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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어린애들 노는걸 보면 친구들이 대부분 삼성, 애플 휴대폰이고, 좀 더 크면 PC방이나 게임을 통해서 사람보다는 기계와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듯 하다. 심지어 갓 태어난 애기들에게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혼자 놀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뿔싸! 이런 세상이 오리라고는 ....
가끔 우리가 어릴 때 놀던 놀이를 돌이켜 보면 대부분 돈이 필요하기 보다는 사람이 있어야 놀 수가 있었다.
돌을 가지고 하던 바위치기, 오징어달구지, 다망구, 라면땅 .. 필요한 것은 땅, 사람 그리고 약간의 도구들이 전부다.나뭇가지 돌멩이, 전봇대 등.. 몇발자국만 나서면 주변에서 쉽게 구할수 있었다.
만약 놀이에 사람이 모자라면 다같이 모여서 생각나는대로 친구집 앞으로 간다. 다같이 큰소리로 "철수야 놀자"를 떼창을 한다. 성공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친구 엄마한테 “공부한다,가라” 욕만 진땅 먹고 문전박대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깟쯤은 대수롭지 않다 될때까지 계속 다른 친구들 집에 찾아 다니면서 사람이 다 모일때 까지 떼창을 한다.
불굴의 투지로 인원을 채우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 속에서 놀이를 시작한다.
니편 내편 나누기도하고 술래를 정하기도하고 그렇게 하루종일을 놀아도 지칠줄 몰랐고 지겨운 줄도 모르고 놀았다. 거의 집에서 엄마가 저녁먹으라고 찾으러 올 때까지 땀범벅이 되고 때로는 시비거리로 다투기도 했지만 헤어질 때는 누구 하나 미워하는 마음없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연속에서 순수한 삶이 지속되었었다.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흑백TV가 나오면서 세상은 확 달라졌다. 만화영화가 등장한 것이다.
한 동네에 tv가 한대 정도 있을까 말까했고 그때의 가장 인기있던 만화영화는 단연 황금박쥐였다. 해골형상을 하고 슈퍼맨처럼 하늘을 마음대로 날고 붉은 망토에 무적의 지팡이로 적을 무찌르는 정의의 사도였다. 우리들의 눈에는..
우리들 세계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학교에 가면 황금박쥐를 본 애들 중 하나가 친구들을 잔뜩 모아놓고 자기가 본 대로 재현을 한다 .
그 수준은 놀랍다 거의 옛날 변사를 능가하는 레벨이다. 본래의 영화는 런닝타임이 30분 정도인데 거의 한시간을 얘기해도 스토리가 끝나지 않았다.
만화속 대사를 거의 완벽하게 다 외우고 설명을 하고 동작 하나 하나도 실감나게 섞어서 얘기하노라면 그 시간은 완전히 딴세상이었다 .
그 때의 감동과 느낌은 말로 다할수가 없었고 온몸이 전율로 가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은 그 변사친구는 공부를 잘하는 애가 아니었고 암기과목 성적도 별로 였던것 같다.
그 이후 나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직접 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방법을 찾는다. 그렇게 발견한 유일한 길이 동네 만화방이었다.
만화를 다섯권이상 보면 비닐장판을 잘라서 만든 스티커에 도장을 찍어주는데 다섯번의 도장을 받으면 그 다음주 화요일 5:00부터 황금박쥐를 볼 수 있었다.
나는 거의 한달반을 준비하여 드디어 역사적인 날을 맞았다. 만화방 한 켠에 큰 방이 있었고 20명이상 앉아서 발도 뻗지 못한채 30분전부터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는 여름이었는데 실내는 땀냄새 발냄새 온갖 이상한 냄새가 넘쳐났다. 그러나 그런것은 문제가 될 수가 없었다. 밖에는 형들이 만화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숨소리 외에는 낼 수가 없고 만약 큰소리내거나 소리내어 웃기라고하면 주인아저씨가 긴 장대막대기로 머리를 한대 때린다. 아픔이 문제가 아니라 그 즉시 짐싸고 집으로 가야한다. 눈물을 흘리면서 퇴장해야 하는 것이다.
드디어 오란씨(옛날음료수) 선전이 끝나고 사마귀 대왕과 망또를 휘날리며 싸우는 정의의 사도 황금박쥐가 등장한다. 마지막에는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 하고 다음편으로 이어진다.
그 당시 나는 거의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몰입을 했고 내 삶은 뒤집어졌다. 이제 황금박쥐와 함께하는 세상이 펼쳐진것이다.
집안 장농에서 마음에 드는 빨간보자기를 꺼내 망또를 만들고 잘생긴 나뭇가지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지팡이를 삼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 제법 오랫동안...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나도 점심시간에 애들을 모아놓고 황금박쥐를 얘기하는 변사가 되었다. 제법 괞찮았던지 끝나고 나면 몇몇 친구들은 아끼던 불량과자, 사탕, 딱지를 건네기도 했다. 내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세상 부러울 것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 때부터 자연속에서 살던 순수한 삶은 바뀌기 시작했다.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이후 우리들의 우정은 서서히 둘로 셋으로 갈라지기 시작했고 자본에 의해 등급이 세워졌다.
만화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은 그림딱지가 나오고 구슬이 나타나고 큰 액수는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출근하는 아빠 구두도 닦고 아부도 하고, 가끔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추파를 던져 10원씩 얻곤했다.
이 때부터 10원만 주세요? 가 나타난듯 하다. 그래도 친구들 끼리의 정은 끈끈했다.
누가 누구를 일부러 괴롭히거나 따돌리고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다만 편만 갈라질 뿐이었다.
어른이 되고 보니 노는것도 쉽지 않다. 준비도 해야하고 또 배워야하고 어디를 가든 분위기도 마추어야하고..... 아득하지만 가끔 어린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 때는 힘 빼고 살았었다 “평상심으로 살았던 시절” 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니...
______ 어린 시절 _______________
어린아이는 과거가 없다, 미래도 모른다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어린아이는 동일한 것을 싫어한다
어린아이는 매 순간 다른장소 다른 시간 속에서 놀이를 즐긴다
언제나 새로운 출발속에서 새로운 생성을 한다
슬픔과 비극조차도 잊어버리고 기쁨으로 현재의 시간 속으로 달려간다
항상 지금 여기에 발을 딛고 있다!
그들이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고 짜라투스트라이며 깨달은 자 들이다....
스스로는 모를뿐! 그래서 집착이 없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應無所住 而生其心)
누가 어떻게 그들을 가르칠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