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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아내가 친구에게서 얻어온
접시꽃 씨앗을
봄이 오면 심자고
보물처럼 보여줄 때
달달하게 연애하던 소녀에게
그 시집을 선물했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아내에게
그 시집을 선물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 그 옷을
입히고 싶지 않아서이고
봄이 와도
그 씨앗을 내 손으로
심을 용기가 없는 것은
내 사람을 앞서 떠나보낼 수 없는
굽은 세월을 함께 한
애처로움 때문입니다
접시꽃 씨앗을 보여주던 날
켜켜이 쌓아 둔
라면 책 박스에서
빛바랜 그 시집을 찾아내
가난한 시인의 삶은 털어내고
밑줄 쳐진 애잔함만 다시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