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피워낸 기적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꽃으로 피워낸 기적

0 개 283 템플스테이

영주 성혈사 나한전 · 예천 용문사 윤장대 ·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 꽃살문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664_979.png
 

꽃송이 하나하나가

부처님이고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공경하는

마음이다.

꽃살문의 창호를 통해

새어 나오는

화엄의 빛이

온 세상을 비추니,

홀로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낀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709_5297.png


처음 꽃을 본 사람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꽃은 우주의 기적이다. 식물 세계에서 꽃의 탄생은 인류의 진화처럼 혁명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부처님의 깨달음은 꽃으로 상징되곤 한다. 아름다움은 진선미 중에서 가장 상위의 가치를 지녔다고도 한다. 세상에서 아름다움은 꽃으로 표현되고, 꽃은 빛의 결정체이다.

문살에 꽃을 조각한 마음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시각화한 것이기도 하고,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공양의 의미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자비와 헌신, 지혜와 환희를 꽃으로 묘사하는 것은 우주의 연대기에서 태초부터 인류의 세포 속에 유전되어 흐르는 감성의 자연스러운 발화가 아닐까.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831_2595.png
 
다시 작은 것이 아름답다

왜 작고, 여리고, 가볍고, 부족하고, 부러지기 쉽고, 상처받은 혹은 상처받기 쉬운 것들에 눈길이 자꾸 가는 것일까? 이 감수성이 참 딱하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 보이거나, 그렇다고 비슷한 이들끼리 연대하기도 어려운 습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고 곧 체념하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이의 심정으로 다시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고 쓴다.

언제나 아름다운 곳으로 이끌어주는 사진가를 따라서 영주 성혈사로 갔다. 성혈사는 소백산 자락에 있는 소담한 사찰이었는데,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바쁜 걸음의 노스님이 대웅전 뒤쪽의 소나무들을 보라고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다. 이리저리 꼬부라진 소나무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 아래 흔치 않게 툇마루가 있는 성혈사 대웅전은 무척이나 친근한 모습이다. 눈길을 거두고 곧장 위쪽의 나한전을 찾았다.

이렇게나 작고 아담한 나한전이라니! 거기에 여섯 개의 문에는 꽃살문이 장식되어 있고, 그 앞으로 두 개의 석등이 놓여 있어 그 자체로 완벽에 가까운 균형미를 갖추고 있다. 웃는 얼굴의 거북이 등에 두 마리 용이 감아 올라가 상부를 받치고 있고, 맨 위에는 여의주와 연꽃으로 보이는 좌우가 섬세하게 다른 모습의 석등만 촘촘히 감상하는 데에도 반나절은 걸릴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나한전을 호위하고 있는 듯 위엄 있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묘하게 희극적이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857_1249.png
 
영주 성혈사 나한전 꽃살문

꽃살문은 두 개씩 짝을 이뤄서 장식되어 있는데 특히 가운데 두 개의 문에는 물고기, 게, 동자승, 연꽃, 새, 개구리 등이 소박하게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오른쪽 끝의 솟을꽃살문에는 통판으로 모란이 장식되어 있다. 화려하지 않고 검박하면서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움에 이르는 불교 예술의 한 장르를 압도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884_0266.png
 
나한전 안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이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기능만을 남겨둔 성혈사 나한전은 오백나한은 생략하고, 부처님을 주불로 아라한에 이른 열여섯 분의 제자만을 모셔두고 있다. 꽃살문의 창호지에 스며들어 오는 빛이 은은하게 형태를 실루엣으로 비쳐 보여주었고, 나방 한 마리가 파닥거리며 앉았다 날았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문틈으로 길게 들어와 바닥에 빛의 선을 드리우고 있는 곳에서 한없이 낮게 몸을 접어 절을 올렸다.

나한전 밖으로 나왔을 때도 사진가는 꽃살문 촬영 삼매경에 빠져있다. 한동안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인적이 없는 더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며칠 전에 내린 큰비로 계곡물은 요동치듯 내뿜고 있었고 숲은 습기와 이끼로 온통 녹색 빛을 띠고 있었는데, 풀 속에 숨은 듯이 있는 작은 부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온몸에 이끼를 두르고 담쟁이 넝쿨이 붙어 자라고 있다. 그 뒤의 굵은 소나무 한 그루와 어울려 은밀한 아름다움을 선물해준다.

천천히 대웅전으로 내려와서 툇마루에 벌러덩 누웠다.

