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후줄근하게 앓고 나서
나를 알았습니다
종일 이불 뒤집어쓴
웅크린 짐승이 내 안에 있었구나
종일 굶으며 잠에 빠진
겨울잠 벌레가 내 안에 있었구나
씻지 않아도 역겹지 않은
빈곤한 노숙도 내 안에 있었구나
후줄근하게 앓고 보니
내 곁에 가족이 있었습니다
먼저 앓던 아내 두고 옆방으로
나 홀로 생존격리 했는데
아내는 그래야 하는 듯이 내 옆에서 자고
약 좀 먹어 한 마디로 남편 된 어깨 당당했는데
뜨거운 물주머니 슬그머니
이불 속에 넣어 주는 아내가 미안했고
다리 주무르고 불 꺼주고 나가는
아들이 고마웠습니다
아픈 사람 때문에
조용조용 걷고
소곤소곤 말하는
그들이 내 가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