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젊은날의 초상(1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나의 젊은날의 초상(1부)

hanok2sell
0 개 1,713 여실지

누구나 자기인생을 뒤돌아 볼 때가 찾아온다.

막상 기억 속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들 그리고 가슴 속에서 몽우리져 있는 이그러진 꿈들이다.

그 기억들 중 하나가 떠오른다. 군대를 제대하고 무작정 도전한 것이 사법고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고 실현되기 힘든 꿈이었지만 그 당시는 세상을 전부 내 손안에 쥘수 있다고 느꼈었다.

무엇이든지 마음먹으면 가능할 것이라 자신했던 시절이었다.


가까운 헌책방에서 1차 기본 법률서를 사고 낯선 용어와 한자들과 씨름을 했다.

몇달이 지나 12월 중순쯤 김철수교수의 헌법학개론을 완독했다.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라 힘이들었지만 성취감 또한 크게 왔다.

그 당시는 대통령선거가 한창이었다. 

민주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고 군부독재를 종식시킬 절호의 기회를 양 김씨의 분열로 인해 실패로 돌아갈 위기속에서 선거 유세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헌법학개론을 완독한 그 날이 군부정권후보 노태우가 부산 수영만에서 유세가 있던 날이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수영만 유세장으로 옮겨가던 도중 인파가 너무 많아서 버스에서 내려 한 시간 이상을 걸어서 현장에 도착했다.

광활한 매립지라서 그런지 한 겨울의 바닷 바람이 크게 일어났고 바람은 살갗을 뜷고 들어올 정도로 매서웠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 유세는 이미 파장이었고 백만이 넘는 인파가 왔다간 흔적은 칼바람을 타고 날카롭게 귓전을 스쳐지나갔다.

선거용 찌라시가 곳곳에서 날리는 가운데 몇군데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패잔병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모닥불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나도 얼어붙은 몸이나 녹이고 가려고 그 중 사람이 적어보이는 한 곳으로 향했다.

곁불을 쬐면서 귀동냥을 해보니 역시 정치적 토론이 벌어졌다. 그런데 사람들 중 범상치않은 말투와 모습을 한 사내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이는 30살 정도로 보였고 밤색 바바리코트에 정장바지와 검은색구두를 신은 모습에 눈매가 아주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군부독재에 대한 비판과 양김씨분열의 안타까움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견해를 펼치는 그의 논변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대화속으로 끼어들었다.

사실 토론보다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게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대충 그 자리가 마무리되고 그와 나는 서로 인사를 나누게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는 나보다 9살이 많았고 그 당시 그는 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었다

그 이전에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현대그룹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나 몇년 지난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의 꿈을 펼치기 위해  전공을 바꾸어 다시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결혼도 했었고 이미 아들하나 딸하나의 가장이었다.

요즘 시대의 시각으로 보면 돈키호테 처름 보일수도 있으나 그 당시에 나에게는 다른 시선으로 보여졌다.


인사를 나눈 직후 그의 제안으로 근처 호프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런저런 얘기 도중 그의 정치적 경향성과 활동을 전해듣는 동안 나는 내심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부산의 재야 인사들과의 폭넓은 교류와 국제정세에 대한 세밀한 정보와 관점 그리고 정치인들과의 인맥들에 관해 얘기를 듣고 독특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로 대화를 하다보니 호프집이 거의 마칠시간이었다. 무려 7시간반을 서로 마주보고 있었던것이다 .

우연히 처음보는 인연인데도 반나절을 같이 보낸셈이다.

애인을 만난것도 아닌데 남자끼리 처음본 사이에 그리고 나이가 거의10년이 차이가 나는데도 서로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의 선물이었다고 느껴진다.

아무튼 내 삶에는 이런 드라마같은 일이 종종 벌어져왔다.


집에 돌아온 이후에도 그와 만남에 대한 기억이 자주 떠올랐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마땅히 볼일도 없어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책을 뒤척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간 후 그에게서 집으로 전화가 왔다.

주말에 후배 생일 파티가 있는데 나를 초대하고 싶어했다 .

모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내 또래이거나 같은 세대여서 어색하지 않을거라는 설명도 곁들여서 말이다.

사실 주말에 학교 친구들과 술 약속이 있었으나 다음으로 미루고 초대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때 내 복장은 주로 검은색 반코트에 청바지 아니면 군대 항공점퍼 차림이었다. 아직 군대 물이 덜 빠진 상태였다.

생일파티 주인공은 황창수라는 나와 동갑의 친구였고 그는 정외과 학부생이었다.

나머지 참석자들도 대부분 정외과 학부생 그리고 창수의 여동생과 그녀의 친구 두사람이 같이했고 장소는 창수의 집이라 시간 공간의 제한이 없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흥미로웠다. 이번에는 정치적 토론이나 긴장은 전혀 없었고 그의 자유로운 모습과 인간적인 여유도 함께 볼수있었다.

그렇게 그와의 두번째 만남이 끝나고 나는 나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지금이야 휴대폰이 있어서 마음 먹은대로 연락을 할 수있지만 80년대만 해도 집 전화외에는 서로 연락할 방법은 편지나 우연한 만남이 전부였다.



