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랑자로 떠돌 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내가 방랑자로 떠돌 때

0 개 1,442 수필기행

■ 장 기오 


젊었을 때 나는 장돌뱅이처럼 세상을 떠돌았다. 한 달에 20일 이상을 보따리를 싸들고 이 도시, 저 항구로 배회했다. 내가 그렇게 떠돌면서 느낀 절경(絶景)이란 마음에 있지 풍경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로망의 기억이 생생한 어느 공원, 떠나 버린 애인의 뒷모습이 생각나는 어느 해변의 쓸쓸한 일몰, 어머니의 꽃상여가 나가던 봄꽃의 동산, 그 허무한 낙화, 이렇듯 마음에 있는 곳에 정감이 담긴다.


천하의 절경일지라도 내 추억이, 내 가슴이 담기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또 의미가 있는 곳은 기존의 의미로 인해 가슴에 닿는다. 아폴리네르가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른다’고 노래했기에 사람들은 다리 위에서 걸음을 멈추고 감격스러워한다. 난정(蘭亭)도 우군(右軍, 왕휘지)이 없었다면 무성한 숲, 긴 대나무 밭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어느 해 봄, 목포 근방 항구였던가?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한 조그마한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벚꽃은 꽃비로 흩어져 내리고 햇볕은 따뜻해 나는 꿈을 꾸듯 몽롱한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평화롭고 아름답다.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다. 누구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시(詩)라도 쓰고 싶었다. 아니 누구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었다.


그때 나는 배가 오기를 기다리며 부둣가에 앉아 따뜻한 햇볕에 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거기가 어딘지 딱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데쟈뷰(deja-vu)다. 가끔 꿈속에서 그런 풍경들이 보인다. 거기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분명 가 보았던 기억이 나던 곳인데 말이다.


나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잊지 못할 장소가 몇 군데 있다. 채석강의 석양이 그렇다. 지금은 방파제가 생기고 그 주변으로 포장마차들이 들어서 많이 망가졌지만 그 옛날의 채석강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채석강에는 바다로 향해 많은 동굴들이 나 있다. 대패로 깍은 듯한 바위를 겹겹이 쌓아 형성된 절벽의 기이함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동굴에서 지는 해를 보면 가히 절경이라 할만하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 줌렌즈로 당겨 석양을 찍을라치면 동굴 입구를 꽉 채운 해가 이글거리며 바다 위로 ‘첨벙’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들고 나는 물길로 인해 조금만 물때를 놓쳐도 물길에 갇히고 말기 때문에 익사할 위험도 많다. 지금은 동굴 속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철망을 쳐 놓아 그 비경을 감상할 수가 없지만 <산곡의 백합> 이라는 작품을 촬영할 때 나는 그 석양에 반해 시간을 놓쳐 익사할 뻔한 일이 있어 기억이 새로운 장소다.


108dc9f4e181b79d53b90c7fe67b4676_1645475826_3954.png
 

일출이 아름다운 곳은 동해 추암이 단연 으뜸이다. 추암의 일출은 그냥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아니다. 추암은 바다 가운데 바위군(群)이 있다. 이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은 바다 위로 불쑥 솟아오르는 태양과는 다른 장엄미가 있다.


이 봄에는 섬진강가로 갈 일이다. 매화마을에 들러 꽃잎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서 술이라도 한잔 마셔 보라. 세상 근심은 다 사라지고 신선이 될 것이다. 수십만 평에 조성된 매화나무 어디에 앉아도 흥취는 그만 그만일 것이다. 연인과 함께한다면 더욱 좋으리라.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시라도 한 수 읊어 본다면 시인이 따로 있을 소냐. 그대들이 시인일 것이다.


고즈넉한 절로는 주왕산의 주왕암이 으뜸이고 그 위로 자리잡은 학소대도 절경이다. 그러나 나만 알고 남들이 모르는 절경이 하나 있다. 두타산의 두타산성이 바로 그곳이다. 내가 그곳을 방문했을 때는 늦여름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을 때였다.


