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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009. 13:16 코리아포스트 (219.♡.219.203)
재미있는 영어칼럼
아무래도 나도 그의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어느 기자의 말처럼 그가 오늘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딛고 정상에 오른 이들은 아름답다. 사람들은 얘기한다. 김연아 선수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그렇다. 그녀는 경쾌하고, 거리낌이 없고, 당당하고, 빛나기 까지한다. 그런데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은 선천성 형성 장애를 갖고 태어나 두 다리가 거의 없는 모습으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세진이의 모습이다.
네 번의 대수술을 거쳐 로봇다리를 달고 하루 여섯 시간씩 맹연습을 하는 장애인 수영 선수 김 세진이는 말한다. 물 속에서는 자유롭다고.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다고. 그런 세진이에게 '정상인들'은 자신들의 수영장에 들어오지도 못 하게 했다고 한다. 물 더러워 진다, 병 옮기면 어떻게 하냐고.
태어나서 저마다 맞이하는 인생의 출발선은 너무도 다르다. 배 속에서부터 몇 십억 주식을 불법이나 편법으로 상속 받으며 태어나는 아이부터, 선천성 장애아라고 남의 집 문 앞에 버려지는 세진이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이러한 다른 출발선을 세상은 인정해 주지 않는다. 최강자만이 사랑받고 빛나고 모든 걸 쓸어 가고 나머지 모두를 억압하려 한다. 그런데 세진이가 참가했던 2009년 영국 장애인 수영 대회에서는, 목표점에 다소 늦게 들어왔더라도 장애 정도에 따라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준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성숙하고 합리적인 생각의 결과이다.
선진국의 기준이 무엇인가? 국민 소득 4만불을 넘어서면 과연 선진국인가? 미국은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을 영웅으로 만드는 사회인데, 한국은 아직도 가장 빛나는 승리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승리를 이룩한 이러한 영웅들을 '병신'이라고 부르는 못난이들이 아직도 많은 사회다.
"I have often thought it would be a blessing if each human being were stricken blind and deaf for a few days at some time during his early adult life.("각 사람이 그의 성인 초반기에 며칠간 눈과 귀가 갑자기 멀게 된다면, 그것은 축복이 될 것이라고 나는 종종 생각했었다.) Darkness would make him more appreciative of sight; silence would teach him joy of sound."(어두움은 그가 눈이 보이는 것에 대해 더욱 감사하게 여기도록 해 줄 것이고, 침묵은 그에게 소리의 기쁨을 가르쳐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선정한 Helen Keller의 글 "Three Days to See(사흘만 볼 수 있다면)"의 시작 부분이다.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는 나는 믿는다. 넘어질 때마다 번번이 죽을 힘을 다해 다시 일어났고, 넘어지는 순간에도 나는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넘어져 봤기에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며칠 전 57살의 나이로 아버지 장왕록 교수의 품으로 떠나 버린 전 서강대 영문과 교수 장영희의 말이다. "내 발자국 소리는 10미터 밖에서 사람들이 알아들을 정도로 크다. 낡은 목발에 쇠로 된 다리 보조기까지, 정그렁 찌그덩 정그덩 찌그덩, 아무리 조용하게 걸으려도 걸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돌이켜 보면 내 삶은 요란한 발자국 소리에 좋은 운명, 나쁜 운명이 모조리 다 깨어나 마구 뒤섞인 혼동의 연속이었다." '보통이 최고'라는 자신의 글처럼 보통 사람으로 조용히 삶을 걸어가려 했지만 2009년 5월 한국은 진정한 삶의 승자였던 그녀에게 커다란 사랑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에세이스트이며, 두산 동아 출판사 영어 교과서의 유명 저자였으며,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It is silly not to hope.)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It is a sin.)"라고 나약한 우리의 영혼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던 그녀의 죽음에 각 언론 매체들은 다음과 같은 조사를 보내고 있다. – 아프지만 불꽃같았던 수필가의 삶. 오뚝이 수필가. 희망의 메신저. 삶이 기적이었던 우리 모두의 장영희였다.
2001년 유방암을 극복하고, 또 다시 맞이한 2004년 척추암을 극복하고, 서강대 강단으로 돌아와 강의를 다시 시작하고 중 고등학교 교과서를 집필하며, 월간 샘터에 글을 쓰다가 2008년 6월 호에 "독자들이 함께 그 위대한 힘(희망)을 믿고 언젠가 다시 홀연히 '새벽 창가에서'로 돌아올 장영희를 기다려 준다면 참 좋겠다.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다시 찾아온 암과 투쟁하기 위해 떠났던 그녀는 결국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살다(live)와 사랑하다(love)는 철자 하나 차이라며 열심히 살고 뜨겁게 사랑하다 우리의 곁을 떠난 장영희 교수의 유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이틀 만에 초판 3만부가 매진 되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당 신이 지금 힘겹게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바로 내일을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장영희, 죽은 그녀가 오늘도 희망을 이야기하며, 살아 있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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