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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고양이 발걸음도 들리려는 밤
쓰레기통 내어 놓다가
밤하늘이 고와
그대로 먼 길 떠나
한 사흘쯤 걸어
얼기설기 사립문
발끝걸음 들어서면
토방에 놓인 신발 여전히 가지런하고
장지문에는
어머니의 그림자 비치겠다
마당 어머니의 꽃밭에
씨앗 떨군 채송화는
밤공기 서늘하다 움츠려 졸고
뒷켠 외진 해바라기는
눈정 맞아 나를 반긴다
가을귀에 들리는 귀뚜라미 울음은
떠나간 여름 그리운 목청
동네 아이들 잠자리에 들며
불빛 하나씩 꺼져갈 때
학교 길 동무
덕청이 준만이 이름 불러 내려다
긴 사흘 길 되돌아 오면
불 켜지 않은 방안은
어깨에 묻혀 온 별이
한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