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내가 만일 또다시 한국을 떠나 살게 된다면 나는 한국의 무엇을 그리워할까?
친하게 지내는 직장동료 한 명이 올 8월 남편과 한국을 떠나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됐다. 내가 그렇게 뉴질랜드가 더 좋다고 옆에서 바람을 넣었는데도 결국 캐나다로 결정을 하고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해외 생활 경험이 있는 나에게 이 친구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한국을 떠나기 전 반드시 해야할 것이 있는냐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너무 어릴 적에 뉴질랜드에 끌려(?)간 것이므로 특별히 준비한 건 없었다. 하지만 친구에게 우선 아픈 곳이 있으면 한국에서 모든 검진과 치료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외국은 병원비가 엄청 비싸지 않은가. 특히 영주권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니 치과, 내과 등 평소 불편한 곳이 있다면 일단 병원 순례를 시작하라고 했다.
두 번째 질문은 역시나 영주권, 시민권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난 캐나다 이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캐나다도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IELTS 시험을 통해 영주권을 따는 제도가 있다는 것뿐이다. 그 친구의 남편은 캐나다 소대 대학에 학생신분으로 입학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다. 남편은 학생으로, 그리고 친구는 가서 일자리를 구해 천천히 자리를 잡을 생각이다.
마지막 세 번째 질문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내가 만일 또다시 한국을 떠나 살게 된다면 한국의 무엇을 가장 그리워할 거냐는 것이었다. 앞의 두 개의 질문과 달리,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말로는 늘 언젠간 한국을 떠날 거라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한국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나중에 한국을 떠날 그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구상이 머릿속에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생각해 본다고 말한 후 시간을 벌었다. 만일 뉴질랜드를 떠나 온 지금, 뉴질랜드의 무엇이 가장 그립냐는 질문을 받았더라면 한 시간 내내 나 혼자 떠들 수 있었을 텐데. 뉴질랜드의 여유로운 분위기, 복잡하지 않은 한산함, 한국에는 없는 죠지파이와 thick shake, 뉴질랜드에서 파는 인도카레(한국에서 파는 인도카레는 도무지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라운드어바웃, 선데이마켓, 히긴스쿠키 굽는 냄새, 그리고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동네에 들르는 아이스크림차 등 너무도 그리운 것 투성이다.
반대로 난 과연 한국의 무엇을 가장 그리워할까? 외국으로 떠난 다른 사람들이 말하듯 나도 한국의 음식을 그리워할까? 사실 그럴 거 같진 않다. 난 한식을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요즘은 외국에서도 한국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친구는 한국의 놀거리가 가장 그리울 거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가기 전 같이 놀이동산을 다녀달라고 부탁을 해, 이 나이 먹고 요즘 팔자에도 없는 놀이동산 다녀주느라 골병이 들고 있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난 한국을 떠나도 한국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는 분명 그리워하진 않을 거라는 것.
나는 아마도 한국의 곳곳을 누비는 각종 트럭이 그립지 않을까? 순대가 먹고 싶다 싶으면 때마침 동네에 순대 트럭이 오고, 곱창이 먹고 싶을 땐 어떻게 알고 곱창 트럭이 온다. 여름엔 수박 트럭 등 과일 트럭이 오고, 가을에는 밤을 실은 밤 트럭이 동네를 누빈다. 새우튀김 트럭이 올 때도 있고, 통닭구이를 실은 트럭도 온다. 그리고 바로 오늘, 금요일은 칼을 갈아주는 칼가리 트럭이 오는 날이다. 이제 곧 확성기를 타고 “칼 갈아 드립니다~” 라고 외치는 친근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