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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길들이는 방법
‘바다뱀’에 등장하는 족장의 딸과‘지빠귀부리왕’에 등장하는 공주의 공통적인 특징은 가장 높은 신분의 아버지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독수리의 집이라고 불리는 마을에 사는 족장의 딸은 말 그대로 그 부족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족장의 딸이다. 더구나 독수리라는 짐승은 하늘 높은 곳에서 날아다니며 매서운 눈으로 지상의 모든 것을 자신의 아래에 두고 내려다본다. 마찬가지로‘지빠귀부리왕’에서의 공주 역시 그 호칭 자체가 말해주듯 최상의 신분인 왕을 아버지로 둔 사람이다. 그리고 공주가 하는 행태로 보아 주변의 온갖 귀여움과 관대함을 누렸을 거라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두 여성이 모두 타인들을 자신보다 아래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족장의 딸이 가진 결벽증은 자기 자신을 가장 고귀하고 깨끗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묻은 아주 작은 먼지조차 더럽게 생각하고 누구나 신성하게 여기는 연못을 매일 더럽히는 행위는 타인에 대한 생각이나 배려가 전혀 없음을 뜻한다. 또 공주가 모든 남성에 대하여 가차 없이 흠을 잡고 비웃거나 조롱하는 행위 역시 매우 이기적이고 철이 없으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오만함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족장의 딸이 신성한 연못을 더럽힌다는 것은 연못의 신인 콜로위시를 함부로 대하는 행위이다. 남편이 될 콜로위시는 물처럼 유연하고 연못처럼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물과 바다뱀이 상징하는 유연성과 포용력도 그 인내력의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에는 숨통을 조이는 공포로 뒤바뀔 수 있다. 남편에게 함부로 대하던 아내는 심지어 그를 아기처럼 낮추어 보게 되고, 콜로위시는 그러한 아내를 혼내주려고 맘을 먹는다.
그런데 족장의 딸은 스스로 문제를 풀거나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자신의 친정으로 끌고 간다. 그래서 그것은 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 결국은 마을 전체를 뒤흔드는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동생이 사람들을 불러 언니를 도우려 하고, 족장이 딸의 잘못을 보상하겠다고 했으나 콜로위시는 똬리를 느슨하게 풀 뿐 오히려 그로 인해 마을 전체가 흔들려 버린다.
그러나 마침내 처녀가 직접 도와달라고 하며 울었을 때에야 비로소 콜로위시는 그녀가 지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고, 족장 역시 딸 스스로 책임질 것을 명령하며 콜로위시와 함께 떠나보낸다. 족장이 이제야 딸을 독립시켜 스스로의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콜로위시는 자신과 함께 길을 떠난 처녀가 두려움과 피곤함으로 쓰러지려고 할 때마다 잘 밀어줘 길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강과 산을 넘어서도 다 빠져나오지 못한 꼬리로써 마지막 위협을 가하여 친정의 정을 떼어낸다. 결국 아내가 순순히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보고서야 청년으로 변하여 부드럽고 자상한 남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것은 아내가 이제야 남편을 제대로 보고 존중하게 되었음을 상징하는 의미일 수도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