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하면 다경하다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건양하면 다경하다고?

0 개 326 조기조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절기(節氣)를 두니 한 절기는 반 달(15일) 만에 돌아온다. 절기의 시작은 입춘(立春)이고 올해는 2월 4일이다. 입춘이 지나고 15일(2월 19일)이면 우수(雨水)라고 하는데 봄비가 내리는 때라는 것이다. 봄비가 대지를 녹이면 이후의 15일에 오는 경칩(驚蟄; 3월 5일)은 겨울잠을 자던 벌레나 개구리 따위가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때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이 있었으니 개구리가 나오고 벌 나비가 왕성하게 움직이겠다. 꽃피고 싹이 나는 봄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봄(spring)은 운이 용수철(spring)처럼 튀고 샘물(spring)이 퐁퐁 솟는 spring out 같은 sprout이 새싹이고 움이고 꽃봉오리란다. 참 재미있다.


이런 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고(공전; 公轉) 달은 지구를 따라 도는데 지구가 태양을 타원형 궤도로 23.5도 기울어 돌기에 태양과 가까우면 더운 여름이고 멀면 추운 겨울이 된다. 태양, 지구, 달의 위치에 따라 일식(日蝕)과 월식(月蝕)이 있고 태양을 따라 도는 지구의 밤낮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 낮이 가장 긴 하지와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있다. 순서는 춘분(3월 20일), 하지(6월 21일), 추분(9월 22일), 동지(12월 22일)의 순이며 91일씩 차이난다. 


우리가 보는 달은 매일 모양이 다르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데 이것은 태양과 지구, 달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태양빛을 반사하는 달 표면이 다른 각도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에 따라 물때가 달라지고 사리와 조금이 있게 된다. 사리를 삭망(朔望)이라고도 하는데 삭망의 삭(朔)은 초하루를 뜻하지만 초하루는 바로 그믐 다음이라 물때의 사리는 보름과 그믐을 말하고 항상 7물이다. 만약 음력이 작은 달(29일이 그믐)이면 30일이 없어 7물은 건너뛰고 다음달 1일(초하루)은 8물이 된다. 조금(8일, 23일)은 항상 15물에 해당하는데 그냥 ‘조금’이라 부른다. 조금의 뒷날인 9일과 24일은 다시 1물부터 시작한다.


조금(소조기; 小潮期)은 바닷물이 적게 밀려왔다가 적게 밀려가는 현상을 말하고 사리(대조기; 大潮期)는 바닷물이 많이 밀려왔다가 많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바닷물은 하루에 2차례씩 물이 드는 만조(滿潮)와 빠지는 간조(干潮)가 일어나는데 평균 간격은 12시간 정도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 태양-달-지구의 순서로 일직선을 이루게 되면 달과 태양에 의한 인력이 최대가 되고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일직선을 이루게 되면 태양과 달의 인력이 상쇄되어 최소가 되기 때문이다.


음력 날짜를 알면 그날이 몇 물인지 알 수 있다. 사리 물때는 바닷물이 많이 빠져 해루 질을 하기에 좋다. 대개 개펄에서 어패류를 잡는 해루 질은 사리(7물) 전후로 하는데 개펄에 나갔다가 만조가 시작해도 물이 드는 것을 쉽게 보면 위험하다. 물은 밀려오기도 하지만 차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절기는 양력이고 물때는 음력이다. 세상 사람들이 편하다고 양력을 채택하기는 했지만 양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은 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 자연도 음양의 조화가 필요한 것 같다.



고종 때에 일제는 청나라가 쓰는 음력 말고 일본이 쓰는 양력을 쓰면(건양; 建陽) 좋은 일이 많다(다경; 多慶)면서 건양이라는 국호를 강권했다. 양력 사용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일제는 곧 명성황후를 처참하게 시해했다. 1895년의 을미사변이다. 바로 청일전쟁에서 이기고 나서다. 을미사변 이후에 수립된 개화파 김홍집 내각은 1895년에 양력 사용을 채택하였고 1896년(개국 505년)부터 국호, 건양(建陽)을 사용하였는데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흉흉하고 불안해서 고종은 세자를 데리고 경복궁에서 러시아 공사관으로 야반도주한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이다. 1년 넘게 피신했다가 1897년에 돌아온 고종은 국호를 광무(光武)로 바꾸어버렸다. 양력이 옳긴 하지만 다경(多慶)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일본의 만행이 끔찍해서 불경(不慶)했고 이가 갈리는 일이었다.