그 날 이후 다시 나는 형법 케이스 문제를 보고 있었고 문제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건들이 재미있었다. 시험을 떠나서 아! 내가 전공을 잘못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도 가져보고 전공을 바꾸어볼까 하는 허망한 생각에 사로 잡히기도 했다.

그렇게 일상에 다시 빠져 시간을 보내던 중 그에게서 세번째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좀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전화받은 그날 저녁 우리집근처 호프집에서 오랫만에 다시 재회를 하고 서로 반가워하는 표정에 마음이 편했다. 

나는 이번에는 호칭을 제대로 정해야 겠다고 마음먹고 형님이라 부를까 아니면 선배라 불러야 할지 물어볼 작정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도 정중히 말을 놓으시라고 권유할 생각이었다.


늘 그랬듯이 500cc 생맥주 두잔을 시키고 쏘쎄지 안주하나 그리고 새우깡으로 출발했다. 

이번에는 내가 계산하기로 마음먹고 주문도 내가 불러서 직접 시켰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저번 생일파티 얘기에 즐거워하며 그때 만난 사람들이 다시 보고 싶다는 안부도 전해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맥주한잔씩을 다시 시키고 나서 그는 "나에게 같이 일을 할 수있겠냐”고 물어봤다.

나는 무슨일인가? 반문을 했고 그는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내년 1988년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그가 잘아는 동료가 출마를 하는데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 당시 진보 진영에서는 대통령선거에 대한 패배로 인해 기존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상당했고 새로운 진보세력을 정치적으로 현실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미 진보정치연합과 한겨레민주당이라는 두개의 정당이 만들어진 상태였고 그의 동료는 한겨레 민주당으로 출마한다고 설명했다. 선거캠프는 대부분 학교 선배후배들로 구성이 되고 기성정치의 패턴을 탈피해서 아마 학생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 당시 한겨레민주당은 재야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신생정당이었다.

지금은 고인이된 빈민운동의 대부 제정구, 박정희시대 삼선 개헌반대의 주역 예춘호가 주역이었다. 

진보 정치연합은 이재오 / 이부영 / 이우재 / 김문수가 주축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는 특유의 치밀하고 폭넓은 논리를 전개하면서 나에게 참여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진지하게 말하고 부탁해왔다.

나는 답을 미루고 시간을 달라고 전달하고 그날의 제안을 거절 할 작정이었다.

봄에 복학도 해야하고 또 시작한 공부도 진행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




독자여러분 지면 분량상 1부는 여기까지 올립니다

다음주에 2부를 마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실지 ..


라이프 리엔지니어링

댓글 0 | 조회 1,345 | 2021.03.09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Business Reengineering)이라는 개념은 마이클 해머(Michael Hammer) 박사가 1990년 ‘Harvard Busin… 더보기

지치고 힘들때 위로가 되는 음악과 요가

댓글 0 | 조회 1,077 | 2021.03.09
불안, 우울, 외로움..안녕하세요. 몬트리올 Yogafulness Life 요가강사이자 유튜버(YOGA SONG - HAYEON)의 송하연입니다.BTS의 BLUE… 더보기

시선, “낯선” (2)

댓글 0 | 조회 1,118 | 2021.03.09
“2,000년 전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왜 세상의 중심 밖 한 켠으로 밀려난 갈릴리를 그 사역의 중심으로 삼으셨을까?”이 단순한 호기심은 나로 하여금 그 시간을 거… 더보기

대추 이야기

댓글 0 | 조회 1,360 | 2021.03.06
대추(棗)는 설, 추석 등 명절 차례상과 조상님 제사를 모실 때 빠짐없이 올라가는 상차림 중 하나다. 또한 대추는 수천년 동안 한방(韓方)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 더보기

꿈꾸는 소녀 니무냐의 신나는 글 읽기

댓글 0 | 조회 2,362 | 2021.03.04
“교실에 책상이 넉넉히 놓여져 있는 걸 보고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요. 더 이상 땅바닥에서 공부하지 않아도 되니까요!”아프리카 잠비아에 사는 니무냐(Nchimuny… 더보기

현재 나의 젊은날의 초상(1부)

댓글 0 | 조회 1,714 | 2021.03.01
누구나 자기인생을 뒤돌아 볼 때가 찾아온다.막상 기억 속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들 그리고 가슴 속에서 몽우리져 있는 이그러진 꿈들이… 더보기

이민법무사와 이민부가 보는 비자 심사의 속도

댓글 0 | 조회 4,025 | 2021.02.24
20년 넘게 이민컨설팅을 해온 저는 “이민은 real time” 이라는 것을 고객들에게 늘 주지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리얼 타임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지금, … 더보기

영웅은 없다

댓글 0 | 조회 1,122 | 2021.02.24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비극의 주인공은 ‘훌륭한 사람’이어야 했다. 그가 말하는 훌륭한 사람이란 결함이 없는 인품의 소유자가 아니라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을 의… 더보기

내가 못하는 건 상대방도 할 수 없다

댓글 0 | 조회 1,665 | 2021.02.24
어느 형태의 관계에서 던지 적용해야 하는 것이 평등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못하는 것이라도 상대방에게 기대를 건다 던지 요구를 하게 되고 그것을 해내… 더보기

지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요?

