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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3대 만성질환인 고혈압(高血壓, Hypertension), 당뇨병(糖尿病, Diabetes), 고지혈증(高脂血症, Hyperlipidemia)을 함께 갖고 있으면 몸의 모든 혈관이 망가진다. 이들 질환은 각각 다른 질환이라기보다 ‘한통속 질환’으로 서로에게 악영향을 미치며 특히 심뇌혈관(心惱血管)질환을 일으키는 공범(共犯)으로 작용한다.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 높으면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고, 혈압이 높으면 당뇨병 위험이 상승하고, 당뇨병이 있으면 고지혈증 위험도 높아진다. 9월 4일은 ‘콜레스테롤의 날(Cholesterol Day)’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Korean Society of Lipidology and Atherosclerosis)는 국민들에게 콜레스테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적절한 콜레스테롤 관리를 강조하고자 2005년에 ‘콜레스테롤의 날’을 제정했다.
‘콜레스테롤’은 18세기 후반 프랑스 화학자 폴그로아가 실험실에서 담석(膽石)을 알코올에 녹이면서 처음 분리했다. 그리스어로 ‘chole’은 담즙(膽汁), ‘steroes’는 고체(固體)이며, ‘ol’은 알코올을 뜻한다. 미국의 생리학자 안셀 키즈(Ancel Keys)는 콜레스테롤의 증가가 미국 성인남자의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과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1952년 의학잡지 ‘Lancet’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장질환이 많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콜레스테롤은 지방(脂肪)에 해당하므로 동맥경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심뇌혈관질환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한편 콜레스테롤은 세포와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재료, 담즙(膽汁)의 원료가 되므로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섭취된 지질(脂質)은 몸속에서 호르몬 합성, 뇌 발달 및 유지 등 여러 과정에 쓰인다.
지방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혈액 속에서 이를 운반할 단백질이 필요하며, 지방을 운반하는 단백질을 지단백질(脂蛋白質, Lipoprotein)이라 한다. 지단백질은 밀도와 크기에 따라 저밀도지단백질(LDL, Low Density Lipoprotein)과 고밀도지단백질(HDL, High Density Lipoprotein)로 나뉜다.
‘콜레스테롤’에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이 있다. LDL은 콜레스테롤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공급하는 기능을 하는데 LDL이 지나치게 많으면 콜레스테롤이 잔뜩 쌓여서 혈관이 막힐 수 있다. HDL은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간이나 몸 밖으로 치우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이에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LDL-콜레스테롤은 낮추고, HDL-콜레스테롤은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 함부르크 심혈관센터 연구팀이 유럽, 호주, 북미 등 19개국 약 39만9000명을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그룹으로 나눠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non-HDL(총콜레스테롤에서 HDL 수치를 뺀 것) 수치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졌다.
고혈압(高血壓)을 앓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고지혈증(高脂血症)도 함께 앓고 있다. 우리나라 20대 이상 고혈압 환자의 약 68%가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데 이는 정상 혈압인 사람의 고지혈증 유병률의 1.8배에 달하는 수치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모두 심뇌혈관 건강에 독이 되므로 두 질환을 동시에 앓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본의 한 의과대학 연구팀이 정상 혈압의 중년 남성 1만4215명을 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와 고혈압 발병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누고 4년 동안 이들의 고혈압 발병률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증가로 인해 혈압이 높아진다는 것을 밝혔다.
본 연구에서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높은 그룹(222-369㎎/㎗)의 고혈압 발병률이 총콜레스테롤이 가장 낮은 그룹(167㎎/㎗)보다 28% 높았다. 또한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기 쉬운 LDL 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그룹(138-301㎎/㎗)의 고혈압 발병률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27% 높았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이 건강한 45세 이상의 중년 여성 1만6130명을 11년에 걸쳐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수록 고혈압이 잘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높았던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고혈압 발병 위험이 11% 높았다. 한편 HDL 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그룹은 고혈압 위험이 19% 낮았다.
이상지질혈증(異常脂質血症, Dyslipidemia)이란 혈중에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된 상태거나, HDL-콜레스테롤이 감소된 상태를 말한다. 이에 이상지질혈증은 고지혈증(高脂血症),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등을 모두 포함한다. 중성지방(中性脂肪, Triglyceride)은 글리세롤 1분자와 지방산 3분자가 결합하여 형성되며, 혈액 속에 너무 많이 존재하면 LDL을 강화시켜 동맥경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혈중 콜레스테롤 양을 숫자로 표시하는 ‘콜레스테롤 수치(數値)’는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다. 콜레스테롤의 정상범위는
▲ 총 콜레스테롤 200㎎/㎗ 이하,
▲ LDL-콜레스테롤 130㎎/㎗ 이하,
▲ HDL-콜레스테롤 60㎎/㎗ 이상,
▲ 중성지방 150㎎/㎗ 이하로 본다.
한편 위험 수준은
▲ 총 콜레스테롤 240㎎/㎗ 이상,
▲ LDL-콜레스테롤 160㎎/㎗ 이상,
▲ HDL-콜레스테롤 40㎎/㎗ 이하,
▲ 중성지방 200㎎/㎗ 이상이다.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대학 연구팀이 31만7306명을 대상으로 HDL 수치와 코로나(COVID-19) 바이러스 감염 위험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코로나 감염 위험이 낮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H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각각 8㎎/㎗씩 높아질 때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확률은 약 9%씩 낮아졌다.