입춘은 봄을 시작하며 한 해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는 때다. 나는 입춘이면 “춘약불경(春若不耕) 추무소망(秋無所望)”이 먼저 떠오른다. “봄에 심고 가꾸지 않으면 가을에 어찌 얻을 것이 있겠는가?”하니 말이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種子)는 먹지 않고 죽는다고 했다. 봄이 오면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춘에 대문이나 문설주에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 붙이고 희망과 각오를 새롭게 한다. 봄이 되니 좋은 일만 가득하라는 입춘대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양력을 사용하면(건양) 경사스런 일이 많다(다경)”는 건양다경은 뚱딴지같다. 알고 보면 불쾌하기만 하다. 차라리 만사여의(萬事如意)나 “매일 좋은 일 하나라도 하겠습니다”하고 다짐하는 일일일선(一日一善)은 어떨까?


출처 : 서울문화투데이


6d30a6ebd01e2a568fb49f2a812eb721_1710318389_5544.jpg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품위 있는 죽음(Well-dying)

댓글 0 | 조회 1,058 | 2024.03.22
지난주 아내와 함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1층 소재 메가박스에서 영화 <소풍>(러닝타임 114분)을 관람했다. 지난 2월 7일 개봉한 <소풍>…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421 | 2024.03.13
리커넥트는 다가오는 4월을 시작으로, 정신건강이라는 주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웰빙을 향상하는 목표로 Henderson High School에서 “Care to… 더보기
Now

현재 건양하면 다경하다고?

댓글 0 | 조회 327 | 2024.03.13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절기(節氣)를 두니 한 절기는 반 달(15일) 만에 돌아온다. 절기의 시작은 입춘(立春)이고 올해는 2월 4일이다. 입춘이 지나고 15일(… 더보기

‘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댓글 0 | 조회 486 | 2024.03.13
지난 2월 14일 수요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 판결을 받은 날이면서, 교회성당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사순절, 즉 40일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죽음 이… 더보기

한 사람을 사랑했네

댓글 0 | 조회 582 | 2024.03.13
시인 이 정하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슬픔과 그리움은내 인생 전체를 … 더보기

우선순위가 있는 삶

댓글 0 | 조회 494 | 2024.03.13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갈등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의 우선 순위를 생각해보면서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더보기

호미로 일군 미각 혁명, 망경산사

댓글 0 | 조회 332 | 2024.03.13
사찰음식 초짜의 사찰 탐방기무던히 잘만 달리던 소나타가 비탈길을 만나 고속의 알피엠(rpm)으로 헐떡이더니 풍랑을 만난 조각배처럼 연이은 굽잇길에 휘청였다. 좌회… 더보기

욕실 리모델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댓글 0 | 조회 659 | 2024.03.13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 중 하나인 욕실을 새롭게 꾸미려고 할 때, 그 설렘이란 이루 말할 수 없죠. 하지만, 어… 더보기

입만 벌려도 턱이 너무 아파요 ㅠ ㅠ

댓글 0 | 조회 509 | 2024.03.13
말을 하거나 음식을 씹는 행위를 제외하고도 하루 중 우리의 턱관절은 침을 삼키기 위해 잠을 잘 때에는 1분에 1번, 잠을 자지 않을 때에는 1분에 2번 움직인다.… 더보기

기업 감사(audit)를 준비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541 | 2024.03.12
특정 규모의 기업들에게는 정기 감사는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감사를 위해 최대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재무를 준비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감사 준비는 철저해야 하며… 더보기

하체 집중 케어 요가

댓글 0 | 조회 587 | 2024.03.12
볼록한 앞벅지 1cm 얇아지는 운동과 스트레치“유독 앞벅지 살이 툭 튀어나와 고민이에요 ㅠㅠ”“이상하게 엉밑살(엉덩이 밑의 군살)에 살이 잘 안빠져요..”제 유튜… 더보기

