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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사 각황전 석등과 원통전 앞 사자탑
경남 지나 전남, 하동 지나 구례다. ⑮구간 가탄-송정(10.6km), 섬진강과 나란한 길, 피아골 연곡사를 지난다. ⑯구간 송정-오미(10.4km). 오미마을은 남한의 3대 길지로 꼽히는 운조루로 유명하다. 그 곳에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이 새겨진 큰 쌀독이 있다. ‘누구든 쌀독을 열 수있다’는 뜻이다. 흉년에 이 독을 열어 가난을 구제했다는 얘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⑰·⑱구간오미-방광-난동(18.9km). 여기가 두 갈래 겹 길이다. ⑲구간 방광-산동(13km). 어느덧 지리산의 서쪽 끝 천은사까지 왔다. 마지막 한 구간 남았다.⑳구간산동-주천(15.9km). 노고단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봄날, 현천마을에서 계척 마을까지 산수유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할머니 산수유나무’와 정겨운 돌담길을 만날 수 있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밤재로 이어진다.
▲ 구층암 모과나무와 차를 드시는 덕제스님
▲ 섬진강을 물들이는 노을
화엄사는 지리산 산세에 걸맞은 당당한 대가람이다. 백제 성왕 22년(544) 인도승려 연기조사가 창건했다. 금강문·천왕문·보제루를 직선으로 지나 공간이 확 넓어지는 구조다. 거기서 비로소 만나게 되는 각황전. 그 규모가 경복궁의 근정전 다음이고, 불전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의 목조건축물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장육전 자리에 숙종 28년(1702년) 새로 지었으니 300년이 넘었다. 각황전이 좌우 이념투쟁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소실되지 않고 온전히 살아남았을까를 생각해보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그와 짝을 이루는 석등 역시 크기와 맵시면에서 우리나라 으뜸인 국보다. 네 마리 사자가 떠받치고 있는 효대의 사사자삼층석탑, 봄날 각황전 옆에서 마당으로 내려다 보이는 진분홍의 매화 한그루, 지장암 경내의 늙은 올벚나무도 화엄사의 빛나는 유산이다.
▲ 천은사
화엄사 뒤편으로 조금 걸어가면 구층암이 있다. 늙은 모과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는 작은집. 덕제스님이 살고 있다. 큰 절과 암자 주변에는 약 25,000평 정도의 야생 차밭이 있다. 이 드넓은 차밭의 총관리인이자, 차 생산자가 덕제스님이다. 차는 1년에 100g들이 1,500봉지 정도가 나온다. 절반 이상을 화엄사에서 가져간다. 나머지는 나눠 마시고, 돈이 필요해서 팔기도 한다.
식구가 스님하고 중학생 둘, 고등학생 하나, 공양주 노보살 그렇게 다섯이다. 인연이 닿은 아이들을 아주 어려서부터 키워 학교 보내주고 같이 사는, 스님이 아빠다. 화엄사에 머물면 며칠이고 찾아가 차담을 나누어도 마다 하지 않을, 차보다 더따뜻한 사람이다.
▲ 운조루의 쌀독
■ 변치 않는 마음으로 품어주는 화엄사
대한불교조계종 제 19교구 본사인 화엄사는 지리산 자락의 사찰 중 그 규모가 가장 큽니다. 화엄경의 핵심사상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를 바탕으로 오랜 세월동안 화엄사상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지요. 화엄사의 창건에는 많은 기록이 있으나 황룡사지에서 발굴된 발문에 의하면 신라 경덕왕 때 연기조사의 발원으로 건립되었다고 하지요.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차례로 지나 보제루를 끼고 돌면 화엄사의 웅장한 가람배치가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국보 제 67호 각황전을 비롯해 각황전 앞 석등, 사사자삼층석탑, 영산회괘불탱 등 4개의 국보와 8개의 보물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사계절 아름다운 화엄사는 이 겨울, 노고단이 올려다 보이는 툇마루에 앉아 눈이 소복이 쌓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변치 않는 마음으로 편안히 품어주는 화엄사 템플스테이에서 그저 편히 쉬어가세요.
화엄사│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061-782-7600
hwaeomsa.templest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