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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2008. 15:18 KoreaTimes ()
재미있는 영어칼럼
며칠 전 영국의 Cambridge대학에서 전세계 20개 국가 학생들의 영어시험성적 순위를 발표했다. 물론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이다 보니 한국의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SAT나 TOEFL, TOEIC 등을 통한 순위가 아니라 영연방권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영어 평가시험 중 하나인 IELTS라는 시험을 통한 평가 였다. 한국은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들에게는 물론이고 발음 구조상 영어를 배우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 일본 보다도 뒤져서 쓰기, 말하기는 19위, 듣기 읽기는 18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전체 평균 9점 만점 기준으로 평균 5.21점으로 13위를 차지한 중국의 5.77과 16위를 차지한 일본의 5.52에도 뒤졌다. 20개국 중 아랍에미리트만 4.53으로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라고 한다. 한 IELTS 관계자는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조기 영어 교육 열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지만 성적은 제자리 걸음'이라며 '영어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교육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고 지적 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더구나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다.
과거, 읽기 쓰기에 집중했던 한국의 영어 학습방법의 결과로 현재 3,40대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한국 사람들 중에는 영어로 된 글을 읽기는 해도 말은 못하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외국 사람을 만나면 머리에 쥐가 나서 입이 굳어 버린다고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보게 된다. 또 영국이나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으신 분들이 실제 외국인을 만나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꼬집어 말하는 사람들도 만나 보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기성세대들은 자신 들이 배운 영어 교습 방법이 잘못돼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탓하면서 자신의 자녀들은 반드시 '말할 수 있는 영어 교육'을 시키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영어권 국가에 떨어뜨려 놓으면 영어로 말하기는 물론 학교 수업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바램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환상이 가져온 결과는 정말로 참담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발음은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되고 영어를 사용하는 친구들과도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놀이터에서 키위어린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있는 자녀들을 볼 때 느끼는 뿌듯함은 자녀 들이 어릴 때 뉴질랜드에 와서 1,2년쯤 된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 보셨을 것이다. 과거 읽기, 쓰기에 집중했다가 실패했다는 생각에 자녀들을 '영어로 말할 줄 아는' 학생들이 되도록 몰고 가다 보니 읽기 쓰기의 중요성을 등한시하게 되었고 실제로 고등 교육을 받을 때 필요한 읽기와 고급영어 실력을 갖추는 데는 게으르게 되었다. 어려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보면 말은 저절로 트이게 되지만 공부하는 영어, 즉 읽기 쓰기는 어느 정도 인위적인 노력 없이 저절로 해결되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게 되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런 방식의 공부를 위한 영어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때로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에세이를 쓸 수 있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학생들에게 필자가 해주는 말은 'Pay the pipper. (대가를 지불해라.)'이다. 영어로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서는 영문법 공부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급 구문(structure) 구성 능력을 길러야 하고, 풍부한 어휘(vocabulary) 실력을 길러야 하고, 많은 책들과 전문 잡지들, 그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일간 신문이라도 읽어서 풍부한 지식을 머리 속에 정리해 두어야 하며, 문학 에세이를 위해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심리와 작가의 의도를 준비된 자료들을 참조해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만 한다. 이러한 능력을 하루 아침에 길러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과정 속에는 본인의 땀을 흘리는 노력과 함께 최대한 짧은 시간에 이러한 통합적인 능력을 조직적으로 학습하도록 도울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 필요하기에 제대로 된 영어 공부를 하는 과정은 쉽지 만은 않은 과정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언어 능력이 선천적으로 뛰어나고 자리에 앉기만 하면 무엇인가 읽을 거리를 들고 있는 학생들은 좀 더 힘들이지 않고 이런 과정을 이룰 수 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부단한 노력 없이는 얻기 힘든 능력이다.
영어 교육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읽기, 쓰기에만 집중하다가, 이제는 말하기, 듣기를 중시하는 정책에 무게를 두는 것은 좋지만 영어 능력은 한가지 부분만 잘한다고 얻어 지는 것이 아니므로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시행해야 한다. 교육의 효과는 1,2년 안에 나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