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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통해 뉴질랜드는 또다시 락다운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신이 락다운 기간에 집에서 한 요리 사진을 보내준다. 그 후에는 집에서 갇혀(?) 사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불쌍한지, 난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모를 거라며 투정을 한참 늘어놓는다. 그래서 과거 내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4일간 퇴근도 못하고 회사에 갇혀 일을 해야 했던 적이 있다. 아주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아주 드문 일도 아니다. 물론 어떤 업계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퇴근 시간은 상이하지만, 한국에서 “칼퇴근”은 꿈 같은 일이다. 사실 “칼퇴근”이라는 말 자체가 웃긴 표현이다. “정시퇴근”또는 그냥 “퇴근”이 맞는 말 아닌가. 정해진 근무시간을 채우고 정시에 퇴근하는 것에 대해 “칼”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갖다 붙여 놓고, 마치 칼퇴근 하는 회사원들을 개념없는 사람들로 치부하는 사회가 바로 이곳, 한국 사회다. 역으로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뉴질랜드의 근무 환경과 오후 4~5시면 모두 퇴근한다고 말해주면 매우 놀란다.
내가 근무했던 곳은 언론쪽이었다. 회사 안에는 샤워실부터 수면실, 마사지실, 헬스장, 음식점, 카페, 심지어 미용실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서 야근시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분위기였다. 당시 편집장은 늘 “공짜로 먹고, 잘 수 있는 곳을 두고 뭐하러 시간 낭비하며 집에 갔다 왔다 하느냐”는 식으로 야근시키는 것을 정당화했다. 실시간으로 속보나 특보를 전해야 하는 일간지나 뉴스 방송을 다루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야근까지 하며 급하게 처리할 게 많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당시 편집장은 마감일이 다가온다는 핑계로 그 누구도 집에 보내질 않았다. 집에 가지 못한 직원 중에는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받아 놓은 와이프를 둔 실장님도 있었고, 친구 결혼식 사회를 봐주기로 약속을 해놓고 가지 못한 동료도 있었다. 4일 내내 책상 앞에 앉아있던 건 아니다. 수면실에서 쪽잠도 자고, 언제든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헬스장이나 마사지실에서 찌뿌둥한 몸을 풀 수도 있었다.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다. 결국 난 15개월만에 그 회사를 그만뒀다. 지금은 주 52시간 근무제 의무화가 실행되고 있어 조금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마 한국 사회에서 “야근”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을 거다.
나의 이런 얘기를 들은 내 친구는 적지 않게 놀랐는지 예전보다 락다운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고 있다. 불편한 회사에서, 그것도 어려운 상사와 갇혀 지냈던 사람도 있는데 편한 자신의 집에 갇혀 지내는 건 그나마 낫지 않을까.
뉴질랜드에서도, 한국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코로나19라는 이 지겹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예전처럼 자유롭게 여행도 하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도 떨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다들 조금만 더 힘내시길, 그리고 나 스스로도 조금만 더 견디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