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페스트였다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보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박기태
채수연
독자기고
EduExperts
이주연
Richard Matson
수필기행

네가 페스트였다니!

0 개 1,465 김지향

15년 전에 나는 어렸을 때의 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언덕 위의 이층집에서 사는 것인데, 딱히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이 집을 산 것은 아니었다. 


하숙을 치기에 적합한 집이었는데, 우연찮게 어렸을 적 꿈이 이뤄진 것뿐이다. 하지만 무리해서 집을 산데다 급하게 사느라 꼼꼼히 알아보지 않은 대가가 무척 컸다.


건물은 문제가 없었다만, 뒷마당의 축대가 무너지고 있었다. 축대를 아예 무너뜨리고 뒷마당의 2/3 이상을 포기하기로 했다. 다시 제대로 축대를 쌓을만한 여력이 안 되니 할 수없는 일이었다. 몰라서 당한 것을 어찌하랴? 이보다 더한 사기를 당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에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폭풍 속의 흔들리는 배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떨 땐, 나무판자들이 사정없이 부서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창처럼 날카로운 나뭇가지들이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는 것 같은 엉뚱한 그림을 연상하기도 했었다.


비바람의 시끄러운 소리와 다르게 창문들을 통해 보이는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다양하면서도 청량하게 들리는 수십 종의 새소리도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모든 것들이 식상해져서 그런지, 밤의 요란한 소리도 낮의 감흥도 점차 줄어들었다.


바람 타고 날아와 잔디밭 끝에 자리를 잡은 나무들도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울타리가 되어버렸다. 그 덕분에 바람 소리가 점점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짙은 분홍빛의 화려한 꽃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와 있었다.


넝쿨 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꽃과 함께 피조아보다 조금 더 길쭉하고 타원형인 초록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는 그 열매가 뭔지 궁금해졌다.


열매 하나를 따다가 칼로 반을 그었더니, 신기하게도 패션푸루트의 속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먹어 보니 시큼한 것이 별 맛이 없었다. 혹시 패션푸루트의 사촌 정도가 되지 않나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예감이 맞는 것 같았다.


f7accf531a12b323faff01d9a90480d0_1615326121_2335.jpg
 

바나나 패션푸루트란다. 초록색의 열매가 다 익으면 노란색으로 변하며,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다가 하루나 이틀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먹으란다. 마침 노란 열매 하나가 땅 위에 누워 있었다. 


하루가 지난 후에 그 열매를 먹어봤는데, 바나나처럼 밍밍한 것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더 해봤더니, 뉴질랜드에서 페스트인 과일나무라고 했다. 웬 페스트?


원산지가 북아메리카 남부와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 북부라고 하는데, 미국과 호주 그리고 하와이에서도 페스트로 여긴단다. 하와이에서는 이것을‘바나나 포카’라고 부르는데, 하와이와 뉴질랜드가 특히 더 피해가 큰 것 같았다.

이 나무를 발견하면 즉시 죽여야 하며, 신고하면 제거를 해주는 지역도 있다고 했다. 마나와투에도 이 나무가 많다고 하던데, 왜 페스트라 했는지 궁금했다.


페스트는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며, 쥐벼룩에 의해 전파 되는 급성 전염병이다. 그런데 페스트가 그 전염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실을 뉴질랜드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인간이 환경을 변화시킨 결과, 인간의 경쟁자로 인식되는 종의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러한 경쟁자들을 페스트라고 한다. 대부분의 좋은 환경적인 변화에 따라 페스트가 되며 이러한 전환은 대개 인간의 활동에 의하여 일어난다. 


퍼슴이 뉴질랜드의 페스트 동물로 대표적인데, 바나나 패션푸루트 역시 인간에 의해서 인간의 경쟁자가 되어버린 식물인 것이다. 페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를 알고 나니 왠지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자신의 도끼로 자신의 발등을 찍은 인간들. 


