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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도종환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소리와 일을 하였다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 하였다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있는 터전과
인간답게 살 수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하는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않고 생각속으로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내일도 우리는 여전히 바쁠것이다
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친걸음으로 혼자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