감은 눈에도 환하던 빛이 점점 작아지더니 잠깐 꺼졌다가 촬영을 마친 사진가의 돌아가자는 말에 눈을 번쩍 떴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903_3327.png
 
예천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2019년에 국보로 승격되어 지정된 예천 용문사 대장전을 찾았으나 마침 공사 중이라 윤장대의 실물을 보지는 못했다. 얼마 전에 닥친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예천 지역 전체가 시달린 모습이 역력했고, 어렵사리 당도한 용문사 경내에도 곳곳에 물고랑이 파헤쳐져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대장전 내부에는 두 윤장대가 널빤지로 둘러싸여 있고 그 널빤지 위에 실물 크기의 윤장대 사진을 붙여놓았다. 그 모습이 더욱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윤장대는 경전을 보관하는 책장에 축을 달아 돌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회전하는 책장인 셈이다. 글자를 몰라 경전을 읽을 수 없는 민중이 한 바퀴 돌리는 것만으로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이 쌓인다고 하는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티베트에서는 ‘마니차’라고 이름 붙여 손에 들고 돌릴 수 있도록 휴대용으로 만든 것도 있다.

용문사 윤장대는 8각형으로 구성되어 아름다운 꽃살문으로 장식되어 있다. 직접 보지는 못했고 보수 공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꼭 다시 와서 보고 싶었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싶기도 했다. 화려한 대장전 내부의 장식도 아름답고 특히 삼존불의 후불을 탱화가 아니라 목각으로 조각하였는데 장엄함의 극치를 느끼게 한다.

그 앞에 좌우 대칭으로 윤장대를 들여놓은 용문사 대장전은 희소성만으로도 그 예술적 가치가 짜릿하게 전해진다.
성혈사 대웅전의 툇마루와 윤장대를 만든 이의 마음이 참 곱고 고맙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935_4869.png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 꽃살문

정면 다섯 칸의 기림사 대적광전은 마치 꽃살문을 달기 위해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부처 하나를 모셨고 공경심을 담았다. 눈을 찡그려서 희미해지게 해서 보면 마치 부처님이 처음 빛으로 설법하셨다던 화엄의 세계를 연출한 것도 같다.

바깥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기림사 대적광전 꽃살문은 안에서 보는 것도 좋다. 예불 시간에 맞춰 참배하는 것을 추천한다. 달을 머금은 절이라는 뜻의 함월산 자락에 불국사 다음으로 규모가 큰 사찰인 기림사는 인도에서 싹튼 정토신앙이 바닷길을 따라 이어져 온 것이다. 옛 신라인의 이상향을 이 땅에 실현하려는 염원이 깃든 도량이다.

여러 사찰에서 꽃살문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다 보니 꽃살문 자체만으로도 미적 가치가 뛰어나지만 자연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이란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불교 예술은 특히나 관계와 조화 속에서 빛이 난다. 석탑과 가람의 배치가 주는 공간감, 긴장과 느슨함, 주불과 후불탱화의 조화로움, 꽃무늬 하나하나로 인드라망을 표현한 꽃살문과 빛의 아름다운 투과…. 저 홀로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산에서 내려와 세상 속으로 걸어갔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973_8997.png
 
■ 출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매거진(vol.63)


14. 이제는 아동이든 성인이든 ADHD를 치료할 때이다

댓글 0 | 조회 980 | 2024.07.15
이전 글들에서도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Dysbiosis)이 만병의 원인이라고 강조해 왔다. Dysbiosis는 장 누수 증후군을 만들어, 장벽에 생긴 염증성 균열… 더보기

베드로의 거짓말, 언론의 거짓말

댓글 0 | 조회 440 | 2024.07.10
수백 년 동안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희망의 빛을 주겠다며 나타난 인물 가운데 예수가 있다. 그런데, 예수는 제자들을 잘못 뽑았던 탓에, 결국… 더보기

제발 잠 좀 자자!

댓글 0 | 조회 637 | 2024.07.10
백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숲 속의 공주님은 시간이 아까워 바쁘게 지냈습니다. “백 년 동안이나 자다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공주님은 인터넷으로 뉴… 더보기

내면의 바다

댓글 0 | 조회 234 | 2024.07.10
시인허 만하그 시인은 “나의 눈망울 뒤에는 바다가 있다 나는 그 바다를다 울어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었지 이제사 나는 깨닫는다사람은 아무도 자기의 바다를 다… 더보기

AEWV 체계의 변화를 분석하다

댓글 0 | 조회 422 | 2024.07.10
*주요 업데이트와 고려 사항뉴질랜드는 기술직 노동력 부족에 다년간 직면 해왔습니다. 이러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 뉴질랜드 정부는 이민성과 함께 인증 고용주 근로비자… 더보기

13. 역류성 식도염과 위산과다

댓글 0 | 조회 529 | 2024.07.10
나이가 들어가면 간혹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산 과다 문제로 고생을 하는 경우를 본다. 그런 증세가 있는 분은 대부분 GP에게서 제산제를 조제받아 복용을 한다. 그러… 더보기
Now

현재 꽃으로 피워낸 기적

댓글 0 | 조회 284 | 2024.07.10
영주 성혈사 나한전 · 예천 용문사 윤장대 ·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 꽃살문꽃송이 하나하나가부처님이고부처님의 자비와지혜를 공경하는마음이다.꽃살문의 창호를 통해새어 … 더보기

Care to Self care (캠페인 보고)

댓글 0 | 조회 312 | 2024.07.09
지난 6월 17일, Henderson High School에 방문하여 “Care to Self- care?” Awarding Day를 진행하였다. 우승팀 아이들에… 더보기

목이 붓고 통증과 열이 있나요?