바나나 패션푸루트를 보면서 마약이 떠올랐다. 가장 폭 넓게 사용 되는 마약은 모르핀으로 양귀비의 유즙인 아편에서 얻는 천연물질이다. 천연 마약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쾌감을 주는 약물로 사용이 되어 왔다. 


병원에서 의약품으로 유통성이 인정되었지만, 이로 인해 약품 남용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마약의 쾌감에 중독이 되어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어쩌다가 마약에 중독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그들을 마약 중독자로 만든 계기가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는 오래 전부터 마약 때문에 골치를 앓아왔다고 한다. 많은 면으로 청정국가인 뉴질랜드가 왜 유독 세계에서 마약 중독자가 가장 많은 나라들 중에 하나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작년에 마리화나와 안락사 합법 투표 결과 마리화나 합법화는 무산이 되었고, 안락사는 합법화가 되었다. 


나도 투표를 하여 마리화나 불법에 동참을 했다. 마리화나는 마약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마리화나 역시 페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바나나 패션푸루트. 이 녀석에게 매우 미안한 일이다만, 우리 정원과 나무의 평화를 위하여 더 나아가서 뉴질랜드의 자연을 위하여 내 눈에 띈 이 녀석을 퇴치할 예정이다. 


만약 집의 정원에서나 산책길에서 바나나 패션푸루트를 발견한다면 각자 사는 곳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퇴치해 주면 좋을 거 같다.


내가 그동안 페스트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었다. 그저 안일한 의식으로 살아가다 보니, 페스트를 알아 볼 수 있는 식견이 좁았었다. 앞으로 적어도 페스트를 구별할 줄 아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날자! 날자! 날자꾸나!!!

댓글 0 | 조회 1,236 | 2021.03.24
치매가 온 아버지는 요양원에 들어가셨다. 당신께서 치매란 사실을 전혀 모르시는 아버지께서는 요양원에서 청일점으로 호강을 단단히 하신다고 들었다.나는 매주 아버지와… 더보기

바다뱀과 지빠귀부리왕 5편

댓글 0 | 조회 1,356 | 2021.03.24
상대를 길들이는 방법공주의 오만함 역시 족장의 딸 못지않다. 왕인 아버지조차 딸의 철없는 행동을 고쳐주지 못하고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마지막 장면에서 왕… 더보기

시리아 내전, 잃어버린 10년

댓글 0 | 조회 1,552 | 2021.03.24
2011년 3월 15일에 발발한 시리아 내전,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우리가 뉴스로 자주 접한 시리아 분쟁, 그동안의 피해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지 … 더보기

한국인의 독특한 재테크

댓글 0 | 조회 2,247 | 2021.03.24
한국 사람들의 유별난‘명품 사랑’은 매우 유명하다. 남들의 이목을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웃과 주변인물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한 데다, 여기에… 더보기

아버지의 바다

댓글 0 | 조회 1,255 | 2021.03.24
등대 아래 방파제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눈앞에서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다. 파도는 무슨 사연이 저리 많은지 금세 모든 이야기를 다 해줄 듯 다가왔다 사라진다.… 더보기

내 신은 어디에

댓글 0 | 조회 1,474 | 2021.03.24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아이들과의 첫 수업시간을 마친 후 왁자지껄 함께 어울려 공부방 밖으로 막 나서려던 찰라 였다.“아뿔싸!”새로 산지 얼마 되지 않아 흙이라… 더보기

색동 꼬까옷에 신들렸네 “DO DREAM”

댓글 0 | 조회 1,436 | 2021.03.24
지난 2월 마지막 주 토요일 아침이었다.특별한 일탈을 꿈꾸며 무던히도 가슴졸였었는데 그 기다리던 날이 무사히 밝아왔다.(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가슴을 쓸어내리… 더보기

뒤늦은 깨달음

댓글 0 | 조회 1,222 | 2021.03.24
하나님은 내게좋은 시력은 주셨지만멋진 목소리는 주지 않으셨습니다세상을 향해주님의 소리만 내라는 것이었습니다어느 정도의 키는 주셨지만곧은 다리는 안 주셨습니다주님과… 더보기

