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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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란 무엇인가?

0 개 2,627 여실지

인간이 도달할수 있는 최상의 단계 중 하나가 지혜의 충만이라 본다. 그 과정에서 지식이나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관습/ 제도/ 기술등이 수단이 되어 지혜를 만들수 있다.

불교에서는 지혜를 반야라고 부르고 이것은 보통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한다.

문자반야 / 관조반야 /실상반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자반야는 주로 경전이나 책을 통해서 얻을수 있는 지혜를 말한다. 책 속에 들어있는 묵직한 범주(핵심되는 단어)의 힘으로 쌓아올린 무수한 담론( 전체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론)의 향연을 즐기다 보면 반야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를 손에 거머쥘수가 있다. 그러나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를 쫓아갈수 없다는 사실을 볼때 문자의 지혜로서 진리의 본래 면목을 온전히 드러낸다는것은 지나친 기대이다. 언어의 한계성을 미리 인식하고 해석에 들어가야 올바른 이해에 다가갈수 있다고 본다.


어느경우이든 이것만이 옳다하고 확정하는 순간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고 오로지 참/거짓의 양단면의 편협성에 빠져서 한쪽이 다른쪽을 배제하고 그들의 이론으로 억압/강요 하게되며 궁극에 가서는 폭력으로 나타날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때 종교전쟁이 그러한 모습의 하나이다.


소위 이러한 한쪽을 선택함이 시대적/사회적 헤게모니를 장악하여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이론을 형성하여 그 시대의 거의 대부분의 사회제도, 학문, 문화, 교육, 심지어 예술의 세계에까지 스며들게 된다. 어떤경우에도 나만이 옳다고하는 기준이나 /주의 (이데올로기)등은 그 시대의 주어진 역할을 할뿐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을 수용하고 유지할 능력은 없다.


때가 되면 세계는 어김없이 낡은 옷을 스스로 벗어버린다. 진리라고 추앙받던 시대의 기준이 바뀌는 순간이 온다는 말이다.


또한 그 기울어진 이념의 기반위에 서있는 기득권세력들은 그 한계를 감추려하고 약간의 수리를 해서 그 내면을 숨겨버린다. 사람들의 눈을 현란한 네온사인과 화려하고 근사한 외관으로 치장해서 그들의 힘을 연장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 몸부림친다. 그 구조나 행위가 너무도 은밀하고 정밀해서 일반대중들은 본래 모습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그들이 만든  겉모습에 빠져서 내면의 뿌리나 구조/왜곡되어 뒤틀어져있는 상처나 부패는 보지않으려하거나 애써 외면해버린다.


심지어 학자나 전문가들도 그 의도를 전체적으로 파악해서 설명하는 이가 드물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그 권력의 흐름을 타고서 그들 개인의 출세나 세속적인 성취를 위해 학자적양심이나 전문가적인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타협과 비겁함을 너무도 쉽게 접할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관조반야는 내 스스로를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지혜다. 요즘 유행하는 명상이나 참선이 그 대표적 모습이다. 일상에 빠져있는 나는 자신의 고유성을 잊어버리고 산다.


나는 어찌보면  가까이있는듯 해도 우리 자신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자다. 우리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먼길을 가야한다. 대부분 우리는 우리자신을 돌아본적이 없다.


예수는 말한다. “너희를 붙잡는 일이 언제 가능한가? 너희의 보물이 있는 거기에  너의 마음이 있다”


우리는 오직 한가지에만 신경을 쓰고 산다. 염려를 한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집으로 가져오는것 /옮겨 놓는것에만 신경을 쓰고 집중을 한다.


주로 돈으로 치환된다. 니체는 이를 비유해서 “꿀벌이 꿀을 따서 자기집에 옮기듯이 우리는 우리의 빵과 우유를 살수있는 돈을 벌기위해 집으로 매일 무언가를 날라야 하고 밖으로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한다. 그 이외의 삶은 호기심/ 잡담/ 애매모호함 / 순간의 쾌락으로 채워버린다” 고 말한다.


나의 자아 역시 나는 해석해야한다.  살펴보아도 투명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를 물어봐도 자명한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철저히 은폐되어 살아온 듯하다 . 심지어 죽을때 조차도 나는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이방인의 모습으로 숨을 거두어야 할 것같다.


