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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련 가방, 송혜교 시계, 전지현 반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5억원에 달하는 연예인 아이템을 주저 없이 사들이는 이들이 있다. 한국의 강남 엄마들 이야기다. 빈부격차는 세계 어디에나 존재한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정치인들이 선거 공약으로 예외 없이 빈부격차 해소를 언급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오클랜드도 분명 부촌이 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오클랜드에서 살던 과거에는 학군이 좋은 Epsom, Remuera, Parnell 등이 소위 부자 동네로 인식됐던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의 빈부격차는 그 체감에 있어서 오클랜드나 다른 나라의 빈부격차와 사뭇 다르다.
강남에 거주하는 주부들, 즉 강남 엄마들은 하나의 문화이자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대놓고 강남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가 늘어가고,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울려퍼졌다. 강남 엄마들만 대상으로 운영되는 헬스클럽부터 카페, 그리고 음식점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측이 강남의 특정 아파트 거주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클럽을 만들어 쿠폰을 제공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강남 엄마들이 모든 마케팅과 홍보의 주 타겟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돈 쓸 곳을 찾는다. 더 비싼 것, 더 좋은 것, 더 유명한 것.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VIP 또는 VVIP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라면 쉽게 지갑을 연다.
강남에 사는 엄마들이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명품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들고,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오죽하면 외제차를 몰지 않으면 강남에 차 끌고 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가들은 강남 엄마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길 원한다. 학원이나 과외 수업도 마찬가지다. 대치어학원, 청담어학원 등과 같이 학원명이 강남과 연관성이 있으면 등록을 원하는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고가의 교육비를 부담스러워하는 다른 지역의 엄마들과 달리, 강남 엄마들은 “우리 아이 이 만큼이나 내고 배우고 있다”라는 자부심이 강하므로 더 비싼 선생님을 찾기도 한다.
강남의 아파트값 역시 수많은 규제에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의 상승세 이유로 ‘학군’과 ‘인프라’를 꼽는다. 대한민국은 맹모삼천지교의 나라이므로 자식을 가르치겠다는 교육열과 생활·교통 편의를 보장하는 시설이 강남을 특별한 곳으로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이런 전문가의 해석은 강남 엄마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내놓은 해석일지 모른다. 오랫동안 강남에서 살고 있는 나 역시도 과거에는 교육과 인프라가 강남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굳이 강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그런데 아니다. 몇 년 전 강남 엄마들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월간지라 상당히 오랜 기간 취재했는데, 이들은 주말이면 집에 모델을 불러놓고 패션쇼를 연다든지, 집에서 경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의 상당수는 특권의식 때문에 강남을 고집하고 있었다.
최근 한 강남 아파트에 입주민 전용 26석 규모의 영화관이 들어선다는 기사를 접하고 내가 들여다본 강남 엄마들의 민낯이 떠올라 한국 안의 또 다른 나라, 강남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었다. 그들만을 위한 패션쇼, 그들만을 위한 극장, 상위 1%만이 누릴 수 있는, VVIP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니는 그들만의 세상 강남라이프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