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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에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보지 못한 친구 녀석이 약속도 없이 잠시 들르겠다는 문자 한 통만 보내놓고는 갑자기 우리 동네를 찾았다. “무슨 일이 있구나” 하는 맘에 부랴부랴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던 동네 카페로 나갔다. 친구 표정을 보고는 내 이런 염려는 기우였다는 걸 알았다. 밝은 표정을 하고 있던 친구 녀석의 손에는 서너 권의 책이 들려 있었다. 서점에 갔다가 내가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 있길래 자신의 집에 가는 길에 우리 동네를 들른 거 였다. 고마웠다.
하지만 솔직히 고마운 맘에 앞서 “굳이?”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친구는 모르겠지만 난 일부로라도 원서책만 읽는다. 영어를 잊어먹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고, 영어책이 좀 더 정서에 맞기도 하다. 내게 있어 독서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이 생긴다면 원서를 고집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친구한테 할 순 없었다. 나를 위해 내 동네까지 와서 책을 건네주는 사람에게 “고마운데 다시 가져가. 나 한국책은 아예 안 읽어”라고 말할 순 없지 않나. 그런데 그 친구가 준 책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시뻘건 책이 한 권 있었다. 제목 역시 눈에 들어왔다. 함영준 씨가 쓴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 오른다』였다.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기 전에 빨간책을 들어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 오른다』는 한국인들의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지, 왜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은 10가지 이유를 들어 서술해 놓은 책이다.
첫째, 중국 옆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나라이고 둘째, 일본을 우습게 아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이며 셋째,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고 넷째,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었으며 다섯째, 세계를 리드하는 IT 강국이고 여섯째, 교육열이 세계 최고이며 일곱째, 세계 제일의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고 여덟째, 한국인은 정이 넘치고 아홉째, 할리우드 영화가 지배하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이며, 마지막 열 번째, 많은 아시아나라 중 축구와 야구에서 세계 4강을 성취한 유일한 나라다.
제국주의 식민지배를 딛고 일어나, 다른 나라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동시에 독재정권에 항거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 한국.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할 정도로 첨단기술이 온 국민에게 골고루 퍼졌고, 2002년에는 네티즌의 힘으로 개혁적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만큼 풀뿌리 민주주의도 발전했다. 새삼 한국이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친구 녀석이 코로나19를 뚫고(?) 우리 동네까지 와서 이 책을 내게 주고 간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아마 알게 모르게 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표출되지 않았을까. 바로 친구에게 전화해 고마움을 전했다.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한동안 네이버 검색창에 “한국 소설 추천”, “읽을만한 한국책”을 검색해 봤다. 나중에 또 시간이 나면 영어 원서책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한국책들도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