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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출산율을 보면 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주거 및 근로환경의 개선, 건강 생활에 대한 정보가 늘어 수명이 길어지긴 해도 노령인구가 늘어 날 뿐, 결국에 출산율이 늘지 않으면 인구는 줄어들 것이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노동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문제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자동화와 무인화가 늘고 있고 적어도 수년 내에 어지간한 일을 대신해 줄 똑똑한 로봇이 주인님을 위해 일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가야한다고 했었다. 교통이 좋아지니 빨대효과까지 드러난다. 서울 가서 진료하고 쇼핑하고 문화예술을 즐긴다. 서울의 대학이면 다 좋다는 식이다. 원격근무라는 이름으로 원격의 의료나 교육, 회의가 가능하면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 생활비가 적게 들고 인심 좋은 이웃들이 있는 곳이 더 살기 좋은 곳 아닐까? 몇 년 전, 뉴욕의 맨해튼에 갔었는데 왜 여기에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천루 사이로 찬바람만 거세게 불고 주거비는 물론 주차비도 비싸고, 지하철은 우중충하고 무섭다는 느낌이어서 차라리 우버를 몇 번이나 타고 다녔다.
그러면 넓고 넓은 미국 땅에서 살기 좋은 곳이 어디일까? 여러 도시나 기관을 평가하고 많은 지표를 발표하는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가 ‘US News and World Report’이다. 올해도 7월에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발표하였다. 언어와 문화, 생활이 전혀 다르지만 의식주 문제와 자녀교육, 일자리와 소득 문제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살기 좋은 곳을 평가하는 5대 척도는 ‘삶의질’(가중치, 26.0%), ‘내집마련’(23.7%), ‘일자리’(21.2%), ‘도시선호도’(16.3%), ‘인구순유입’(12.8%)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도시선호도’ 지수만 사람들의 의향을 조사한 것이고 나머지는 실제 자료이다.
‘삶의질’은 그 지역의 범죄율(30%), 건강관리의 품질 및 가용성(10%), 교육의 질(25%), 웰빙(15%), 통근 지수(20%)로 구성되어 있다.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각종 범죄율이며 건강관리의 품질과 가용성은 그 도시의 병의원과 병상 수, 진료 가능한 장비 등에 대한 통계이다. 교육의 질은 지역의 학교 수와 그 학교들의 (우수)대학 진학률, 취업률 등을 계산한 것인데 타 지역과 비교를 가능하게 만든 자료를 이용한 것이다. 웰빙 지수는 지역 주민들이 사회, 금융, 거주 등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것이다. 통근 지수는 도보, 대중교통, 자동차 또는 자전거 등으로 통근하는데 소요되는 평균시간이다.
‘내집마련’은 연평균 가계소득과 연간 주거비용으로 계산한다. 소유자와 세입자의 입장이 다르긴 하겠지만 소유자도 세입자처럼 주택의 규모와 가격을 고려하여 계산한다. ‘일자리(고용시장)’는 실업율과 평균급여로 계산한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많으면 인구 유입의 유인이 된다.‘도시선호도’는 어느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지를 설문조사한 것이다. 전 국민에게 고루 물어보고 선호도가 높은 순으로 순위를 매겨 점수화한 것이다. ‘인구순유입’지수는 실제로 인구가 늘어난 지역과 감소한 지역을 순위로 매겨 점수화 한 것인데 출생과 사망으로 인한 자료는 제외한 순 유출입을 계산한 것이다. 이렇게 얻은 자료는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비교가 가능하도록 표준화 하였다.
우리나라의 각 (도시)지역을 중앙부처나 어느 기관에서 조사하여 공개하면 어떨까 싶다. 서울이라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주택구입 가능성이나 삶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면적으로 겨우 국토의 0.6%인 서울과 나머지 11%인 수도권에 인구의 50%, 경제력의 80%가 몰려 있다. 100대 기업의 84%, 1,000대 기업의 75%가 수도권에 있고 지식재산과 문화재산의 가치는 90%가 넘지 싶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사실로 드러났다. 잘못되어도 아주 잘 못 된 것이다.
삶의 질과 내 집 마련, 일자리를 생각해 보자. 공단이 있고 학교가 좋은 대도시로 몰려든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은 어렵고 주거비용은 치솟는다. 엄청난 교육비를 들여야 취업을 안심할 수 있다. 이러니 삶의 질이 높아질 수가 없다. 썰물에 맨 땅이 드러나듯이 도시에서 먼 지역부터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깊은 산골일수록 빈집이 많고 언덕배기 논배미는 묵혀있다. 어린 아이 울음이 사라지고 60대가 젊은이인 농촌에서는 외국인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전기, 수도가 들어오고 휴대폰도 잘 터진다. 도로 포장이 잘 되어 병원까지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농촌은 비어가고 있다. 대안은 없을까? 스마트 팜을 하거나 고소득 특용작물을 유기농으로 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값싼 땅에 산야초나 나무를 심어 힐링의 쉼터를 만드는 것도 큰돈이 들지 않는다. 국제화의 시대, 그 곳에서 빼어난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다. 만들고 가꾸자.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내가 만드는 것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