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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6월 당시 48세였던 케네디(John F. Kennedy, 1917-1963) 미국 대통령(제35대, 1961-1963 재임)은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대학교(American University)에서 연설을 하면서 “우리는 모두 이 비좁은 행성(行星) 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두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녀들의 미래를 소중하게 여깁니다.”고 말했다. 마치 기후 위기에 대한 예언같이 보이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아마존(Amazon)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 1964년生)가 지난 7월 20일 우주 관광을 다녀온 후 “막상 위로 올라가 보면 지구 대기(大氣)는 믿기 힘들 만큼 얇고 아주 작고 연약한 존재라는 걸 알 수 있다”며 “우리는 대기를 훼손시키고 있으며, 그것을 머리로만 아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혹자는 기후 위기에 둔감한 정치인과 석유 부호(富豪)들을 우주로 보내 각성시키자고 말한다.
1990년 서울에서 열린 JPIC(Justice, Peace & Integrity of Creation) 세계대회에서 오늘의 시대를 가리키는 표제어로 “홍수와 무지개 사이에서”가는 성서적 은유가 사용되었다. 1990년을 기점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전 세계가 30% 감축해야 인류 미래가 있다고 보았다. 지구 온도를 1.5도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라는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권고가 지난해 인천(仁川)에서 결의 된 바 있다.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지구는 거주불능(The Uninhabitable Earth)이 된다고 한다. 기후 온난화의 가속화로 인하여 사시사철(all year round) 빙하(氷河)로 뒤덮여 있는 덴마크(Denmark) 자치령(Home Rule)인 그린란드(Greenland)의 정상에서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이 아니라 비가 내렸다. 지난 7월 28일 그린란드 북동쪽 네를레리이나트의 기온은 섭씨 23.4도에 달해 이곳에서 측정된 기온으로는 최고치였다.
그린란드는 유럽과 북미 대륙 사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한반도 9.7배 넓이에 달한다. 국토의 85%가 얼음으로 덮여 경작이 가능한 땅은 2%에 불과하지만,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풍부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거주민은 약 5만 6천명이며, 기후는 북극해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극지기후이다. 공용어는 이누이트(Inuit)의 방언인 그린란드어를 사용하며, 수도는 누크(Nuuk)이다.
이상고온(異常高溫)이 지속되면서 올여름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는 속도 역시 기록적이다. 덴마크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부터 닷새간 모두 410억톤(t)의 빙하가 녹아내렸다. 하루 평균 82억톤의 빙하가 녹은 것은 예년 여름 평균치(약 40억톤)의 2배에 이르는 속도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할 경우에는 빙하가 더 빠르게 녹고 그만큼 해수면(海水面) 상승에 속도가 붙는다. 극지방의 빙하 감소는 해수면 상승뿐 아니라 온 지구의 기상(氣象)이 변화한다는 일종의 신호이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내리면 인류에 재앙(災殃)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빙하가 녹은 차가운 담수(淡水)가 바다로 흘러들면 수심(水深)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수만 년 동안 안정적이었던 바닷물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세기 중반 이후 해류(海流) 순환 속도가 15% 느려졌다. 해류 순환이 느려지면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 가뭄이 심해지고 대서양에는 허리케인(Hurricane)이 증가하는 등 이상 기후(abnormal climate)가 빈번해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30-31일 P4G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P4G는 ‘녹색 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줄임 말로 한국, 덴마크, 멕시코 등 12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P4G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행사에 참가한 총 45국과 국제기구 21개에 ‘서울선언문’ 동참을 요청했다. 정부는 P4G 행사를 치르는 데 홍보비 35억원을 포함해 총 158억원 예산을 투입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아르헨티나, 멕시코와 유럽연합(EU) 등 7국은 “동참하지 않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또 유엔(UN)과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생물다양성협약(CBD) 등 국제기구 9곳도 “동참 의사를 표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서울선언문은 미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네팔 등 39국과 P4G 회원단체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등 국제기구 12개가 동참하는 데 그쳤다. 주요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행사에 참가하고도 선언문 동참에 거부한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외무부는 “상당수 국제기구는 ‘서울선언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내부 규정상 명시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선언문’에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강조, 파리협정 이행과 지속가능 목표 달성, 재생에너지 확대 등 탄소 감축 노력이 담겨있다. 