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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회 도쿄 올림픽(2020)은 유난히도 더운 한 여름에 1년을 미뤄, 2021년 7월 24~8월 9일에 열렸다. 온통 마스크로 치장한 올림픽, 관중 없는 올림픽..... 그 올림픽이 몇 명의 스타를 탄생시키고 끝났다. 8월 24일부터는 그 시설에서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이 열린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투쟁이다.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운 것이다. 이런 원칙을 전파하는 것은 강하고 용맹하며 세심하고 관대한 인류를 건설하기 위함이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순위로 국가의 자존심을 건다.
이번 올림픽엔 33개의 경기종목에 206개국이 참가하였고 금메달을 하나라도 딴 나라가 65개국이다. 무슨 메달이라도 딴 나라는 93개국이고 메달 하나도 못 딴 나라가 113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선수 236명(남자: 131명, 여자: 105명)이 29개 종목(123개 세부 종목)에 참가하였고 16위를 하였다. 개회식의 기수는 김연경과 황선우, 폐회식엔 전웅태 선수가 맡았다. 북한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선수들을 보호한다며 불참했다. 올림픽에 이은 패럴림픽은 8월 24일부터 9월 5일까지 진행된다. 총 22개 종목인데 우리나라는 14개 종목에 선수 86명이 참가해, 종합 순위 20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의 하계 올림픽은 1964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이다. 당시 일본은 ‘1조 엔의 올림픽’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올림픽 최초로 컬러 TV 중계를 하였고 세계 최초의 고속열차 ‘신칸센’을 올림픽 개최 열흘 전에 개통시켜 2차 대전의 폐허에서 놀랍게 재기한 것을 자랑했다. 여자 배구 결승전에서 당시 최강팀 소련을 꺾고 일본팀이 금메달을 따내면서 일본 TV 시청률은 66.8%로 치솟았고 국민들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로 일본은 놀라운 발전을 한다. 하지만 57년 만에 다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국론은 분열되었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악화되었으며 적자는 엄청나다. 올림픽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88 서울 올림픽’은 축복이었다. 역대 최대의 규모에 한국을 알리고 위상을 높이게 되었다. 아직도 호돌이가 웃는다.
한일 양국의 감정은 앙금처럼 남아있다. 오래갈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본에게는 지면 안 된다는 감정이 있다. 일본도 그럴 것이고. 한국은 일본의 욱일기 사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은 한국의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에 설치됐던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을 물고 늘어졌다.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장계를 본 딴 현수막이라서다. 현수막은 결국 철거했다. 욱일기도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올림픽 헌장 50조(올림픽에서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에 따른 것이다.
올림픽을 강행했던 일본은 금메달 27개, 종합 3위로 개최국의 프리미엄이 있었지만 32조 원의 막대한 손실을 보았단다. 관광수입 같은 올림픽 부가효과가 전무했고 무관중 개최로 인해 입장권 수익도 9,300억 원의 손실이 났다. 게다가 경기장 시설을 유지, 관리하는 데에만 해마다 250억 원이 지출되는데, 코로나 때문에 당장 활용방안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경제적 손실뿐만이 아니라 코로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올림픽 직후, 확진자는 10만 명에 육박하는데 올림픽 개막 직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림픽의 저주를 운에 맡길 것인지? 3년 후의 파리 올림픽이 궁금하다.
금메달 수로 등위를 매겨 우리나라는 16위를 했다. 전체 메달 수로는 공동 13위다. 만약 메달에 점수를 부여한다면 그 방법에 따라 순위는 달라진다. 동메달을 1점, 은메달을 2점, 금메달을 3점이라 할 때와 은메달의 2배인 4점이라 할 때의 순위가 달라진다. 아깝게 탈락한 4위나 5, 6위까지 점수를 부여한다면 순위는 더욱 달라진다.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해놓고 순위는 그게 아니다. 연구할 과제다.
우리나라는 양궁과 펜싱을 빼면 큰일이다. 태권도가 평준화되어 종주국 프리미엄이 없다. 태권도의 경기방식, 채점 방식이 달라져 좋았다. 4년 전엔 어이상실이라 보지 않았다. 양궁이 금메달을 몇 개 거머쥐긴 했지만 다음엔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저변확대와 기술 이전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보면 수영이나 육상도 키나 몸무게에 따라 체급별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키 200cm의 수영선수는 160cm의 선수보다 40cm를 거저먹는다. 1, 2위의 거리 차이가 1~2cm인 경우가 많으니 이건 대단히 불합리 한 조건이다. 그리고 수영 한 종목에 메달 수가 과하게 너무 많다. 조정할 필요가 있다.
각 경기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있었다. 해설자는 이전에 올림픽 메달리스트였거나 국가 대표선수였다. 전문 기자도 있다. 해설과 보도가 아쉬운 점이 많았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해도 객관적이지 않은 해설이 껄끄러웠다. 언론에서 선수들이 못한다고 비난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모두가 세계적인 선수들이고 적어도 4년 이상을 땀 흘린 사람들이다. 기대를 저버린 선수나 팀이 있기는 했다. 아쉽고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정작 통탄할 사람은 바로 선수 그들이 아니겠는가?
싱가포르는 요트, 조정, 수영 등 여러 종목에서 23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싱가포르는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과 동메달 2개씩만 따낸 것이 전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 남자 100m 접영에서 조지프 스쿨링이 조국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8억 원이 넘는 포상금을 가져갔다. 싱가포르는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에게 100만 싱가포르 달러, 우리 돈으로 8억5천만 원의 포상금을 제공한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의 절반, 동메달리스트는 은메달의 절반을 받는데 이는 세계에서 제일 많은 포상금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메달이 없다. 국민이나 선수 모두 얼마나 아쉽겠는가?
우리나라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개인전 금메달 6천300만원, 은메달 3천500만원, 동메달 2천500만원을 주고 단체전은 개인전 금액의 75%를 제공한다. 각 선수들이 속해 있는 단체와 소속팀, 후원사에서 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광고수입이 있을 것이다. 메달을 따면 그 이름만으로도 고생한 대가를 보상받게 된다. 바로 명예라는 것이다.
어린 중국의 한 선수가 금메달을 땄는데 쉬운 자국어를 못 알아들었다 해서 공부는 안 시키고 기계처럼 훈련시켰다며 뒷말이 많았다. 소위 엘리트 육성이라는 것. 모든 것은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메달을 따서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것이 헝그리 정신이 아니다. 좋아서 즐기는 사람을 찾아 지원하고 지도하면 좋겠다. 양궁대표선수를 공정한 경쟁으로 뽑았단다. 그래선지 그들은 즐겼다. 이번에 돋보인 10대 선수들이 장하다. 그들도 즐겨했다. 심판의 판정도 더 공정하면 좋겠다. 아 참! 묵묵히 일한 자원봉사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