 상승될 것이다. 집에서 부모님과 여러 가지 살아가는 일에 관해, 또한 지식 습득과정에 대한 많은 대화를 한국어로 나눌 수 있고, 그 위에 영어 구사능력을 배워 간다면 그 영어 능력으로 고난이도의 학습과정을 소화해 낼 수가 있다.

필자가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체성(identity)의 확립 문제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 나는 어디서 왔는가?(Where am I from?)"라는 질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보는 질문일 것이다. 특히 영어권 국가에 왔으니 빠른 영어 습득을 위해 한국 친구들과는 거리를 두고 키위친구 들을 많이 사귀라고 독려하면서도, 그 영어 능력이 학문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특별한 도움을 주지 못할 때, 그 학생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내가 누구인가를 정확히 깨닫고 자신에 대한 존중감(self-esteem)을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어떤 또래 집단(peer group)에 끼어 있더라도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역할을 잘 감당해 나갈 것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질랜드에서 대학입학 시험을 준비하며

댓글 0 | 조회 3,610 | 2009.11.26
이제 막 Cambridge 시험을 끝낸 학생들은 사실상 긴 여름 방학에 들어 가고 있고 NCEA를 통해 뉴질랜드의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은 아직 시험이 과목 별로 … 더보기

섬(an isle)

댓글 0 | 조회 3,337 | 2009.11.11
섬(an island)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a piece of land completely surrounded by water"다. 즉, 사방의 건널 수 없는… 더보기

Unfamiliar Texts - NCEA 준비 (2)

댓글 0 | 조회 3,647 | 2009.10.26
시나 산문 또는 연설문을 읽고 글쓴이의 의도와 글의 내용 또는 언어 기법들에 대한 이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은 한국에서도 학생들이 국어 시험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유형… 더보기

Film Study(영화 연구) – NCEA 시험 대비

댓글 0 | 조회 3,669 | 2009.10.23
뉴질랜드의 term 3 방학은, 이름 그대로 공부하기 위한 방학이다. 뉴질랜드에서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이 term 4 기간 11월부터 NCEA 외부고사를 보아야 하… 더보기

Who Moved My Desk? (누가 내 책상을 옮겼는가?)

댓글 0 | 조회 3,203 | 2009.09.22
만일 내가 '충성'을 다 바쳐 열심히 일하고 있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가? 1997년 시작되었던 IMF의 통제 경제의 어두… 더보기

A Streetcar Named Desire-(욕망 이라는 이름의 전차) - 영미…

댓글 0 | 조회 7,453 | 2009.09.09
몇년 전 뉴질랜드 신문에 학생들에게 가짜 영어 성적표를 만들어 주는 사기꾼(conman)에 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필요한 IELTS… 더보기

개미와 덩치

댓글 0 | 조회 3,876 | 2009.08.25
6살 아이가 열심히 짓밟고 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점 재미가 붙고, 이제는 발로 짓이기는 일과 자신이 동일시되어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 더보기

John Steinbeck의 ‘The Pearl’ - 영미 문학 산책(Ⅷ)

댓글 0 | 조회 11,177 | 2009.08.11
주로 영국문학 작품을 많이 다루는 뉴질랜드의 많은 학교들에서 예외적으로 많이 다루고 있는 미국문학 작품이 John Steinbeck의 작품들이다. 노벨 문학 상을… 더보기

언제 지불할 것인가?

댓글 0 | 조회 3,409 | 2009.07.29
아직도 식민지 근성이 많이 남아 있어서인지 '우리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의 것들을 너무 많이 깎아 내린다. 간단한 예로 'a place where meals ar… 더보기

역사 공부가 왜 필요한가

댓글 1 | 조회 3,640 | 2009.07.15
뉴질랜드에 있는 많은 한국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가 역사(history) 과목이다. 필자는 해가 짧은 겨울 방학 동안 학생들에게 세계사 책 한 권쯤 통… 더보기