비안개가 산허리를 감돌아 산 전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도통 짐작이 가질 않았지만 안개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기암 절벽이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절벽 위로는 겹겹의 바위들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름이 전신을 훑으면서 머리끝이 곤두섰다.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이처럼 우뚝한 산은 많지 않다. 물론 금강산이나 설악산 같은 유명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좁은 공간에서 이런 절경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산은 드물다. 그러나 올라가는 코스는 난코스다. 로프를 잡고 한 시간은 올라가야 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동진강의 갯벌, 만경강변의 갈대숲, 소쇄원의 바람 소리와 대나무 향기에 잠시 사색에 잠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에 가서는 부족한 서권기(書卷氣), 문자향(文字香)을 채울 일이다. 그러나 이런 절경들이 아직까지 보존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조금만 괜찮다 싶으면 닭볶음탕 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어떤 여행가가 추천을 하면 금세 사람들이 몰려 술판과 노래판이 벌어지는 등 단숨에 세속화되어 버린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왜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미건조하게 살아야 하는가에 심각한 회의가 생겼을 때나 삶이 고통스럽고 생이 지루하고 하루하루가 권태로울 때도 사람들은 바람처럼 여행을 떠난다. 거기에서 어떤 희망을 찾고 구원을 얻는다.


신혼여행도 그렇다. 새로운 출발을 자축하고 어떤 결의를 다짐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여행은 삶의 구원행위다. 그 장소가 비록 하찮은 장소라 할지라도 거기에서 어떤 구원을 얻었다면 그곳은 그의 인생에서 절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음이 닿지 않으면 절경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 없는 곳의 풍경은 그냥 스쳐 간다. 기억에도 남지 않는다. 절은 절, 경치는 경치, 도토리묵에 술판이나 벌이면 그것으로 끝이다.


마음 있는 곳에 추억이 생기고 뜻이 생길 것이다. 여행은 좋은 곳을 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곳을 마음에 담는 행위다. 그래야 아름다워진다.


■ 장 기오(전 KBS 대PD, 수필가)  
108dc9f4e181b79d53b90c7fe67b4676_1645475874_2005.png 
 

절식 만사(節食 萬事)

댓글 0 | 조회 1,113 | 2022.09.27
내동댕이치고 멀리로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것이 헌 신짝이다. 헌 신짝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간의 애증이 있다 해도 어쩌겠는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 더보기

뉴질랜드 유학생의 웰빙을 위한 지원: Vikram Selvaraj의 호소

댓글 0 | 조회 2,335 | 2022.09.26
Vikram Selvaraj공부하면서, 뉴질랜드 인으로서의 발판을 찾고, 뉴질랜드 유학생 협회 (NZISA)의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분주히 하느라 여가 시간이별로 … 더보기

[포토스케치] Journey of Camino 2

댓글 0 | 조회 1,193 | 2022.09.26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샌티아고 순례길

도박 피해 인식 주간

댓글 0 | 조회 2,048 | 2022.09.26
2005 년부터 9 월 첫 주에는 도박 피해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아시안 패밀리 서비스를 포함한 많은 기관들이 참여해 왔습니다. 올해는 9 월… 더보기

환절기 심·뇌혈관 질환자 증가

댓글 0 | 조회 1,448 | 2022.09.24
정부는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9월 첫째 주(1-7일)를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주간’으로 지정하고 대국민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더보기

한국대학 입시 15년 분석

댓글 0 | 조회 1,593 | 2022.09.22
2008학년도부터 교민 1.5세 들이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대학에 입학하기 시작한지 어언 15년이 되어 간다.필자는 매년 외국인전형, 재외국민전형,… 더보기

백신주사를 맞읍시다

댓글 0 | 조회 3,207 | 2022.09.20
코비드 백신과 독감 백신을 맞읍시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댓글 0 | 조회 1,587 | 2022.09.14
페로의 나이는 15살이다. 고양이의 나이로 친다면 80은 족히 넘고도 남았을 것이다. 구미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어디 사람들뿐인가? … 더보기

차별금지법 없는 선진국은 없다!

댓글 0 | 조회 1,448 | 2022.09.14
대개 차별은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무기한 고용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재중동포 출신 여성노동자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외국인(중국… 더보기

고려장

댓글 0 | 조회 1,832 | 2022.09.14
시인 최 재호10년 전 이른 겨울커다란 이민가방에남은 꿈을 구겨 담으며떠나온 고향행여 하나 빠뜨릴까바리바리 챙겨 담은 짐 속에빠져버린 홀어머니낯 설은 생활의 골목… 더보기

그녀의 과거는...

