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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 펜트하우스의 범접불가 ‘퀸’,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욕망의 ‘프리마돈나’, 상류사회로의 입성을 향해 질주하는 ‘여자’와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부동산과 교육 전쟁!”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소개하는 글이다. 펜트하우스에는 헤라의 신상이 떡 버티고 있다. 헤라는 공작이 끄는 수레를 타고 다닌단다. 여성과 풍요의 상징인 석류나 양귀비 씨앗을 든 모습을 한 헤라는 제우스 신의 누나이자 아내다. 결혼과 가정의 여신이지만 남편의 바람기에 속 태우던 질투와 복수의 여신이기도 하다. 하필이면 드라마의 펜트하우스인 ‘헤라팰리스’의 상징물이 헤라상인 것은 이 드라마에서 질투와 복수가 오죽하겠는가를 짐작케 한다.
펜트하우스(penthouse)는 옥상의 고급 주택이고 호텔이나 건물의 꼭대기 층에 있는 특실을 말하기도 하고 옥탑(屋塔)이라 적을 수 있지만 ‘찌질’한 모습의 옥탑방은 전혀 아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더펜트하우스청담’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407㎡의 올해 공시가격이 163억2천만 원이라 한다. 실거래가격은 더 높을 것이고 120평이 넘는 집은 평당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제곱미터당 4천만 원이 넘게 나온다.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나 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오르지 못할 나무라서 신포도처럼 생각해 왔다. 그래서 100층을 올라간 펜트하우스가 에베레스트 같은 것이었다. 내가 목숨을 걸고 눈밭에 얼고 떨며 올라갈 곳이 아닌 것이다.
매스컴이 모든 것을 까발리고 SNS가 퍼 나르니 세상일을 천리안처럼 보게 되었지만 구중궁궐 같은 펜트하우스에서 그들이 벌이는 암투는 ‘로스차일드(Rothschild) 가’의 비밀처럼 나 같은 민초들은 모르는 게 약인 것이었다. 환 전을 하거나 고철 쓰레기 매매 등 잡다한 일들을 하던 천민 출신이 돈을 벌어 19세기에 전성기를 맞이한 이후 여전히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도 돈으로 돈을 벌기위한 암약을 서슴지 않는다는 로스차일드 가문은 ‘화폐전쟁’ 이라는 책에서 드러난다. 주된 사업 분야는 금융업이고, 석유, 금, 레저, 와인, 광산업, 호텔 등 돈되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유대인들과 유대자본이 미국의 정치, 금융 등 주요 분야에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으며, 실제로 로스차일드 가문이 적어도 근대 초까지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소위 강남 8학군이 있고, 거기라야 되고, 그래서 청문회의 단골 메뉴인 위장전입에 걸려도 속으로는 이해가 되는, 자녀교육을 위해 위법도 불사한, 고뇌에 찬 부모의 충정(衷情)을 심히 건드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가진 자의 민낯을 거침없이 까발리는 폭발적인 스토리의 전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감각적인 연출력과 흠 잡을 데 없는 배우들의 호연이, 게다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반전과 복선들이 얽혀 예측불가라는 시너지를 터트리며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사실 한 번도 구경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너른 공간과 고급스런 장식들을 보는 재미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시즌 1이 끝나도록 그까짓 거 하다가 입방아가 무성하여 시즌 2를 보게 되었다. 사실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것들의 눈꼴사나운 모습이리라 지레 짐작하고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즐기려 했던 것이다. 이제 두 달 후에 나온다는 시즌 3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권선징악이고 사필귀정이다. 말 그대로 와신상담을 해도 고진감래라 하니 희망을 갖고 살아가지 않겠는가.
자식을 위해서라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는 세 여자가 자식들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 더 많이 모우고자 폭행과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서로 물고 뜯는 모습을 본다. 현실에서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자녀의 진학을 위해서 도를 넘어 애를 쓴 사람, 개발예정지에 미리 땅을 사서 돈을 번 사람들이 많다. 권좌에 오른 뒤 재산이 줄어든 사람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렵다. 엄청난 부를 가지고 펜트하우스에 사는 이들이 기부는 얼마나 했을지 궁금하다. 재산세를 많이 내지 않았느냐고? 그래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생각해 본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고위직)은 하지 말고,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않고,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했다던 경주 ‘최부자집’의 이야기를 잊을 수가 없다. 부자로 12대를 잇고 대학에 전 재산을 기부한 가문이다.
오래 전에 본 ‘카타쿰베’의 기억이 생생하다. 개미굴 같은 지하 갱도를 더듬어 내려가다가 코앞에 맞닥뜨린 해골바가지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두어 시간을 진땀 흘리며 더듬어 돌아 나오니 수도원 마당이다. 육중한 돌기둥 2개 사이를 통과해 보란다. 20cm 정도의 폭이다. 엄마가 자녀를 업고도, 부부가 손을 잡고도 통과할 수 없는 한 사람씩이라야 가능하고 뚱뚱한(가진)자는 통과하기 어렵다는 가르침이다. 이게 천국으로 가는 문이란다.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거기가 천국이니 하나님의 나라에는 가실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