HDL 콜레스테롤은 항산화 효소를 갖고 있어 항산화, 항염증, 항응고, 혈소판 응집 억제 등의 기능을 하며 죽상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HDL 콜레스테롤은 면역세포에 영향을 줘 염증반응과 대식세포의 항원제시기능을 조율하고, B세포와 T세포를 활성화한다. 면역력 강화를 위한 혈관 건강의 핵심은 원활한 혈액 순환이며, HDL 콜레스테롤은 혈액 순환을 도와 면역력을 강화한다.
고지혈증은 식생활과 운동습관에서 칼로리 소비가 문제가 되어 비만으로 인하여 흔하게 나타난다. 식생활에서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기름진 육류, 달걀노른자, 명란 등 알류, 새우, 오징어 등을 많이 섭취하면 고지혈증이 생길 수 있다. 술과 안주는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고중성지방혈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혈압(血壓)이란 혈관이 받는 압력을 말한다. 혈액은 좁은 혈관을 따라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혈관은 그만큼 높은 압력을 받게 된다. 즉 혈관은 장마철 상류에서부터 물이 계속 밀려드는 ‘댐’처럼 지속적으로 높은 압력을 받는다. ‘댐’이 지나친 압력을 계속 받으면 균열이 생기고 무너지는 것처럼, 혈관도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으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심장에서 출발한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6초 정도이다.
매년 5월 17일은 ‘세계 고혈압의 날(World Hypertension Day)’이다. 세계고혈압연맹(World Hypertension League)이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고혈압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에 지정했다. 고혈압은 국내 성인인구 3명 중 1명이 보유한 국민 질환으로 약 1200만명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 환자(유병률 약 10%)가 늘어, 혈압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국내 고혈압 환자의 질환 인지율은 67%, 치료율은 63%, 조절률은 47%에 불과하다. 고혈압의 합병증은 동맥경화증, 뇌졸중(腦卒中), 심근경색, 협심증, 만성콩팥병, 고혈압성 망막증 등이 있다. 고혈압은 국내 사망 원인 2위와 3위인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다행히 고혈압 합병증은 예방이 가능하다. 고혈압이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진단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심뇌혈관 합병증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고혈압이 장기화되면 심장 역시 부담을 받는다. 삼성서울병원 이문규 교수팀이 ‘한국인 유전체역학조사’에서 40-70세 1만38명을 10년간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인 경우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정상인(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보다 76.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80.7% 늘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또한 81.7% 증가했다.
대한고혈압학회(大韓高血壓學會)는 일반적인 고혈압 환자의 혈압수치를 140mmHg/90mmHg 이하로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령,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 환자 특성 및 동반질환에 따라 조절수치가 다를 수 있으므로 목표혈압은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설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음주는 2잔 이하로 절주(節酒)하거나 금주하는 것이 좋으며, 흡연은 금연(禁煙)으로 심혈관질환을 예방해야 한다.
정상체중과 허리둘레(남성 90cm, 여성 85cm 미만)를 유지하여야 한다.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가 18.5이상 23미만이면 정상체중이며, 23이상 25미만이면 과체중, 25이상 30미만은 경도 비만, 30이상 35미만은 중정도 비만, 그리고 35이상이면 고도 비만이다. BMI 계산법은 체중(kg)을 키(m) 제곱으로 나눈다.
난치성 고혈압이란 이뇨제(利尿劑)를 포함해 고혈압 약물을 세 가지 이상 복용하는데도 혈압이 정상 범위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지 심장(心臟)편에 난치성 고혈압 환자의 유산소 운동이 혈압 조절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조사한 논문이 발표됐다.
연구 결과, 운동 그룹은 비(非)운동 그룹에 비해, 수축기 혈압 10mmHg, 이완기는 4.5가 떨어졌다. 유산소 운동은 인슐린 호르몬 반응성을 향상시키고, 자율신경계에 긍정적 효과를 일으켜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주일에 150분 정도의 중등도 운동을 추천한다.
매년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World Diabetes Day)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1년 세계당뇨병연맹(IDF)과 공동으로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당뇨병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세계 당뇨병의 날’을 제정했다. 11월 14일은 당뇨병 치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1923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프레드릭 밴팅(Frederick Banting, 1891-1941) 교수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캐나다 출신인 생화학자 밴팅 교수는 인슐린을 개발하는 등 인류의 당뇨병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인물이다.
당뇨병(糖尿病)은 인슐린(insulin) 저항성이 높아져 혈당(血糖)이 정상 조절되지 않는 질환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혈관을 청소하는 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하고,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당뇨병은 그 자체가 고지혈증 위험인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고혈당과 고지혈증으로 인한 혈관합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당뇨병 환자는 고지혈증 예방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이미 고지혈증을 동반했을 경우에는 LDL 콜레스테롤을 100㎎/㎗ 이하로 유지하고, HDL 콜레스테롤은 남성 40㎎/㎗ 이상, 여성 50㎎/㎗ 이상으로 조절해야 한다. 당뇨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그 수치를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건강한 혈관 만들기 5계명’을 실천하여야 한다.
(1)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정하게 유지한다.
(2) 기름진 음식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피하고, 균형 잡힌 건강한 식사를 한다.
(3) 절주와 금연은 필수이다.
(4) 하루 30분, 주 4회 이상 운동을 한다.
(5) 이상지질혈증은 치료해야 한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이 정상범위를 벗어나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 된다. 이들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평소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보건의료에서 예방분야를 업스트림(Upstream, 上流)으로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