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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산하
절로 가는 길은 성당을 거쳐야 하고
성당으로 가는 길은 절을 거쳐야 한다.
성당 마당에는 목련과 은행나무가 서 있다.
목련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있고
은행나무는 삶을 마감한 열매들이 떨어져 있다.
두 나무가 서로 나란히 피고 진다.
성당을 지나 절로 들어선다.
절에는 넘어야 할 계단이 많다.
한 계단 오르면 목련꽃이 피고
다음 계단을 오르면 은행 열매가 지고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풍경이 보인다.
풍경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도 소리를 울리고
꽃보다 잎이 먼저 피어도 소리를 울린다.
이렇듯 흔들리면 우는 것은
바람 탓도 아니요,
세월 탓도 아니다.
무엇이 먼저 피고 지든
세상을 간절히 본 자의 저문 눈빛 같은 풍경소리는
허공을 버림으로써 계단에 이르고
계단을 버림으로써 허공에 이른다.
절로 가는 길은 성당을 거쳐야 하고
성당으로 가는 길은 절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