댓글 0 | 조회 736 | 2024.07.09
과로나 스트레스 등으로 심신이 지쳐 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이 많이 나면서 목 부위가 따갑고 기침이 나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병원에 가면 대개… 더보기

이민부가 안내하는 비자 심사 기간

댓글 0 | 조회 2,060 | 2024.07.09
무비자로 입국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뉴질랜드 영토에 도착과 동시에 비지터 비자를 자동으로 받게 되는 것처럼 타국적 소지자로서 뉴질랜드에 체류하고자 하는 자라면… 더보기

졸업생 인터뷰

댓글 0 | 조회 986 | 2024.07.09
지난주 졸업생 한명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밥 한번 같이 먹자고 하더라구요. 랑기토토 컬리지에서 IB를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이 학생은 싱가폴 국립대학… 더보기

목사의 일탈

댓글 0 | 조회 1,117 | 2024.07.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겪어보니 몸도 영혼만큼 소중해이제부터 내 몸 꾸미는소소한 일탈을 즐기겠습니다언젠가 입을 거라며오지도 않을 언젠가를 위해모셔둔 옷들을 꺼내아까… 더보기

클레오파트라 – 마녀인가? 미녀인가?

댓글 0 | 조회 429 | 2024.07.09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인간의 불완전성과 모순성, 그 위대함과 비참함을 독특한 문체로 표출한 파스칼(Blaise Pas… 더보기

원더랜드 서비스

댓글 0 | 조회 425 | 2024.07.09
일본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늦었다. 조직은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을 채택하여 안전하면서도 고객(국민)의 요구에 보다 … 더보기

인간은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

댓글 0 | 조회 365 | 2024.07.09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손쉽게 증명하는 방법으로 오링테스트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굉장히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 생각만 하면 화가 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오… 더보기

파리올림픽 개회를 생각하며

댓글 0 | 조회 615 | 2024.07.08
제1회 올림픽 대회는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9개 종목에 14개국이 참가하여 근대올림픽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금년에는 파리올림픽이 오는 7월 26일 개막되어 … 더보기

만성 콩팥병

댓글 0 | 조회 538 | 2024.07.05
신장((腎臟, Kidney)은 배의 뒤쪽 복막강(腹膜腔)의 오른쪽과 왼쪽 쌍으로 2개가 위치하며, 크기는 어른 주먹 정도이며 무게가 150g 남짓하다. 신장은 우… 더보기

12. 장내 유익균들을 소멸시키거나 약화시키는 의외의 것들 (2)

댓글 0 | 조회 1,195 | 2024.07.04
지난번엔 14가지 항목을 다루었다. 지면상 중요한 것을 빠뜨려, 다시 정리하다가 좋은 블로그를 하나 찾아 퍼온다. 전문가가 아닌 나의 글보다는 퍼오는게 좋을 것 … 더보기

11.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에도 이런 문제점도 있다

댓글 0 | 조회 943 | 2024.07.01
현대인들의 식사와 식습관과 자연적이지 않은 생활 환경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숫자면에서, 다양성 면에서 약해져가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설사나 변비가 찾아오고,… 더보기

뉴질랜드 의대 진학 A to Z

댓글 0 | 조회 1,563 | 2024.06.27
이번 칼럼부터는 뉴질랜드 의대 특집으로 연재하여 보고자 한다.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 더보기

TMI TMI

댓글 0 | 조회 681 | 2024.06.26
요 며칠간 정원일을 좀 하다보니 얼굴이 꽤 많이 그을렸습니다. 선크림 바르라는 아내의 말을 귓등으로 스쳐들으며 ‘나는야~ 자연인~’을 흥얼거리더니만.. 댓가를 톡… 더보기

수도에서 흙탕물이 나와요!

댓글 0 | 조회 1,032 | 2024.06.26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작년 큰 홍수로 비 피해를 입은 후,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면 마음이 불안해지시죠? 지붕에서 물이 떨어지고, 게러지로 물이 … 더보기

생각만 해도 기쁜 날

댓글 0 | 조회 446 | 2024.06.26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파카 만년필로 손 편지를 써 보내고 싶고아저씨용 삼천리자전거로 동네를 돌고 싶고엿장수 가위소리에 병 하나 들고 나가 엿 한 가락과 바꾸고 싶… 더보기

남은 인생 10년

댓글 0 | 조회 615 | 2024.06.26
마츠리(Matsuri; まつり)가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인 그녀를 소환했다. 긴 머리가 치렁치렁하고 앞머리는 이마를 덮을 만큼 동그랗게 자른 것이 눈썹위에… 더보기

6월의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 . .

댓글 0 | 조회 474 | 2024.06.26
계절은 한치의 어김이 없어 또 다시 6월을 맞이하게 되었다.우기(雨期)다운 질척한 겨울이여서 더 음산하고 어두운 나의 6월이다.“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