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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긴 말이다. 투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4월 7일은 새로운 서울·부산 시장을 선출하는 시장 보궐 선거일이었다. 나는 항상 투표를 한다. 정치에 큰 관심이 있거나, 모든 정치인의 이름을 외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직접 투표를 해야 당선인이 잘할 때 칭찬할 수 있고, 못할 때 욕(?)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뉴질랜드에서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후에는 늘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신중히 투표에 임했다. 외국인은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던 2008년 선거를 제외하고 한국에서도 내 소중한 한 표를 꾸준히 행사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으로서 투표를 하면 일반 대기 줄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상당히 적게 소요되는 장점이 있다.
이번 보궐 선거는 작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은 코로나19 시대에 치러진 두 번째 선거다. 코로나19로 인해 유권자들 간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손소독제 이용, 비닐장갑 착용 등 까다로운 방역수칙 절차를 이행한 후에야 투표할 수 있지만, 이제는 이런 복잡한 절차에도 적응이 됐는지 제법 능숙하게 투표를 마쳤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에도 이번 선거는 56.8%로, 역대 재·보궐 선거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대의 투표율이다. 내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투표를 했을 당시 20대였다. 그 당시 내 주변 친구들의 상당수는 선거에 관심도 없었고, 당연히 투표도 하지 않았다. 선거 공약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들도 적었으며, 투표한 친구들에게 왜 그 후보자를 뽑았냐고 물으면 부모님이 지지하는 후보자이기 때문에, 혹은 남자친구·여자친구가 그 후보자를 뽑길래 덩달아서 그 후보자에게 투표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책임한 행동인가. 그 당시 그들에게 있어 선거일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날이기보다 주말이 아닌데도 덤으로 하루 쉴 수 있는 날 정도로 치부됐던 거 같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들은 다르다. 취업, 결혼, 그리고 내 집 마련의 꿈과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 연령대인 20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이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정치인들을 평가한다. 그리고 선거일이 오면 반드시 투표하자고 서로를 독려한다. 거의 10년 만의 변화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그 나라의 젊은이들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어르신들의 말을 20대 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가 어른의 위치가 되어 지금의 20대를 바라보니 그 뜻을 알 것도 같다. 자신의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나라의 지도자를 뽑기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설전을 벌이는 이들 모습에서 밝은 미래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늙은 걸까.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모두 각자의 핸드폰으로 개표 방송을 시청하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자신이 표를 준 후보자의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변화되고, 발전하는 서울과 부산을 꿈꾸는 것은 어디에 살고 있던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바라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