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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Rotary Club 모임에서 Kiwi참석자와 교민 회원들 간에 젓가락으로 콩을 집어 옆 그릇으로 옮겨 담는 내기를 한 적이 있었다. 웃자고 했었으나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우리 한국인의 손가락 끝 감각을 당할 수는 없었다. 손 가락운동은 뇌 기능과 연결되어 있고 인지(人智) 계발과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손 가락을 움직인다는 것은 손과 팔의 핵심 근육은 물론, 어깨 힘까지 동원한다고 한다. 글씨쓰기도 자판도 모두 손가락을 사용하지만 그 영향력은 차이가 있다. “모든 게 내 손 안에 있다”는 말처럼 이제는 “모든 게 내 손가락 끝에 있다”라는 말을 할 만큼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
Computer가 생필품이 되고 자판(字板)이 필기도구를 대신하여 문자생활에 혁신이 이뤄졌다. 공책에 연필 등 필기도구로 글씨를 꼬박 꼬박 쓰는 대신에 Computer, Tablet PC, Smart Phone에 더 익숙해진 MZ세대의 특징에 관심이 간다. MZ이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Millennium 세대와 1990중반~2000초 출생한 Z세대를 일컫는데 이 “번개세대”는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정보기술(IT) 세대이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대신 손가락 끝으로 자판을 가볍게 쳐, 쓰기와는 멀어지고 있다. 글씨쓰기도 자판도 모두 손가락을 사용하지만 그 영향력은 차이가 있다. 요즘, 특히 Covid-19의 4단계로 On-line수업을 하여 어린 학생들도 손가락 수업에 익숙해졌다. 이러한 현상이 오래 계속되면 학습 장애의 한 가지인 필기불능증(Dysgraphia)현상이 염려된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주의력 결핍이 특징이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와 유럽과 미국 등, 세계적으로 필기를 하는 문화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나이 먹은 사람들이 쓰는 손 글씨(필기체)는 오히려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움과 향수(鄕愁)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요즈음은 중요한 서류에 본인의 서명도 Internet을 이용해야만 할 때가 있는데 적어도 자기 이름과 서명만은 자기 손으로 하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세상이 멀어지는 것 같아 서글프다. Keyboard는 손 글씨를 죽어가게 하는 듯하다. 손 글씨는 Keyboard를 사용하는 것보다 뇌 기능을 활발하게 한다는 한 전문 연구결과가 있다.
자녀들에게 손으로 쓰는 훈련을 시키기 위해서는 집에서 어른들이나 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 가지 방법으로 우리말과 글을 가까이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어린 아이가 쓰는 서툴고 어색하고 비뚤어지고 그리고 멋대로 쓰는 글씨이지만 우리말로 일기도 적고 한글 동화나 동시나 동요를 손으로 쓰도록 하는 것이 여러가지로 도움이 될 것이다. 손가락 운동과 함께 마음의 안정과 집중력과 Healing 효과와 정신적 교양까지도 기대할 수 있겠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성경을 손으로 베껴 쓰며 신앙의 깊이를 더 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붓 글씨를 바른 자세로 쓰는 것도 여러 면에서 좋은 방법이 되겠다. 우리의 고유한 전통, 예술 그리고 문화인 붓 글씨 쓰기는 정신 집중력을 높이고 우리의 고전(古典)을 만나고 침착한 성품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신비의 능력으로 가득 찬 손가락중의 손가락을 본 적이 있다. Michelangelo가 그린 인간 생명 탄생의 순간을 그린 명작으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태어나는 순간을 그린 것이다. 성경 중 창세기의 인류가 창조되는 순간으로 하나님과 Adam의 두 검지가 닿기 직전의 극적인 순간이다. “The Creation of Adam”으로 제목이 붙어 있으며 Rome에 있는 Vatican 의 시스티나(Sistine) 성당 천정에서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손가락에는 사랑과 아름다움과 따듯함이 깃들어 있다. 둘러 앉아 손가락을 고물고물 움직여 빚어 내는 송편, 바쁘게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수화(手話)… 언젠가 태국 방콕의 호텔 뒷마당에서 본 손가락 춤의 우아함은 아직도 추억 속에 아름답다. 우리의 밝은 미래는 손가락 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