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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처럼 달려드는 광고 때문에 거북스럽다, 아예 필요 없는 상품이면 관심을 두지 않겠지만 필요가 있으니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자주 졸기는 하지만 깊은 잠을 자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찌 알고 선전하는 수면제가 10 가지는 넘을 것 같다. 파도소리 같은 조용한 파장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며 깊은 잠에 빠지게 하는 기기도 있고 수면을 촉진시키는 호르몬 제, 멜라토닌도 선전한다. 잠을 잘 자게 한다는 숙면 베개가 수십 종이다. 고침단명이라 하였다. 반듯하게 누워 잘 때와 옆으로 누워 잘 때의 베개 높이가 달라야 하는데 거기에 맞도록 자동 조절되는 베개는 아직 못 본 것 같다. 인생의 1/3을 침대에서 보내니 침대가 과학이라는 그 침대의 종류도 수십 종이다. 가성비를 따져서 사야하겠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탈모치료제가 수십 종이다. 두피에 열을 내리고 피지를 깨끗이 씻어주고 영양을 공급하는 샴푸란다. 또 맥주 효모를 먹으면 모낭에 영양을 공급하여 거름을 먹고 자라는 곡식처럼 무성해 진단다. 더하여 여러 가지 약재를 담았다 하니 먹으면 불로장생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어떤 것을 고르지? 성분의 함량과 용기의 크기, 가격이 다르니 비교를 하기 어렵다. 빠진 머리카락이 새까맣게 난다면 돈이 문제겠는가? 사막에 나무 심듯이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심는 가격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싸지만 탈모를 막고 정말로 머리가 난다면 왜 망설이겠는가 말이다.
“한 손에 막대 들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이라는 사람의 시조다. 웃음이 나온다. 이 시인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다. 생로병사(生老病死)하듯 춘하추동이 그렇게 운행하고 버튼 씨의 시계처럼 인생은 정점에서 잠시 정지하다 중력가속도로 내려오는, 하늘로 쏘아 올린 대포알이다, 반드시 내려오고, 태어나 네발로 기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걸 알면서도, 도움 없이는 못 사는 아가가 되는 노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모발에 관한 어떤 연구결과는 스트레스가 백발의 주요 원인이라고 하였다. 스트레스나 극심한 고통, 또는 위협을 받으면 몸의 면역세포는 ‘인터페론’이라는 항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어 내면서 면역체계를 강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터페론이 모발을 검게 만드는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방해하여 머리가 하얗게 센다는 것이다. 나는 의학적으로 무지하지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긴장하니 입맛이 없고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잘 쉬지도 못 한다. 이런 상태가 길어지면 에너지가 고갈되고 지칠 것이니 안 늙을 수가 있을까? 충분한 휴식과 영양공급을 하고 동시에 두피의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해주면 색소세포를 재가동시키거나 색소세포의 노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자극이나 두피영양활성제를 계속 공급하면 탈모 방지에도 좋을 것이다.
“백발삼천장 연수사개장(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흰머리 삼천 발인데 근심으로 이다지 길어진 걸세. 부지명경리 하처득추상(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거울 속 (저 늙은이) 못 알아보겠네. 그 어디서 된서리를 맞았던고?”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詩)다. 추포가(秋浦歌)에 나오는데 늙음을 한탄하는 탄로가(嘆老歌)라고 알려져 있다. 위대한 시인이니 늙음을 관조할 것이라 생각하여 흠잡을 생각은 없다. 당시에 명경(거울)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을 테고 장발이기는 했을 것이라 쳐도 3천발은 심하지 않은가?
염색제가 너무 많다. 머리 감을 때 샴푸하듯이 하면 된다는 것이 있고 병마개에 붙은 빗으로 빗으면 그만이라는 것도 있다. 그런데 염색 후에 새로 머리가 하얗게 올라오면 그게 또 안 어울린다. 어떤 것을 사지? 감물이나 쪽물들이듯 자연스럽게 염색은 안 될까? 좋은 방법은 그냥 신경 쓰지 않는 것이겠지만 그게 어디 쉽던가. 백미(白眉)는 단지 흰 눈썹이 아니라 걸출한 인물을 뜻한다. 위기에 나타나 도움을 주는 산신령은 백미에 백발이다. 그러니 백발을 꺼려할 일도 아닌 것 같다. 백수면 백발일 것이다. 백(百)에서 하나를 뺀 것이니 백수(白壽)는 99세를 말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살라 하였으니 그렇게 오래도록 오순도순 함께 산다면 백수에 백발인들 어떠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