그러나 탄소 감축 논의를 주도해온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일부 국가는 ‘서울선언문에 동참하면 주요 7국(G7) 차원의 탄소 감축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P4G 직후인 6월 11-13일 영국 콘월(Cornwall)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재원으로 매년 1000억달러(약 116조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재확인한 것을 비롯해 한층 강한 탄소 감축 행동 목표가 제시됐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이 알맹이 없는 서울선언문에 등을 돌렸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선언문에서 구체적인 탄소 감축목표가 부족했으며, 과감하고 실현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내놓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채택 이래 각국에서 가솔린차 판매금지나 통행제한, 전기차(EV) 도입 확대를 향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가장 빨리 움직이는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는 지난 7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주행거리 1km당 CO2 배출량 95g의 기준을 제시하고, 지키지 못할 경우 메이커별로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연간 과징금을 물도록 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유럽 한국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2021년 110g/km, 2025년 103g/km, 2030년은 미발표이며, 유럽연합(EU)은 2021년 95g/km, 2025년 81g/km, 2030년 59g/km이다. 한편 한국은 2021년 97g/km, 2025년 89g/km, 2030년 70g/km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5일 2030년 미국 신차 판매의 50%를 탄소배출 제로차량(전기차ㆍ수소차ㆍ플러그인)으로 만들겠다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중국도 206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2035년부터 전기차 50%, 나머지 50%는 하이브리드카(hybrid car)로 채울 방침이므로 순수 내연기관차는 완전 퇴출이다. 일본도 2035년부터 신차 판매를 모두 전동차(전기차ㆍ수소차ㆍ플러그인ㆍ하이브리드)로 바꾼다.
한국 정부도 지난 8월 5일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실현 3개 시나리오’에서 2050년에 전기ㆍ수소차 등 탄소 배출 제로 차량의 비율을 76-97%로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10월에 영국에서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얼마 줄이겠다고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2017년 대비 24.4% 감축 계획을 제출했다.
올 상반기 국내 신차 판매 톱10 순위를 보면, 1위 그랜저를 포함해 중ㆍ대형차가 80%를 차지했다. 준준형은 2종(3위 아반테, 9위 투싼)뿐이었고, 경ㆍ소형은 한 차종도 없었다. 톱10 차종은 전부 가솔린ㆍ디젤 중심(일부만 하이브리드도 선책 가능)이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중ㆍ대형차가 판매 상위권을 휩쓴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미국은 대형 픽업트럭이 톱3을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준중형이 5종, 중형이 2종이었다.
우리나라도 탄소 중립 달성의 구체적 시간표를 작성해야 할 시기가 왔는데도 불구하고 중ㆍ대형차 위주 시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예기라고 전문가는 말했다. 정부가 현실적 실행 계획을 세워 나가지 않는다면, 자동차 부문에서도 탄소 배출 제한의 가혹한 현실과 마주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빌 게리츠(Bill Gates)는 자신의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방법(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숫자 2개(510억과 0)를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즉 510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지 않으면 지구 기온은 계속 올라갈 것이고,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기후 위기는 계속해서 닥쳐오게 된다.
이 책에서는 빌 게이츠는 기후 위기의 주범을 5가지로 꼽는다. 즉 510억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차지하는 산업으로 전기 생산(27%), 제조업(31%), 사육과 재배(19%), 교통과 운송(16%), 냉방과 난방(7%) 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빌 게이츠는 ‘깨끗한 전기’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친환경이나 핵융합 등을 이용하여 깨끗한 전기를 대량으로 만들어, 전기 생산과 제조, 교통 운송 등에 사용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식습관(食習慣)을 고치고, 친환경 건축을 통해 냉난방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와 세계 연평균 기온 변화를 1912-1941년(30년간)과 1986-2015년(30년간)을 비교하면 세계 기온(NOAA 지표면 온도)은 섭씨 8.3도에서 9.2도로 0.9도 상승했다. 한편 한반도 기온(서울, 부산, 인천, 강릉, 대구, 목포 등 6개 지점 기준) 변화는 섭씨 12.1도에서 13.5도로 1.4도 상승했다. 이에 한반도 연평균 기온 변화가 세계 기온 변화보다 높았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2003년生)는 2018년 8월 학교를 결석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시위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으로 이어졌다. 툰베리의 호소 덕에 천만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자신들 미래를 걱정하며 정치가들을 향해 지구를 구할 것을 호소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가 기후위기(climate crisis)를 거쳐 기후재앙(climate disaster)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후재앙은 인간이 마주할 새로운 전쟁으로 과학만으로는 기후위기 극복이 어렵다. 기후변화는 환경과학이나 경제적인 문제이며, 도덕과 윤리의 문제이므로 종교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my life is my message’는 인도의 성웅(聖雄)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의 자서전의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이 하느님 영(靈)의 실상을 적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