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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3월 1일에 잠수정 SSM 051, ‘돌고래’를 취역시킨 이래 1990년 6월 1일 해군 제5성분전단 예하에 57잠수함전대를 창설하였고 94년에 잠수함기지전대를 창설하였다. 이듬해인 1995년 10월 1일, 해군 작전사령부 예하의 제9잠수함전단으로 승격하였고 그 사이 많은 잠수함을 취역시켰다. 2015년 2월 1일에 잠수함사령부로 승격하고 2성 장군이 사령관이 되었다. 어느 사이 2021년 6월 1일, 잠수함 부대창설 31주년이 된다.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잠수함의 작전과 교육훈련, 정비 등을 종합적으로 지휘하는 잠수함사령부를 운영하는 해군이 됐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군사비밀이 아니다.
나는 운 좋게도 잠수함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1999년 3월 25일, 탠덤 트러스트 훈련에서 세계 각국의 해군들이 모두 격침시키지 못한 10,000톤급 미국 순양함 오클라호마 시티호를 어뢰 한발로 격침시켜 원샷, 원힛, 원킬(ONE SHOT, ONE HIT, ONE KILL)이란 칭호를 얻은 이천함에 승선했다. 뚜껑, 해치가 열리고 겨우 들어가는 수직사다리를 내려가니 양쪽 벽 사이로 좁은 통로가 답답하다. 나는 혼자만의 조용한 공간을 즐기지만 막히고 갇힌 공간은 부담스럽다. 잠수함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러운데 이 잠수함이 해저 수백 미터로 돌아다니니 잠수함 승조원은 얼마나 힘들까? 극심한 3D 직종으로 기피한다니 승진과 보수에서 대우를 파격적으로 하면 좋겠다.
오래전, 영화 ‘붉은 10월’을 보면서 손에 땀이 흥건했었다. 영화는 미·소 냉전이 한참이던 때에 소련의 아쿨라급(타이푼급) 신형 전략 미사일 핵잠수함인 ‘붉은 10월함’의 첫 항해로 시작된다. 함장은 소련 해군 내에서 최고의 잠수함 함장이며 수많은 잠수함 승조원들을 가르쳤다고 알려진 마르코 알렉산드로비치 라미우스 대령으로, 그가 선발한 우수한 장교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아쿨라급 잠수함은 승조원이 160명이나 되고 길이가 172.8미터에 배수량이 수상23,200톤, 수중 48,000톤이라 하니 중형 항공모함 같다.
소련에 환멸을 느낀 라미우스 대령은 몇 년에 걸쳐 세운 미국으로의 망명계획을‘붉은 10월함’으로 시도한다. 라미우스의 망명을 알게 된 소련 수뇌부는 즉시 붉은 10월함을 격침하기 위해 대규모 함대를 내보내고 망명하려는 것임을 모르는 미국은 경계태세에 들어간다. 소련 정부는 미국에, 미국을 공격하려는 우리(소련) 잠수함을 격침시키라는 정보를 준다. 그러나 CIA의 정보분석가 잭 라이언은 붉은 10월함이 망명하려는 것임을 알아차리고 라미우스 함장과 함께 붉은 10월함을 데려오기 위해 애쓴다. 어뢰들을 발사하고 피하면서 벌어지는 수중작전에 손에 땀을 흘렸던 기억이다. 영화라도 마치 전쟁을 보는 듯 했었다. 핵전쟁의 발발을 우려하면서.
3면이 바다이고 북한이 주적인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까지 견제해야 하는 사정이다. 영해를 두고 다투는 사정이니 지켜야 할 바다를 위해 해군력과 잠수함이 더 필요하다. 대수로는 북한이 훨씬 더 많아 우리 해군이 부담을 느낀다. 잠수함을 지휘했던 사람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승조원들의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전에 들어가면 보통 한 달 가까이 물밑에서 살아야 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가족과도 세상과도 단절된, 위험속의 생활이다. 산소통에서 조금씩 나오는 공기와 역삼투압 방식으로 해수에서 얻는 물, 냉동 냉장시킨 식재료로 영양을 보충시키는 것이니 미안하지만 비좁은 닭장에서 알만 낳다가 죽는 ‘산란계’가 연상된다. 이러니 승조원들을 파격적으로 보상하고 대우해 주기를 또 강조한다. 근무 조건이 우수하고 작전 능력도 뛰어난 핵 잠수함을 만들 능력이 있는 우리나라가 서둘러 만들었으면 좋겠다. 핵 잠수함이 국력인데 왜 미루는지 모르겠다.
잠수함이 5척뿐인 인도네시아가 그 중의 한 척을 잃었다. 4월 26일 침몰한 잠수함 ‘낭갈라함’은 40여 년 전 독일에서 만든 1400t급으로 인도네시아가 보유한 2척 중의 하나란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정비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에 3척을 만들어 건넸다. 우리 해군은 승조원들도 교육시켜 보냈다. 이 잠수함들은 우수하다. 인도네시아 군은 발리 해협의 수심 838m 지점에서 세 동강이 난 채 부서진 잠수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후 잠수함인 낭갈라함은 잠수 가능 수심이 200m에 불과하고 탑승자 53명은 전원 사망했다. 인도네시아 군은 특수 장비 등을 동원해 시신 수습을 할 것이라 한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6일 탑승자 전원에게 훈장을 추서하고 탑승자 자녀들의 대학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산소가 떨어져 가고 해저에서 부상할 가능성은 없고 멀쩡한 정신으로 죽음을 맞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국가를 위해 기꺼이 목숨 바친다. 사랑하는 가족은? 침몰한 잠수함 승조원들이 생전에 함 내에서 부른 노래가 ‘삼빠이 줌빠’란다. ‘잘 가!’라는 뜻이라는데 비운을 미리 짐작이나 한 듯 하여 애처롭다. 나도 이들을 위하여 외치노라. 삼빠이 줌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