댓글 0 | 조회 1,289 | 2021.02.24
선생님, “다큐멘터리 한국의 선인들”6권에 보면“지금 지구가 제 방향대로 가고 있다” 이런 말씀이 있는데 맞는 것인가요?지금 지구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고 있는… 더보기

보약 보다는 해독

댓글 0 | 조회 1,479 | 2021.02.24
각종 성인병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의 증상들은 환경호르몬, 중금속, 음주, 흡연, 인스턴트 식품,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외부 독소들과 인체 대사의 산물들인 내… 더보기

겨울 폭포

댓글 0 | 조회 1,211 | 2021.02.24
나이에 맞게 살 수 없다거나시대와 불화를 일으킬 때마다.난 얼어붙은 겨울 폭포를 찾는다.한때 안팎의 경계를 지웠던 이 폭포는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여전히 공포에… 더보기

템플스테이란?

댓글 0 | 조회 1,324 | 2021.02.24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는 해마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산사에 머물며 수행자의 고… 더보기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

댓글 0 | 조회 3,083 | 2021.02.24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마스크문화가 정착화됐고, 재택근무가 뉴노멀로 자리잡았으며, 음식점 및 상점은 시간제 운영을… 더보기

바다뱀과 지빠귀부리왕 3편

댓글 0 | 조회 1,156 | 2021.02.24
지빠귀부리 왕(독일)한 왕에게 매우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그러나 공주는 너무도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해서 찾아오는 구혼자들에게 모두 퇴짜를 놓았고, 그들의 약점을… 더보기

시선, “낯선” (1)

댓글 0 | 조회 1,631 | 2021.02.24
“Where from?” (“어디서 왔다고?”)“dunno… been here since last week.”(“몰라, 지난주부터 보이던데.”)낯선 동양인에 대한… 더보기

상팔자가 따로 없네

댓글 0 | 조회 1,665 | 2021.02.24
기다리고 기다렸던 친구가 드디어 한국을 떠나 파미로 왔다. 코비드의 영향으로 보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면서 어렵사리 파미에 도착했다.난 그 친구를 볼 때마다 참 경… 더보기

댓글 0 | 조회 1,145 | 2021.02.24
사람들에게 물었어무엇이 가장 그립냐고아기가 대답했지엄마 품이요신나게 놀아줄 친구요소년들이 주먹 쥐며 대답했어인형에 옷 입히던 시절이요아이 키우는데 바쁜 새댁이 말… 더보기

볼륨있고 건강한 애플힙을 위한 힙.쭉.빵. 운동

댓글 0 | 조회 1,400 | 2021.02.24
“하체 비만형이라 하체 운동하기가 겁나요..”“엉덩이가 쳐져 고민이에요..”안녕하세요. 몬트리올 요가강사이자 유튜버(YOGA SONG - HAYEON)의 송하연입… 더보기

사라져 간 것, 그러나....

댓글 0 | 조회 1,330 | 2021.02.23
초겨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이른 밤이었다. 어린 계집애는 따뜻한 요밑에 언발을 묻고 책가방을 끌어 당겼다. 숙제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얼었던 몸이 녹는가싶더니 … 더보기

가족, 그 고귀한 선물을

댓글 0 | 조회 1,719 | 2021.02.23
지역의 한 방송에서 설날에 나갈 멘트를 해 줄 수 있겠느냐고 해서 감히 영광이라고 했다. 독후감처럼, 감명 받은 책의 구절을 소개하고 사람들에게 할 말을 덧붙이라… 더보기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옵시고..

댓글 0 | 조회 1,433 | 2021.02.23
며칠간의 반짝 Lockdown은 제가 그동안 얼마나 이 세계적인 대재앙에 대해 무디게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게 했습니다. 불과 몇 개월전인 작년 말만 하더라도 Cov… 더보기

360도 뷰가 아름다운 혹스베이의 Te Mata Peak

댓글 0 | 조회 1,924 | 2021.02.23
노후에 오클랜드가 아닌 다른 지방에서 “한달 살기” 하고픈 도시들을 추천한다면 그 중 으뜸인 곳이오클랜드에서 동쪽으로 약 6시간거리에 있는 네피어 근방의 Have… 더보기

친구에게 때가 한참 지난 사과를 하면서

댓글 0 | 조회 1,534 | 2021.02.23
현직 기업체컨설턴트와 코칭 전문가로 맹활약중인 고등학교 절친 중 한 명으로부터 그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책이 탈고를 마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른 친구가 … 더보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lockdown과 최저임금

댓글 0 | 조회 2,918 | 2021.02.23
오클랜드 지역이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로 인해 2021년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삼일간 세 번째 lockdown에 들어가면서 lockdown기간 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