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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 피타고라스 정리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 필자가 “불쑥퀴즈”를 아내에게 던졌다. “글쎄, 생각날까 모르겠네, 배우긴 배웠는데 너무 오래돼서... 직각 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이 직각을 끼고 있는 두 변의 각각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거 아냐?” 아내의 조심스런 대답이었다. 가끔 이런식으로 아내와 “불쑥퀴즈”를 주고 받는다. 옛날 학생시절도 회상할 겸 나이 먹어 더 둔해지는 머리도 돌릴겸하여 아닌 밤중의 홍두깨식의 질문을 서로 던지는 것이다. 때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 시절의 학교 선생님들과 학우들, 그리고 학교 분위기도 회상하는 자극제가 되어 재미있기도 하다.
“굴비가 영어로 무엇이지?”이번에도 필자가 불쑥퀴즈를 던졌다. 아마도 아내는 알맞는 Key word 몇 개를 놓고 생각할 것 같았다. “Dried... salted...yellow fish” 등등을 생각하며 그래도 그럴듯한 영어 이름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순간 아내의 정답이 터졌다.
“뭐긴 뭐야, 그냥 “G-U-L-B-I (굴비)이지!” 이번에는 아내의 엉뚱한 반응에 필자가 당황했다. 우리 말을 아무리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영어 단어로 표현 해 봤자 똑 떨어지는 맛을 나타내기란 쉽지가 않다. 언젠가 Auckland의 한 한국 식품점에서 한국산 굴비에 “Dried corbina fish”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참고로 Corbina fish는 북 아메리카 대서양쪽에서 낚이는, 조기와는 좀 다른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문화가 K-culture 바람을 타고 노래나 춤을 넘어 언젠가 부터 음식문화로 까지 세계에 알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Auckland의 한 대형 Super market에서 우리의 구운 김이 Sanck으로도 자리매김을 하여 상당히 팔리고 있고 김치도 세련된 인쇄 기술로 깔끔히 포장되어 진열되어 있다. 영양정보는 물론 상세한 사용설명으로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세계 180개 가량의 나라에 살고 있는 약 750만명의 한국인 입맛을 찾아가는 우리 음식문화는 더욱 더 다양하게 퍼져 나갈 것이다.
해외에서도 많은 우리의 요리 연구가들이 한국 음식을 세계인의 밥상위에 올려놓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음식을 쉽고 즐겁게 만들어 내고 즐기는 방법을 외국의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사람으로 Judy Joo씨를 꼽을 수 있겠다. 원래 이 분은 미국의 Columbia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했으나 졸업후에 방향을 바꾸어 요리를 시작하여 TV Peronality와 작가로 미국의 New York City와 영국의 London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선 현지의 TV 등 매체에서 우리 음식 이름을 주저 없이 한국 이름 그대로 부르고 있다. Pajeon (파전), Bibimbap (비빔밥), Kalbi (갈비), SsamJang (쌈장)… 물론 영어로도 설명하지만 우리 말로 거침없이 음식 이름을 소개하여 청취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한국음식에 대한 친근감을 더하고 있다.
한국 음식의 특징을 간단히 영어로 설명함은 필요 하지만 K-food의 세계화를 위해서 우리가 부르는 음식 이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기나라 음식 이름을 세계화 시킨 경우는 많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를 함께하는 중국과 일본도 그렇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중국의 Wonton(Soup 또는 Noodle), 일본의 Donburi와 Sushi… 등이 있다.
Wonton은 “운탄(雲呑)”에서 나온 말로 원 뜻은 “구름이 달을 삼키고 있다”는 정도의 표현으로 고운 면발이 국물에 둥실 떠 있는 아담한 만두를 휘 감고 있음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New Zealand에서 Sushi 라고 하면 일본 사람들이 얘기하는 원래의 “Sushi” 즉 쌀밥 위에 생선 살을 얹은 것 뿐만 아니라 김밥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맨 밥에 좋아하는 몇가지 속을 얹어 김으로 말아내 먹기에 알맞은 길이로 썬 것은 Sushi가 아니고 “김밥(Gimbap)”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꿀 물이 흐르는 호떡은 Hottuck으로 그리고 우리의 또 다른 Snack인 번데기는(Slik worm pupa 대신에) Bundaegi... 식으로 우리 고유의 음식 이름을 우리말로 제대로 소개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우리의 독특한 가치나 문화는 이미 세계화 되어있는 태권도나 김치처럼 우리말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Hangeul(한글), Hyo(효 孝), Hanbok (한복), Ssireum (씨름) 그리고 K-game인 Yunnori(윷놀이) 등등 생각해 보면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력에 알맞게 우리 말을 통해서도 우리의 문화력을 세계에 넓히는 노력을 꾸준히 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