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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휑한 자리에는
햇빛이 저녁으로 바뀌도록
내가 타고 갈 차 하나만
종일 고요함을 견디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길은
느린 걸음으로 집에 가고 싶습니다
걷다가 자전거 타고 오는
아가씨를 비켜주면
지어주는 웃음이 예뻐
먼 데까지 돌아보고
산책하는 노인에게
곁에 있는 개의 이름도 묻고
몇 살 되었는지 물으면
곁을 떠난 아내가 생각나
그리움에 메인 목소리일 겁니다
나 혼자 건너는 신호등에
기다려 주는 차들이 고마워
모두들 집에 잘 도착해
진한 키스로 잠자리에 들기를 바라고
마주친 하교길 아이들은
헝클어진 교복도 싱그러운데
어쩐일인지 나는
회한의 가슴이 됩니다
어쩐다지요 오늘도
나는 이 모든 것 잃고
서둘러 달리며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