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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 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를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 마종기 시집 ‘변경의 꽃’(1976년) 중에서
● 마 종기 시인
마종기 시인은 1939년 동경에서 아동문학가 마해송과 무용가 박외선 사이에 태어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예술적 자질로 어려서부터 시쓰기를 좋아하고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연세대 의과대학 시절, 시 ‘해부학 교실(1959)’로 박두진 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의사생활을 하면서 의사로서의 체험과 디아스포라 체험을 근간으로 고통받는 인간의 삶을 따듯한 사유로 표현하는 작품 활동을 하여왔다.
‘연세문학상(1961)’, ‘골든애플상(1975)’, ‘한국문학작가상(1976)’, ‘미주문학상(1989)’, ‘이산문학상(1997)’, ‘편운문학상(1997)’, ‘동서문학상(2003)’, ‘현대문학상(2009)’, ‘백두진문학상(2011)’, ‘대한민국예술원상(2017)’을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 <조용한 개선>, <두 번째 겨울>, 김영태 황동규 시인과 함께 낸 3인시집인 <평균율1>, <평균율2>이 있고 <변경의 꽃>,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그 나라 하늘빛>, <이슬의 눈>, <마종기 시전집>,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하늘의 맨살>이 있고, 산문집으로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