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 알렉산더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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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007. 10:35
KoreaTimes ()
재미있는 영어칼럼
한국에서는 대선 정국이 시작되고 있고, 대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그냥 대통령이 아니고 훌륭한 대통령, 나아가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처럼 자신에게 표를 몰아 주기를 역설하고 있다. 과연 훌륭한 대통령의 자질은 무엇인가?
TV 한 모퉁이에서는 요즈음 사극이 인기다. 그것도 한민족 역사상 자랑스러웠던 왕들인 광개토대왕과 영조, 정조대왕이 주인공들이다. 그러면 역사상 대왕이라고 칭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인류 역사상 가장 커다란 영토를 차지했던 징기스칸은 대왕이라는 말이 따라 붙지 않는 데, 알렉산더는 'The Great', 대왕이라는 칭호가 따라 붙는다. 인종적 차별 때문일까? 'The Great King, 대왕'은 문무 양쪽 모두의 업적, 즉 영토 확장과 문화적인 업적 두 분야 모두에서 큰 발자취를 동시에 남긴 왕에게 붙이는 칭호다. 따라서 콧대 높은 유럽인들에게까지 '징기스칸 콤플렉스'를 남겨 주었던 징기스칸이지만 커다란 문화적 발전은 이루지 못했기에 그에게는 대왕의 칭호를 붙이지 않는다. 알렉산더는 그리스 변방 마케도니아의 애꾸눈박이 술주정꾼 필립 왕의 아들로 태어나 그리스 전 지역을 장악하고 동방원정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방대한 영토를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 그리스 문명과 오리엔트 문명, 즉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충돌과 포용 나아가 두 문명의 조화를 통한 큰 문화적 업적을 남겼기에 후세 사람들은 그에게 주저 하지 않고 'The Great'라는 칭호를 붙인다.
광개토대왕은 '아! 고구려,' 자랑스런 우리 고대사의 정점에 서서 고구려의 영토를 북만주 벌판까지 넓히며 활약했던 불세출의 영웅이다. 아울러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미흡한 면도 있지만 '광개토대왕비'라는 고대사의 귀중한 자료를 남긴 업적으로 인해 우리는 그를 '대왕'이라고 칭하고 있다. 수 많은 문화적 업적을 남긴 세종은, 아울러 북진정책을 펴 조선의 영토를 거의 오늘날 남북한 영토까지 확장시켜 놓았기에 우리는 그를 기꺼이 세종대왕이라 부른다.
그러면 오늘날 'The great president', 위대한 대통령, 훌륭한 대통령의 자격은 무엇일까?
탱크와 미사일을 앞세워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략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 21세기의 전쟁은 무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활동과 스포츠와 문화를 통해서 이루어 진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의 부를 축적하여 부유한 나라가 될 때, 과거 영토 확장을 통해 대국이 되었던 것에 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 정치는 삼류'라는 오명을 벗고 정치 선진화를 이루고 그 토대 위에서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역할을 다할 때 우리는 그를 훌륭한 대통령으로 훗날 역사에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알렉산더는 그의 질병으로 인한 일화를 포함하여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철학자 디오게네스와의 일화는 가장 잘 알려진 것이다. 어느 날 알렉산더는 가르침을 받고자 디오게네스를 찾아간다. 그 때 디오게네스는 커다란 나무 통에 기대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Diogenes, I have heard a great deal about your wisdom.(“디오게네스, 당신의 지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어왔소.) Is there anything that I can do for you?”(내가 당신을 위해 해 줄 것이 있겠소?”) “Yes,”said Diogenes.(“그렇소.”디오게네스가 말했다.) “You can stand a little on one side, so as not to keep the sunshine from me.”(“나로부터 햇빛을 가리지 않게 조금 옆으로 비켜 주시오.”) This answer was so different from what he expected, that the king was much surprised. (이 대답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 너무나 달라서, 알렉산더는 매우 놀랐다.) But it did not make him angry; it only made him admire the strange man all the more.(그러나 그것이 그를 화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것은 단지 그가 그 괴짜 디오게네스를 더욱 더 존경하게 만들었다.) When he turned to ride back, he said to his officers.(말을 타려고 몸을 돌리면서, 그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Say what you will; if I were not Alexander, I would like to be Diogenes.”(“너 희들이 무슨 말을 한다 할지라도, 만일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라면, 나는 디오게네스가 되고싶다.”)
앞서 언급했던 역사적 업적들보다도 나는 이 일화에서 알렉산더의 대왕으로서의 자질을 발견한다. 칼도 필요없고 눈짓 하나만으로도 이 가녀린 철학자의 생명줄을 끊어 버릴 수 있었던 왕이었지만, 디오게네스에게 고개 숙이고 돌아설 줄 알았던 알렉산더. 그는 자신의 칼이 지배할 수 있는 세계와 디오게네스가 지배하는 정신의 세계와의 차이점을 정확히 깨닫고 승복할 줄 알았다. 그러한 그 였기에 동방원정에서도 오리엔트 문명을 말발굽으로 짓밟지 않았고 문화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두 문명을 융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디오게네스를, 다른 사람의 영역을 진정으로 인정할 줄 알았던 대통령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현직 대통령이 그런 인물인가? 아니면 새로운 대권 후보 중에 과연 그런 인물이 있을까? 알렉산더는 저 옛날 먼 곳의 대왕으로만 남아있어야만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