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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저녁으로 먹고 남아
밤새 식은 수제비를
데운다는 아내를 말려
아침으로 먹는다
식어가는 알갱이들은
이제는 헤어지지 말자
밤새 찬 몸 서로 안고 있었을 거다
이제는 가난해지지 말자
밤새 서러운 약속 걸고 있었을 거다
이렇게 조용한 사람들은
무거운 어깨를 말없이 내어 주는 사람이다
이렇게 내세우지 않는 사람들은
골방에서 기도해 주는 사람이다
손끝으로 뜯겨져 모양도 없는
식은 수제비를 먹었다고
아내는 말하지 말라고 하지만
아내는 모를 것이다
그들은 목젖 뜨거운 울림 되어
나를 일으키는 것을
오늘 아침은 더 이상
차갑지 않은 수제비로 배를 불리고
가난하지 않은 뒷모습 되어 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