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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민족중흥의 기운이 우리시대에 다가온 것일까? 21세기 들어와 떠오르는 태양으로 한민족이 세계사에 등장한 것일까? 한류(韓流 Korean Wave)의 물결이 예사롭지 않다.
한류란 한국의 대중문화를 포함한 한국적인 것들이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 인기를 얻는 현상을 뜻한다. 처음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드라마를 통해서 발현되었으며 이후 K-POP으로 확장되다가 2010년대에 들어서는 동아시아를 넘어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중동 지역, 라틴 아메리카, 동부 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로 넓어졌으며 최근 들어 북 아메리카와 서부 유럽을 넘어 오세아니아 지역까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익히 들어 왔던 화두이다. 해방 이후 우리는 서유럽 문물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고 한국적인 것은 가치가 저평가된 채 꿈틀거렸다. 사실 한민족은 가난과 외세 침략, 사색당파 싸움으로 점철되었던 500년 조선왕조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외세에 의해 독립이 되기는 하였으나 나라는 두 동강이 났고 곧 이어 6.25 전쟁이라는 사상 유래 없는 고난을 겪으며 삶의 맨 밑바닥에서 신음해야했던 민족이었다. 그러나 자긍심이 강한 민족이었고 성취 지향적이며 자질 또한 탁월하여 정치, 경제, 문화를 발전시켜 오늘날 세계선진국 대열에 진입했고 문화강국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민족이 된 것이다.
한류를 이루는 한국적인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여기에는 드라마, 영화, 음식, 의상복식(衣,裳服飾) 문화, 대중문화, 한글, 한국 가요, K-POP, 전통 음악과 무용, 전통 풍속, 전통 놀이, 전통 스포츠 등이 총 망라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초에 제작된 영화 ‘서편제(西便制)’, 드라마 ‘대장금(大長今)’ 등은 한국적인 소재로 국내외에서 히트한 한류작품이다. 한국적인 소재로도 충분히 세계 속에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나 한국사람 입맛에만 맞는 작품이라면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고 확산에 한계가 있다.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인 시대 조류에 맞게 편성해서 세계화해야 할 것이다. 2010년대 초에 히트한 강남스타일이나 후반에 히트하여 각광을 받고 있는 BTS 방탄소년단의 활동은 전 세계인의 행복지수를 향상시켜 주고 있다. 또한 한국의 위상을 높여 한국인의 자긍심을 굳건히 해주고 경제적인 발전을 유도하며 문화적으로 선진화의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 최근의 영화 ‘기생충’이나 ‘미나리’의 아카데미 상 진출도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지난 8월14일에는 오클랜드에서 처음으로 종합적인 한류를 선보이는 K-Festival 이 열렸다. 비교적 생소한 서쪽지역이고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못한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한국인이 주최한 한국인 위주의 행사에서 벗어나 현지인들이 대부분 참석한 다민족행사로서 많은 것을 시사해주었다. 그동안 박물관 행사, 도서관 행사, 다민족 행사, 오클랜드 시에서 주최하는 행사 등에 한류 행사가 곁들여 부분적으로 한류가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한류 전용의 행사는 처음이었다. 물론 웰링턴에서는 한국대사관 주도하에 한류 행사가 이어져 왔고 금년에 6회 째 행사를 준비해오다가 실행 직전에 코로나 록다운 사태로 연기 된 바 있다.
묵향회에서는 종전에 해왔던 데로 한글서예 체험을 통해 참여했다. 젊은이들이 중심이 된 참여자들은 한류에 대한 이해가 대단했고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한국말 몇 마디쯤은 구사할 줄 알았으며 한글에 대한 수준도 상당했다. 어떤 이는 한글을 독학으로 습득했다고도 하고 한국말은 한류를 통해서 익혔다고도 했다. 예를 들면 본인의 이름을 붓글씨로 한글로 써 주는데 대기 행렬이 밀려 서두르니까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하세요,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어떤 아가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름 ‘김태형’을 써달라고 했다. 남자친구냐고 물었더니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데 김태형이 최고라고 했다. 강남스타일을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금방 말 춤을 시연해보였다. 방탄소년단의 구성원 신분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소년단 멤버 ‘뷔’가 김태형이었고 현 세대 세계 최고의 미남으로 평가되는 인물이기도 하였다. 세계 젊은이들이 ‘강남스타일’을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출 수 있고 방탄소년단의 ‘아리랑’을 한국말로 부르면서 모션(Motion)을 취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대만의 사세휘(謝世輝) 박사가 1986년에 저술한『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한국에 뒤지게 되는 이유』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의하면 그 시점을 2010년으로 보았다. 그의 예언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맞아 떨어진 면이 있다. 1990년대에 이르러 자동차, 전자 등 산업 분야에서 미국은 일본에 주도권을 빼앗겼고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미국 전체를 사고도 남을 만큼 고평가 되었다. 한국은 일본의 20년 후를 뒤 쫓아간다고 한다. 1997년 한국의 IMF 사태는 한국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고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2000년대 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갔다. 2010년대에 이미 자동차, 전자, 조선, 반도체, IT 등 분야에서 이미 일본을 추월하게 되었다. 여기에 한류의 세계화가 가세하여 국운은 날로 상승하는 듯 2021년에는 드디어 선진국 대열에 합세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의 20년 후를 따라간다는 가설이 입증되었다면 지난 20년 동안의 일본의 쇠락하는 과정을 우리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구의 노령화, 출산율의 저하, 과소비/향락 문화의 범람, 불공정 사회에서 발생하는 극단적인 빈부 격차, 계승해나가야 될 전통적인 가치관의 붕괴, 극단으로 치닫는 이기적인 사회화 등 개선해 나가야 될 일이 많다. 일류(一流)가 되는 길은 험난하고 오랜 시일이 걸린다. 그러나 2류, 3류로 전락하는 길은 짧고 빠르다. 성을 쌓는 데는 오랜 시일과 노력이 소요되나 성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우리 한민족이 스스로 현재의 성취에 도취되어 후일을 도모하는데 게으름을 피운다면 언제 더 험악한 불행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 정산에 오를수록 더 겸허하고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내실을 쌓는 지혜를 발휘해야 될 것이다. 사세휘 박사가 결론적으로 말했다. “안주하는 인생만큼 쓸모없는 인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