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완행 열차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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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06. 14:31
KoreaTimes ()
재미있는 영어칼럼
그해 4월 말 나는 완행 열차 이야기를 했었다. 사랑하는 내 제자들에게. 중,고등학교 교사생활을 10년간 마치고, 필자가 얼마간 몸담고 있었던 노량진 정진학원은 주로 대입 재수생들이 많이 오는 단과 전문학원이었다. 친구들은 대학 캠퍼스에서 시위와 축제 준비에 한창인 그 봄, 내 제자들은 좁은 강의실에 이백 명씩 빼곡이 앉아 영어책을 무겁게 넘기고 있었다.
“꼭 비행기나 급행열차만 타라는 법있냐? 살면서 완행 열차 탈 때도 있는거야! 완행열차 한 번도 안타본 사람들은 완행열차의 맛을 모르잖아. 덜컹, 간이역에 서기도하고, 덜커덩 고장난 열차 수리하기 위해 멈추면, 내려서 기차길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 한 대 물기도 하고. 그러다, 담배 연기 속에서도 잘 보면, 기차길 자갈들을 비집고 민들레가 고개 내밀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잖아. 기차길 민들레, 아무나 볼 수 있는 것 아니다. 완행 열차 타봤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거야.”
그래, 그랬다. 필자도 기차길 민들레를 담배 연기 속에서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민들레처럼 아프게 피어나려는 그들을 쓰다듬어 줄 수 있었고, 뉴질랜드 집마다 보이는 잔디밭의 조그만 꽃들이 잘려져 나갈때면 아직도 가슴 한 구석이 아린지도 모른다. 쟤들도 꽃인데!
‘걸인 시인’이라고 불리우는 영국 시인이 있다. William Henry Davis(1871-1940)이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비뚤어진 뒷골목 생활을 하다가, 조모마저 죽자 걸인 생활을 10년 넘게 한 그는 훗날 이 시절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문학을 하고 싶은 야망으로 저주받지 않았다면 나는 죽는 날까지 거지로 남았을 것이다.”라고. 그의 대표작 ‘Leisure’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Leisure(바라볼 여유)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만일 우리가 가던길 멈춰 서서, 근심에 가득찬 눈길로,
주위를 바라볼 시간도 없다면 이 인생은 무엇인가?)
No time to stand beneath the boughs
And stare as long as sheep or cows
(나무 아래있는 양이나 소처럼
오랫동안 서서 바라볼 틈도 없다면)
No time to see, when woods we pass,
Where squirrels hide their nuts in grass.
(숲을 지나 갈 때 다람쥐들이
풀 속에 도토리를 감추는 것을 바라볼 시간도 없다면)
No time to see, in broad daylight,
Streams full of stars, like skies at night
(햇살 눈부신 한 낮, 밤 하늘처럼
별들이 출렁이는 개울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No time to turn at Beauty’s glance,
And watch her feet, how they can dance.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을 바라보며 그녀의 발이
어떻게 춤추는 지를 바라볼 시간도 없다면.)
No time to wait till her mouth can
Enrich that smile her eyes began.
(그녀의 눈가에서 시작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A poor life this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만일 우리가 멈춰서서, 근심에 가득찬 눈길로,
주위를 돌아 볼 시간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얼마 전 처음 골프에 입문한 분과 골프를 쳤다. 골프 연습장에서 몇 달간 레슨을 받았지만 필드는 그날 처음 나오게 된 그 왕초보분은 부지런히 치고, 뛰고, 때로는 자신의 공을 손으로 줍고하며 뒤에 따라오는 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렸하였지만, 저 앞과 바로 앞에 있는 사람들은 더 느려서 우리 일행은 때로는 기다리며 지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 앞의 홀을 비워둔 적이 없었다. 중간 홀 쯤에서 그 왕초보분이 친 공이 티에서 100m 정도 밖에 못갔고, 우리 일행은 그 분이 두 번째로 공을 치는 것을 지켜보며 그 부근에 서 있었다. 순간, 우리 바로 뒤에 공 하나가 날아와 떨어졌다. 뒤 따라 오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실수인지 고의인지 친 공이었다. 참, 참! 유구무언이다. 아마 그들은 KTX만 타고 다니는 인생이어서 그런가 보다.
A poor life this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만일 우리가 멈춰서서, 걱정스러운 눈길로, 주위를 돌아 볼 시간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골프인생일까?) 골프장에서 스윙을 하려다가, 잠시 멈추고, 자신의 올챙이 적 생각을 하며, 초보자를 배려해서 기다려 줄 여유도 없다면, 얼마나 불쌍한 골프 인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