잘 못 달리는 차로 인생 시작하기

댓글 0 | 조회 3,525 | 2009.06.24
어느덧 한국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서구 사회에서 운전 면허증의 의미는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나만의 차를 몰 수 있는 나이… 더보기

인종차별주의(Racism)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121 | 2009.06.09
사람들은 흔히 'difference(다름)'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 듯 보인다. 내가 속해 있는 모임에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 더보기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

댓글 0 | 조회 3,107 | 2009.05.26
아무래도 나도 그의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어느 기자의 말처럼 그가 오늘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딛고 정상에 오른 이들은 아름답다. 사람들은… 더보기

영미 문학 산책(VII) - The Great Gatsby(위대한 개츠비)

댓글 0 | 조회 3,927 | 2009.05.13
뉴질랜드의 학교에서는 대부분 Shakespeare로 대표되는 영국문학을 공부한다. 그러나 요즈음 국제 수학 능력 시험인 IB 시험 제도를 채택하는 학교들이 늘어 … 더보기

영원한 마이너 리거의 노래

댓글 0 | 조회 3,472 | 2009.04.29
이미 한국에서는 '패자 부활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한 번 마이너 리거가 되면 영원한 마이너 리거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게임의 법칙… 더보기

현재 영어 공부를 위한 한국어 죽이기(?)

댓글 0 | 조회 3,739 | 2009.04.15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를 발달시켜 나간다. 우리의 뇌 속에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교육을 통해, 독서를 통해, 즉, 언어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축적된 것이다. 물… 더보기

기도는 두 손 모아 한다

댓글 0 | 조회 3,512 | 2009.03.24
What do Leonardo da Vinci, Paul McCartney, and Napoleon have in common?(레오나르도 다 빈치, 폴 맥카트니… 더보기

뉴질랜드 학교 영어 정복하기(I)-Poetry

댓글 0 | 조회 3,913 | 2009.03.10
처음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을 때 교육에 관련된 두 가 지 사실에 놀랐다. 첫 번째는 뉴질랜드에는 교과서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국 교육이 획일적이라는 말들을 많이… 더보기

갈매기 조나단과 김수환 추기경

댓글 1 | 조회 3,917 | 2009.02.25
먼지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은빛 조각들이 날아 오르고 있었다. 바다 저편 한 가운데에서 터져 오르는 은빛 향연은 낚시대를 바라보던 아내와 나의 시선을 동시에 잡… 더보기

왜 뉴질랜드 영어 공부에서 정독(intensive reading)이 필요한가

댓글 0 | 조회 3,925 | 2009.02.11
한국 학생들이 뉴질랜드에 와서 영어를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아마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에세이일 것이다. 영어로 '읽기'와 '쓰기' 능력이 상… 더보기

제 8요일, 지상의 방 한 칸

댓글 0 | 조회 4,304 | 2009.01.29
어떤 이에게 벽(wall)은 세상과 나를 차단시켜주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a barrier between two areas)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 더보기

영미 문학산책 - George Orwell의 Animal Farm

댓글 0 | 조회 3,617 | 2009.01.16
George Orwell(조지 오웰)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다. 그의 저서로는 'Animal Farm'과 '1984년' 그리고 '카탈로니아 찬가' 등이 우리들… 더보기

1 인칭, 2 인칭, 3인칭, 그 사랑의 역설법

댓글 1 | 조회 3,745 | 2008.12.23
지금 현재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초등학생은 "엄마요!"라고 말한다. 좀 자란 아이는 "남자 친구요, 여자 친구요!"라고 대답하고, 한국의 부… 더보기

긴 여름 방학을 의미있게 보내기

댓글 0 | 조회 3,861 | 2008.12.10
한국에서는 방학이 다가오면 어머니들은 근심 걱정을 시작한다. 자녀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컴퓨터나 하고 방안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는 것처럼 힘든 일이 … 더보기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오바마; 그들의 꿈

댓글 0 | 조회 4,839 | 2008.11.25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더불어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은 또 한 명의 걸출한 지도자를 배출해 냈다. 우리에게 말콤 엑스(Malcolm X)라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