남자의 마음

댓글 0 | 조회 420 | 2024.03.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비가 그친 강물에마음 설레고 싶어홀로 강가를 걷다가심하게 넘어진 날약 발라주던 아내가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교회에 있어야 할 시간에땡땡이쳐 받은… 더보기

Post Study 워크비자 완전정복기

댓글 0 | 조회 810 | 2024.03.12
뉴질랜드는 소위 “유학후 이민 워크비자와 영주권”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유학생 출신자들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주어지는 Post Study 워크비자는 … 더보기

고독을 사랑하는 남자

댓글 0 | 조회 407 | 2024.03.12
반대편에 위치한 뉴질랜드로 이주해 살면서 흔히 부딪히는 말이 ‘고독’ 과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두 단어의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틀린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더보기

호흡과 식사

댓글 0 | 조회 218 | 2024.03.12
식사 후에는 가급적 단전호흡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식후 호흡을 하면 몸속에서 기가 엉켜 순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지난 후 … 더보기

뇌경색(腦梗塞)

댓글 0 | 조회 555 | 2024.03.08
“새벽안개 헤치며 달려가는 첫차에 몸을 싣고 꿈도 싣고 내 마음 모두 싣고 떠나갑니다. ...” 가수 방실이(본명 방영순)이 부른 ‘첫차’의 첫 소절이다. 가수 … 더보기

한국의대 2천명 증원 찬스 100% 활용하기

댓글 0 | 조회 1,022 | 2024.03.05
윤석렬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로 20여 년 동안 동결 되었던 한국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매년 2천명씩 증원하여 향후 5년간 1만 명을 추가로 모집인원을 늘린다… 더보기

대붕(大鵬), 관정(冠廷) 이종환

댓글 0 | 조회 355 | 2024.02.28
TV에서 장학퀴즈를 보고 다들 어찌 그리도 똑똑하고 많은 것을 아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분위기를 띄워주면 “전국 고등학생들의 건전한… 더보기

나보다 먼저이신

댓글 0 | 조회 369 | 2024.02.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사람을 대하는 것이힘들다고 느껴질 때나를 따르던 열 두 명이 모두 돌아섰지만나는 그들을 먼저 찾아가생선 구워 놓고 기다렸다며이번만 네가 먼저… 더보기

생리가 잘 나오지 않아요

댓글 0 | 조회 893 | 2024.02.28
여성의 건강 지표 중에서 월경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초경 이후 매달 치르는 이 생리현상은 개인적으로 다양한 양상을 띠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 월경이 갑… 더보기

2024년 1월 영주비자 신청 변경 사항

댓글 0 | 조회 1,881 | 2024.02.28
영구영주권은 (Permanent Resident Visa) 일반적으로 영주권이 (Resident Visa) 부여된 후의 다음 단계입니다. 주된 차이점은 영구영주권… 더보기

의지를 주도하라

댓글 0 | 조회 245 | 2024.02.28
밀린 잡무를 힙겹게 마무리하고 겨우 한숨을 돌리고 나니.. 배가 고팠습니다. 시계를 내려다보니 점심시간은 이미 한참전에 지났고 오히려 저녁먹을 시간이 더 가까운 … 더보기

침 고인다! 돌고 도는 다정다감한 맛

댓글 0 | 조회 423 | 2024.02.28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 강좌에서주호 스님과 함께 만드는 여름 사찰음식 이야기스님을 아는 이들은 곧 자취를 감출 끝물 가죽나무순이라든가 귀한 야생 산초열매 같은 것… 더보기

우리집 물에서 녹물이 나와요!

댓글 0 | 조회 615 | 2024.02.27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오클랜드에서 플러머로 일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집주인 분들이 가장 당황하며 급하게 저… 더보기

잃었던 정서(情緖)를 마주하던 날

댓글 0 | 조회 471 | 2024.02.27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의 하루 . . .또 한 날 선물로 받은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어영부영 보내기엔 불안하고 괜스레 죄스럽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자 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