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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옷들부터 음식들까지 옛 것을 즐기고 있다. 추억의 도시락 반찬을 만들어 먹고, 추억의 옷들을 꺼내어 손질하여 입고, 빈티지 구제 명품 옷과 신발들을 사서 코디해 입고 있다.
옷 정리를 할 때마다 아까워서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던 옷들이 지금 제구실을 하고 있다. 의류학 전공을 크게 써먹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옷에 대한 센스가 있고, 옷 수선과 리폼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어서 생활에 보탬은 되고 있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외모가 그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외모도 마음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 나는 내 외모가 마음에 든다. 하얀 머리가 잘 어울리며, 옷 색깔에도 구애를 받지 않아서 오히려 더 멋지게 코디할 수 있어서 좋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일찍부터 염색하지 않고 다니셨는데, 흰머리가 참 잘 어울리셨다. 나 또한 같은 피려니.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내가 머리 염색을 하지 않으면서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워졌다.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산전수전 겪으면서 모난 마음이 둥글게 변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예전보다 내 마음이 많이 너그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예전 같았으면 화를 냈었을만한 일에도 그다지 화가 나지 않으며, 맺고 끊음에 있어서 더 편안하게 잘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요즘엔 이런 나에게 나 스스로 상을 줄 때가 많다.
백발이 슬픈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으니, 이 정도의 맨탈로 사는데, 뭐가 그리도 심란하고 버거울 것인가? 이렇듯 마음이 편안하니 우주의 에너지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만나는 사람들도 바뀌고 있고, 모든 것들이 내 생각대로 척척 되어 간다. 돈을 쫓아가지 않고 그냥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열중한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위해 돈 쓸 일은 거의 없다. 아직은 그 일로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냥 풍요롭다.
내 풍요로운 마음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듯, 새로운 만남들이 신선하고 기분 좋다. 뭔가 업그레이드 된 거 같다.
음식도 맛있게 먹는다. 직접 만든 소박한 음식들을 서로 나눠 먹으니 속도 편안하다. 못하는 영어로 키위들과 대화를 나눠도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다. 그런 내 마음이 상대한테 전해지는 것 같다.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 유행이 돌아 과거의 옷들이 유행을 하고, 옛 추억의 음식들이 입을 즐겁게 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다.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참 좋다.
외모는 마음의 거울이다. 마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외모가 그대로 다 보여 준다. 명품 옷을 걸친다고 외모가 좋아지는 게 아니다. 우선 사람이 명품이어야 한다.
지인들 중 정말로 똑똑하며 진국인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을 전혀 가꾸지 않는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될 거 같은데도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자신을 알아주는 진국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하지만 외모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패셔니스타처럼 멋지게 꾸밀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을 업필 할 수 있을 정도로 단정하게 꾸밀 필요는 있다고 본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속담이 있다. 떡 생김새를 보면 떡을 만든 사람의 정성과 솜씨가 보이는 법이다. 사람의 외모 또한 그 사람의 마음과 생활 태도를 엿보게 하는 것이다.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을 보면 아무리 좋은 옷을 입었어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싼 가격의 옷이라도 단정하고 깔끔하게 입은 편안한 모습의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듯 외모라는 것은 겉으로 들어나는 총괄적인 모습인 것이다.
내가 한창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외모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남편이 한 없이 무능해 보이면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하느라 나 자신을 가꿀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위해 꾸밀 시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며, 걱정을 한다고 없는 돈이 더 생기는 것도 아닌데도 걱정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겼다. 하는 일마다 꼬이고 힘든 일들만 줄줄이 엮여져서 신세 한탄이 저절로 나왔었다.
그때 내가 조금 더 현명했었다면 걱정하느라 마음을 조아리지 않았었을 것이며, 꼬이는 일도 덜했을 거 같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것이고 아무리 힘든 일이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죽을 일은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심장을 혹사했는지 모르겠다.
그날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겠지만, 그때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그 순간의 고통에 눈이 멀어 희망을 저 멀리 던져 버리고 살았던 거 같다. 참 안타까웠던 세월이었다.
‘더 시크릿’ 다큐가 나를 변모하게 했으며 그때부터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들어도 웃으면서 지냈는데, 그랬던 세월이 10여년이나 되었다.
마지막 관문처럼 온갖 풍파가 한꺼번에 다시 다가왔었을 때,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 집은 조금씩 풀려나갔으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힘들다고 징징거렸던 그 시절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큰 역경을 맞게 되었으나, 그때의 의연했었던 나 자신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때의 나에게 박수가 절로 나온다.
이달 말경에 둘째 산바라지를 하러 오클랜드로 간다. 예정일 보다 며칠 더 일찍 가는데, 내가 가기 전에 아기를 낳지 않기만을 바란다.
지금 난 이미 오클랜드로 마음이 가 있다.
갈 때 무슨 옷을 입을까? 한 달 동안 있는 동안 집에서는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고 아기를 돌보러 가는 것인데도 옷에 신경이 쓰인다. 모처럼 만의 나들이라서 그런가 보다.
그나저나 내 꿈인 산바라지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고맙다. 이제껏 내 건강을 위해 애를 써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믿음과 신임으로 그분들의 치료를 받으면서 시키는 대로 운동을 한 결과는 너무나도 흡족하다.
오클랜드에서 쓸 돈도 마련이 되었다. 요즘엔 신기할 정도로 돈이 필요할 때마다 그만큼 돈이 들어온다. 그래서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산다. 요즘 내 외모가 돈을 끌어당기나 보다. 하하하!
앞으로 돈이 좋아하는 외모를 유지해야겠다. 돈이 나를 졸졸 따라오도록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도록 노력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