관조는 철저히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는 주로 호흡을 통해서 그 면목을 만난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언어로 구절구절 드러내는것이 편안하지가 않다. 본인 스스로의 시간 공간속에서 느껴야할 지혜라 본다.


다만 주변에 수행을 하신다는 분들을 만나보면 이것만이 올바른 길이다 주장하고 다른 방편은 외면하고 오로지 이길만을 선택한다고 말하는 분들을 종종 뵙는다. 


오전공부하시는 분과 오후공부하시는분(깨달은분)의 지혜가 같을수가 없는데 남에게 들은 말을 기준으로 삼고 오전공부하시는 분이 오후공부하는 길을 가는 경우를 말한다.


감히 내 의견을 피력한다면 문자반야와 병행하지 않는 수행은 한쪽에 치우친 퇴로에 빠질 위험성이 너무도 뚜렸해 보인다.


실상반야는 대상을 보는 지혜를 말한다. 대상이란 나의 느낌 /  생각 이외의 모든 세계를 말한다. 심지어 내 몸의구조 / 현상 그리고 내 기억 / 관념등도 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


사람들은 보이는것 들리는것 기억/신념 /믿음 /마음에 드는 지식 정보등을 정확하다고 믿고 확신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러사람이 동의하거나 인정하는거나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대상을 통해서 나타나는것은 거의가 분별이고 한쪽편에 선 대답들이다. 그답들은 그 대상과의 경험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변수와 조건들을 반영하지도 못하고 또 할수도 없다.

즉 확신하거나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뜻 이다. 그 답들은 모두 언어로 전환되어 전달되기 때문에 언어자체의 한계성을 보면 그 허점은 더욱 크게 보인다.

정리하자면 대상과의 만남에서 그 대상의 변화/조건/ 상황들을 다 알아차릴수도 없을 뿐만아니라 심지어 인식된 경험조차도 언어로 표현해내는것이 택도 없이 부족하다는것이다.

우리는 부족한 인식체계/ 충분하지 못한 언어의 해석능력을 통해서만 서로 소통을 할수있고 문명을 건설할수있다. 

하지만 그 건축물은 언제나 가건물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아마도 이것이 인간의 운명이며 성경에서 말하는 원죄가 아닐까 ? 생각해본다.

(알베르트 까뮈는 그의 명저 “시지프의 신화”에서 이러한 인간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실상반야에서는 형태가 나타난 것이 있음이고 모습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 없음이다.  이 둘의 경계가 뚜렸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상태를 기반으로해서 대상을 경험하는 것을 실상반야라 말한다.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을 좋아하더라도 싫어하는 쪽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좋아도 너무 심각하지 않게 싫어도 배제하지 않고 이렇게 비난없이 선호하고 선택을 할때 그 깊은 곳에서 자비심이 일어나고 사랑으로 대상을 만나게 된다.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먼저 내 마음 안에서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러한 실상반야를 다르게 표현한 말들이 “경계의 칼끝에 선다 / 백척간두 진일보 / 응무소주 이생기심 / 평삼심 등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다.

위의 예시들은 우리가 대상을 만나서  경험을 할때 한쪽으로 기울지않고 그 대상의 반대면도 동시에 보려는 의도나 행위가 실상반야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새끼줄이 서로 나선형으로 꼬여서 형태를 이루어 가듯이 두 가닥의 경계를 쉽게 구분하기가 힘들다. 우리몸의 DNA 구조도 같은 모습이다.

유(있음)와 무(없음)도 이런 형상으로 모든 세계에 퍼져있다고 본다. 이를 “공” 이라하고 “중도”하고 “도”라고 하기도 하고 뭐라 하든 그것은 이름에 불과하다.


사실 위에서 반야를 세가지로 분류를 했으나 실제로는 하나로 융합되어 나타나고 그들 자체의 경계도 모호하다.

다만 우리의 인식을 돕기위해 분류를 했고 이해를 한 다음에는 버리거나 쓰면 되는 것이다. 이 전부가 우리의 활발한 삶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든 저렇게든 살아간다. 그 누구도 간섭하지않는다. 스스로의 선택이며 책임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화하고 혁명이 와도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다. 

기존의 관습, 습관 관념에 빠져살든 새로운 변화속에서 나의 직관을 발견하든 이 또한 선택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선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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