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2061년> 이인화 장편소설 제목이다. 이인화는 1966년 대구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9세에 교수가 되어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를 지냈다. 그는 2017년 1월 ‘최순실 광풍’이 몰아칠 때 최씨의 딸 정유라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이화여대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천재 소설가, 스타 교수로 각광받던 이인화 이름 석자는 거품처럼 사라졌다. 대신 ‘1129번’으로 불렸으며, 서울구치소에 갇혔다. 구치소에 갇혀 있던 6개월 23일 동안 노트 19권에 써내려간 글들이 소설 ‘2061년’의 초고가 됐다. 최근에 장편소설 ‘2061년’을 발표했다. 그는 매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의 오피스텔로 출근해 오전엔 1인 출판사 책 관련 업무를 보고 밤 10시까지 글을 쓰다 퇴근한다.
이인화는 ‘양귀자론’으로 평단에 데뷔했고, 정조의 독살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 ‘영원한 제국’이 대히트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추리소설 독자상, 중한청년학술상, 작가세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도구 ‘스토리헬퍼’, ‘스토리타블로’ 등을 개발했다.
추석 연휴에 이인화 장편소설 <2061년>을 읽었다. 2061년이면 올해로부터 40년 후이며, 이인화 소설가가 95세가 되는 해이다. 이인화가 7년 만에 펴낸 장편 <2061년>은 AI와 한글(훈민정음)을 소재로 쓴 스릴러로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2061년 미국 워싱턴과 1896년 조선 제물포를 오가며 펼치지는 타임슬립(timeslip) 소설이다.
세종이 1443년(세종 25년) 창제(創製)한 훈민정음이 인공지능의 소리와 생각을 표기하며 2061년 세계 공용문자가 된다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세종 이도 문자를 쓰는 인공지능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2061년, 이도 문자 데이터의 저작권자인 한국인들은 제외된다.
가족을 잃은 시간여행 탐사자 심재익은 최악의 팬데믹을 막고 역사를 되돌릴 수 있다는 말에 설득되어 1896년 조선으로 이동한다. 인공지능 권력에 맞서는 이도 우파, 이도 좌파, 반이도파 탐사자들이 AI 디지털 데이터의 원형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해 1896년 조선 제물포에서 격돌한다.
조선 제4대 왕인 세종(世宗, 재위 1418-1450)이 창제한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뜻이다.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이란 세종대왕 때 간행한 최초의 원본과 동일한 훈민정음의 판본이다. 이에 ‘훈민정음 원본’이라고 불리기도 하나 역사학계에서는 ‘원본’이라고 부르지는 않고 ‘해례본’이라고 부른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됐다.
한글(훈민정음)은 세계 2,900여 종의 언어 가운데 UNESCO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유네스코는 1989년에 ‘세종대왕상’을 만들어 지구촌의 문맹 퇴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단체나 개인에게 수여한다. 세종 이도(李祹)가 창제한 훈민정음은 인류 공동체에서 중요한 문자로서 전 세계 문자 창작자들의 모임에서 이도는 신(神)적인 존재로 칭송받는다. 어떻게 만들어도 한글 이상의 문자가 나오지 않는다며 감탄한다.
한글은 가장 발달한 문자, 모든 언어가 꿈꾸는 알파벳이다. 한글은 음성문자이자 자질문자이기도 하며, 소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문자다. 한글의 음성 인식은 빠르고 정확하다. 순경음, 반치음 등이 남아 있던 15세기 한글은 초성•중성•종성을 결합해 398억개 분절음(分節音) 표기할 수 있다. 인간의 발성 능력을 넘어서는 AI의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것은 한글밖에 없다.
이에 만물의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한글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돌리면 전 세계 인공지능 데이터가 자연히 한글화하지 않을까라고 상상하며, 한글이 AI언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공지능에 딱 맞는 소리에 대한 제어 계측 코드에 가장 가까운 초일류 문자를 가지고도 인공지능에서 삼류 아니 등급외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의 인공지능 개발 수준이 낮다.
소설 <2061년>은 “갑자기 젊은 여자들이 조잘대는 한국말이 들려왔다. 그것은 환청 같기도 하고 현실 같기도 하고 기억의 빗장을 비집고 새어 나오는 억압된 과거 같기도 했다. 재익은 그 환한 빛 속으로 들어갔다.”고 끝마친다. 소설가 이인화는 “한글이 일깨워준 이 온순하고 겸허한 희망에 이 책을 헌정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