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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년 꽃꽂이를 하러 꽃집을 돌았었는데, 코로나 영향인지 꽃집에 쓸 만한 꽃들이 없었다. 파미에서 가장 꽃꽂이하기 좋은 소재들이 많은 꽃집은 아예 문을 닫고 일주일 이상 휴업을 한다는 팻말만 걸려 있었다.
오클랜드에 있는 둘째와 사위가 초 이틀째 되는 날 도착하기에 어떻게든 현관을 화사하게 장식하고 싶어서, 막내와 나는 가든 센터로 향했다.
실내에서 키우는 화분이라고는 양란화분과 남편의 방에 있는 두 개의 작은 화분들이 전부인 우리 집. 그 화분들이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지만, 새 식구의 방문에 마음이 바뀌었다.
일단 현관에 생화 대신 꽃아 놓을 조화들을 선택하고, 복도 콘솔에 놓아 둘 화초 하나를 사기로 했다. 같이 간 막내가 화초 값은 자신이 내겠다고 했다. 우리 집에 주는 자신의 선물이라고 하면서.
막내는 생각보다 엉뚱하다. 집에 신년 선물을 주려는 마음을 먹다니. 신세대라서 그런지 워낙 엉뚱한 면이 많긴 하다만, 15년 동안 살아온 집에 선물할 생각을 다 하다니.
요즘 반갑게 만나고 있는 지인이 10년 전에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담소를 나누던 중, 나에게 집에도 영혼이 있다고 말했었다. “오! 주여!”란 말을 자주 내뱉지만, 교회에 나가는 친구는 아니다.
범우주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에, 돌을 깎아 생명을 불어 넣으면서 살다가 집을 짓기 위한 망치질을 하면서, 그 언젠가는 자신의 집을 직접 지으려는 꿈을 갖고 있는 그녀에게 집 역시 영혼의 존재인 것이다.
막내야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한 거 같다.
막내와 나는 직원에게 햇볕이 거의 안 들어도 잘 살 수 있는 생명력이 강한 화초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잎이 뾰족뾰족하고 도톰하며 반짝반짝 빛이 나는 꼭 조화처럼 생긴 화초를 권했다. 강한 햇볕만 피하라고, 그러면 그 어디에서건 다 잘 자라는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고 했다.
키가 크게 자라지 않으면서 번식을 잘하는 화초라고 하였는데, 내가 그만 그 화초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몇 달 후 친구가 집에 방문을 하여 그 화초를 보더니 머니 트리라고 말했다.
잎이 엽전처럼 생긴데다 그 화초가 집에 있으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생각해서 실내에서 많이 키운단다. 인터넷으로 머니 트리를 검색하여 그 나무의 이름을 알아냈다만, 이름표에 쓰여 있었던 이름은 찾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금전수라고 부른다고 했다.
집에 영혼이 있다면 막내의 선물을 매우 좋아할 거 같다. 집도 돈이 많이 필요하니 말이다. 외장 벽 페인트칠부터 이것저것 손 댈 일이 어디 하나 둘인가?
우연이지만 금전수가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살게 된 이후로 좋은 인연을 만나 우리 집 보수에 대한 걱정도 덜고, 정원 관리를 잘하는 지인을 만나 말끔한 정원을 갖춘 아름다운 집이 되어가고 있다.
금전수는 아주 튼실하게 새끼까지 치면서 늘어났다. 더 많은 번식을 위해 분갈이를 했는데, 화분 하나가 세 개로 늘어났다. 그 중 하나는 지인의 집으로 분양을 하고 하나는 있던 자리에,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현관에 두었다. 돈이 이렇게 불어난다면 참 재미있을 거 같다.
고추나무도 한 그루 샀다. 예쁜 고추가 주렁주렁 달렸는데, 얼마나 예쁘던지 화초처럼 키우면서 따 먹기로 했다. 겨울에 온실에서 키워야 죽지 않는다고 하여 실내에서 가장 볕이 잘 드는 장소에 두기로 하고 화분을 사러 마이터 텐에 갔는데, 조그맣고 예쁜 파키라를 보았다.
마침, 마더스 데이 날이었는데, 내가 나를 위해 사는 선물로 선택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 파키라를 쳐다보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파키라도 머니트리란다.
파키라를 산 다음 날, 또 다른 머니트리라는 식물을 선물 받았다. 우리 집 가든 정리를 해 준 지인이 얻어 온 것이다. 다육이 종류로 보이는데, 실외에서 아주 잘 자란다고 한다.
갑자기 우리 집은 머니트리 풍년이 났다. 부자가 되려나? 하하하~
부자가 따로 있느냐만, 물질적인 풍요가 삶의 질을 높여주며 마음까지 부자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빈곤하지만 마음만 부자라도 행복하겠지만, 마음과 물질 두 가지 모두다 부자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거 같다.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나 자신을 보면서 내 마음이 그리 부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집을 위해 돈 들어갈 일들을 생각하면서 그때 그 돈이 마련이 안 될까봐 초조해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사실 그때가 다가오면 어떻게든 그 일이 해결이 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부족함에 대한 불안을 버리지 못한다. 내가 부족해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었는데, 가만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니 그건 그저 착각이었을 뿐이다.
물론 부족함이 나 자신을 성장시켰기에 빈곤했었던 지난 시절에 감사를 하지만, 부족함에 만족하면서 살았던 적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부족한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풍요로운 것이 더 좋다.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생활 습관이 풍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게으르지 않고 긍정적이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다.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선다.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지지 않는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를 극복하는 순간 징기스칸이 되었다.”라고 징기스칸은 말했다.
풍요도 나 자신을 극복해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제껏 내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적이 얼마나 되는가? 과반 수 이상이 이기지 못했으며, 중요한 일들에 있어서는 더 이기지 못한 것들이 많다.
머니트리를 보면서 내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울 때 즐거워하는 물질적인 존재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물질적인 풍요를 제대로 즐기면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내 재능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겠다.
내 마음이 내 자신감의 적이 되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때마다 난 적의 꼬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었으며, 빠져나올 때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이제부터는 빨리 나 자신을 찾으리라.
머니트리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우리 가족들에게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시작하려 준비들을 하고 있다. 방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도 바꾸면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막내 방을 바꾸다가 2년 전에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었던 인형을 찾았다. 못난이 인형이었지만, 막내가 무척 아끼고 예뻐했던 인형이었다. 그 인형을 찾고 나서 온 가족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머니 트리를 집에 사 준 막내에게 집이 선물을 준 거 같다.
머니트리가 우리 가족에게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머니트리가 튼실하게 자라면서, 자신의 꿈을 확실히 모르는 막내에게 꿈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사실이 나는 가장 기쁘다.
아주 작은 식물 하나가 우리 가족에게 변화를 주고 희망을 안겨준 것처럼, 자연이 주는 사랑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무한하고 아름답다.
“머니트리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