댓글 0 | 조회 1,825 | 2022.09.14
지난 주 어느 날, 띠링~ 하며 반가운 메세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쌔엠~ 저 뉴질랜드 왔어요. 시간 되실까 해서 연락드려요~”애교 넘치는 문자투만 봐도 누군지 … 더보기

자연에 덧칠한 양평 용문사 (楊平 龍門寺)

댓글 0 | 조회 1,196 | 2022.09.14
용문사에 이르기까지물 맑고 산 좋기로 소문난 양평군에서 용문사에 이르는 길은 한 번쯤 멈추지 않고선 못 배길 테다. 강변 정취를 뽐내는 카페, 곳곳에 숨은 맛집이… 더보기

Build-to-rent 세금 감면 조치는 개인 임대인들에게 불공평합니까?

댓글 0 | 조회 2,074 | 2022.09.14
Build-to-rent 는 무엇인가?Build-to-rent 부동산은 장기 임대 숙박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지어진 중대형 규모의 다세대 주거용 주택 개발입니다.… 더보기

리커넥트 9월/10월 멘탈헬스 프로젝트 소개

댓글 0 | 조회 1,271 | 2022.09.14
프로젝트의 목적2019년도에 찾아온 코로나와 락다운으로 인하여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커넥트는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 위하여… 더보기

매일 3분!!! 칼.소.폭 레전드 운동

댓글 0 | 조회 1,235 | 2022.09.14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맘잡고 운동하기 쉽다체중감량에 매번 실패한다주말, 휴일이면 어김없이 과식 야식을 반복한다.위의 세가지 중 한가지라도 해당 사항 있으신 분들은… 더보기

우리 아이들은 힘든 겨울을 잘 견뎌 내고 있습니다

댓글 0 | 조회 1,135 | 2022.09.14
아이들을 집에 있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보내야 할까요? 소아과 의사 Dr Jin Russell은 병치레가 많은 이 시기에 우리가 학교나 어린이집과 함께 아이들(… 더보기

Covid-19 제한 조치 폐지, 해제 및 권장 사항 업데이트

댓글 0 | 조회 1,631 | 2022.09.14

피할 수 없는 W/V조건변경

댓글 0 | 조회 2,744 | 2022.09.14
뉴질랜드라는 국가 내에 합법적인 체류를 위해서는 영주권 비자(뉴질랜드 국적자 제외) 또는 비영주권자 비자를 소지해야만 가능합니다. 비영주권자 비자 중에 체류와 풀… 더보기

굄대

댓글 0 | 조회 1,058 | 2022.09.14
■ 최 현숙군불 지핀 방안이 후끈하다. 퀴퀴한 냄새가 훈기를 더하는 아랫목에 두레상이 놓여 있다. 갓 지은 햅쌀밥에 김장김치와 청국장. 농사철이면 동동걸음을 쳐도… 더보기

심포삼초는 가장 중요한 장부

댓글 0 | 조회 1,754 | 2022.09.14
심포삼초(心包三焦)는 면역력, 생명력, 저항력, 힘을 담당하는 장부입니다. 그런데 심포삼초는 눈에 보이는 장부가 아닙니다. 의사들이 우리 몸 어딘가에 있다고 추정… 더보기

노년을 외롭지 않게 준비해요

댓글 0 | 조회 2,605 | 2022.09.13
노스쇼어 병원에 입원을 하면 아시안 헬스서비스에서 사회복지사분들이 방문하여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지 살펴보러 옵니다. 몇 해전 어머니께서 입원하셨을… 더보기

뒤땅 치는 샷의 방지 요령

댓글 0 | 조회 1,613 | 2022.09.13
치핑에서의 실수그라운드 상황이 좋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적 부담이 큰 경우 뒤땅성의 실수가 많아진다. 자신 있게 스윙이 이루어 지지 않을 때와 특히 임팩트 … 더보기

추석이 지나는 밤

댓글 0 | 조회 984 | 2022.09.1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콩이 들은 송편을눈썰미로 제치고기대감으로 한 입 깨물면입안에는 인생 최대의 좌절이 번지고깨가 들은 송편은 누이들에게 들려 있었다소나무 잎을 … 더보기

바다 물속을 맨발로 걸었더니…… (1)

댓글 0 | 조회 1,591 | 2022.09.13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손해를 보거나 불편을 겪는 일이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마련이다. 2020년 초부터 우리의 생존을 위험 속에 몰아넣고 생활환경을 바… 더보기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 EI)의 중요성과 개발하기 위…

댓글 0 | 조회 1,125 | 2022.09.13
이번 호에서는 지능(IQ)과 더불어 그 주요성이 강조되는 감정지능에 대하여 그것의 중요성과 개발하기 위한 주요한 팁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감정지능은 자신이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