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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변소에 갈 때는
아버지가 네모나게 잘라놓은
신문지를 갖고 갔었다
손바닥만 한 신문안에는
세상사가 모두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했고
김기수가 벤베누티를 이겼고
브레즈네프는 인중이 길어 고집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나는 변소에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배우다가
앉았다 일어나면
다리가 저려 코에 침을 바르며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 화장실에는
희고 깨끗한 화장지가 걸려있다
이제 내 아들은
세상을 모른 채
화장실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