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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편지를 받았다
봉투 속에 고요히 접힌 다섯 장의 붉은 苔紙도 여전하다
花頭 문자로 씌어진 편지를 읽으려면
예의 붉은별무늬병의 가시를 조심해야 하지만
장미과의 꽃나무를 그냥 지나칠 순 없다.
느리고 쉼 없이 편지를 전해주는 건
역시 키 작은 명자나무 우체국,
그 우체국장 아가씨의 단내 나는 입냄새와 함께
명자나무 꽃을 석삼년째 기다리노라면
피돌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가미로 숨쉬니까
떨림과 수줍음이란 이렇듯 붉그스러한 투명으로부터 시작된다
명자나무 앞 웅덩이에 낮달이 머물면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종종걸음은 우표를 찍어낸다
우체통이 반듯한 붉은색이듯
단층 우체국의 적벽돌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
연금술을 믿으니까
명자나무 우체국의 장기저축 상품을 사러간다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포항과 금호강 인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1982년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이래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1986년 계간 << 세계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첫시집 <<얼음시집>>을 비롯해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진흙얼굴>>, <<내간체를 얻다>>, <<날짜들>>, <<슬프다 풀 끗혜 이슬>> 등의 시집과 산문집 <<풍경의 비밀>과 <<삷과 꿈의 길, 실크로드>>를 출간했다.
김달진문학상,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소월시문학상, 상화시인상, 이상시문학상, 편운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목월문학상, 송수권문학상 등 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