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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라떼는’ 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여지는데 아마도 조선시대에도 전 세대는 앞 선 세대를 보면서 나 때는 안그랬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쯧쯧… 이라는 말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듯 앞 선 세대는 현재의 문화와 전 세대하고는 다른 조건들과 환경안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세대간의 차이는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세대간의 갈등이라는 것은 케케묵은 말처럼 너무 오랫동안 듣고 쓰고 있었기에 새롭지 않은 주제인 것도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역시나 가정이나 직장등의 집단 안에서 이러한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뉴질랜드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뉴질랜드와 한국의 다른 문화와 교육의 차이로 인한 갈등도 세대간의 차이와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서구문화와 교육에서는 독립성와 자주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개인의 필요나 욕구가 집단과 가정의 필요를 위해서는 조금은 희생되어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적인 문화와 사고방식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예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이들의 물건들에 대한 소유권이 100% 그들에게 있지 않고 부모에 의해 버려지거나 누군가에게 주기도 하는데, 필자도 역시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들에게 허락을 구했다 생각했지만 그것은 허락을 구했다기 보다는 내가 할 행위에 대해 정해 놓고 내가 그렇게 할게라는 말을 내가 그렇게 해도 될까로만 질문을 했던 것 였습니다.
그러니 어느 어린 자녀가 그것에 대해 거절하고 반기를 들 수 있었을 지요. 이러한 작은 소유권과 자주권이 무시당하면서 자란 자녀들은 많은 경우 부모의 말에 순응하는 성향으로 자랄 수도 있고 그러한 자녀들에 익숙한 부모들이 성인이 되고 독립성과 자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할 때 당황하거나 어처구니 없다 여겨지면서 갈등의 서막이 열립니다.
세대간의 갈등이라는 것도 사실 서로에 대해 한 사람으로써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나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그렇게 마음을 바꾼다는 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여서 쉽지가 않습니다. 서로의 가치와 세상이나 사람을 보는 시각 그리고 인생관 등 여러 부분에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해도 한 사람으로써 성장하고 성숙하며 그리고 지금 이 때에 그 나이에 생각할 수 있는 정도만 보고 간다 해도 인생은 모든 것이 경험이고 그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로써 과거를 거쳐오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왔기에 뻔히 보이는 앞 날이 혹은 결과가 보인다 해도 자녀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볼 때 그것을 잘못되었다 단정짓고 그들의 길을 막아설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만일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좋다면 자녀는 조언을 구할 것이고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들이 더 많이 찾아올 것이며 그렇다면 어떤 리스크를 줄여주거나 문제를 속히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분별력을 나누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대간의 갈등이 일어날 때 가장 첫번째로 해야할 것은 자녀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입니다. 들으면서 반감이 느껴지고 말도 안되는 논리라 하더라도 그것이 자녀의 관점이라면 존중해주고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고 다시 들어보며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담의 효과라는 것도 온전히 내 이야기에 집중하며 들어주는 나만의 시간이 되기 때문에 말하면서 스스로 문제점이나 해결방법들을 깨달아가게 됩니다. 그렇기에 경청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상대방을 내 시스템안에 넣어서 받아들이려다 보니 힘들지만 독립적 시스템으로 인정하고 나와 합체하여 같이 가려는 게 아니라 그 독립체를 바라보며 인정하고 소통도구를 통해 그 시스템과 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이 세대간의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닐 까 싶습니다. 어쩔 땐 연료가 떨어져서 내 연료를 공급해주기도 하고 엔진이 과열되어서 식히는 동안 멈춰선다면 같이 멈추어 옆을 지켜줄 수 있는 관계라면 인생이라는 프로젝트를 함께 해나가는 동지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그러니 부모가 말하는 대로 하면 좀 좋으냐, 내 말 안듣더니 결국 그렇게 되니 얼마나 어리석냐 등등” 하고 싶은 말은 산처럼 쌓여있겠지만 “모든 게 네 나이에는 경험이다, 소중한 경험이다” 라고 말해줄 때에 비로소 함께 갈 만해 집니다.
어떤 분들은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자녀들과 가장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원하는 것은 그럭저럭이 아니라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꿈꾸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