변종 바이러스

댓글 0 | 조회 1,262 | 2021.03.24
그땐 컴퓨터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옮고 그 백신이 알약이나 주사약인 줄로 알았다. 요즈음, 호흡기로 옮는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 조직에도 붙고 사회에도 번진다는… 더보기

템플스테이, 그 ‘일탈적 체험’이 주는 행복에 대하여 (2)

댓글 0 | 조회 1,180 | 2021.03.23
템플스테이의 정수, 일탈적 체험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체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첫째, 템플스테이 체험요인 중 핵심은 현실을 벗어… 더보기

오타고의 숨은 명소. St. Bathans의 블루 레이크

댓글 0 | 조회 1,295 | 2021.03.23
St. Bathans Blue Lake는 퀸스타운에서 오타고 지방의 더니든을 향해서 가는 85번 도로에서20분가량 더 안쪽으로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숨어 있는 비… 더보기

예쁜일자 어깨 라인 만들기

댓글 0 | 조회 1,344 | 2021.03.23
아이돌도 따라한다는 하루10분 슬림한 팔, 예쁜일자 어깨 라인 만들기“전 목 디스크가 있어서 스트레칭하기도 두려워요”“평소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주 목이 뻐… 더보기

기대하던 영화 ‘미나리’를 봤다

댓글 0 | 조회 1,937 | 2021.03.23
■ 오 길영 충남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기대하던 영화 ‘미나리’를 봤다. 단상을 적는다.- 먼저 간단한 줄거리.“낯선 미국에서 병아리를 감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 더보기

너무 예민하신가요?

댓글 0 | 조회 1,643 | 2021.03.23
흔히들 말한다. “저는 예민한 성격이라 매사가 힘들어요”라고. 그런데 성격이 예민하다는 표현은 틀렸다. “저는 예민한 편이에요”라고 말한다면 틀리지 않았으나 성격… 더보기

디셈보의 파워 증가 비밀 분석(사견)

댓글 0 | 조회 1,968 | 2021.03.23
Bryson James Aldrich DeChambeau 는 한국에서 디셈보로 불리운다. 1993년 9월16일 생으로 185cm에 111kg의 체형이다.16 세에… 더보기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의무 접종

댓글 0 | 조회 2,529 | 2021.03.23
의료종사자, 자가격리 호텔 직원, 65세 이상 등 사망 위험성이 높거나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 백신을 접종하고… 더보기

사랑을 실천하며 사랑을 전하는 자로 살아가다

댓글 0 | 조회 1,576 | 2021.03.23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제 이름은 김채연 이고요, 지금 Westlake Girls 학교에 재학중인 Year13 학생입니다.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더보기

직장에서 이상적인 사람

댓글 0 | 조회 1,460 | 2021.03.23
직장에서 원하는 사람은 대게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하는데, 첫째는 능력, 다음에는 노력, 그리고 대인관계 이런 순서입니다.능력이 있는데 노력도 하고 게다가 대인관계… 더보기

‘미나리’ 이야기

댓글 0 | 조회 1,797 | 2021.03.20
<미나리>는 피를 맑게 해 주는 식품으로 옛날부터 귀히 여겨 궁중에 진상하였다. 특히 경북 청도군 청도읍 남산과 화악산 계곡을 따라 이루어진 한재마을의… 더보기

나의 젊은날의 초상 2부

댓글 0 | 조회 2,235 | 2021.03.20
그의 제안을 외면하려 작정하고 헤어졌지만 집으로 돌아와 며칠밤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고민과 갈등에 휩싸였다.곧 졸업을 하고 사회에 발을 디딜 준비를 해야할 시… 더보기

백일몽

댓글 0 | 조회 1,383 | 2021.03.10
■ 반 숙자과수원 농지를 물색하러 다녔다. 지구는 오염돼 있고 인구 폭발로 마땅한 대지가 없어 고심하다가 너르디넓은 태평양 상공에 몇 필지를 구했다. 우선 여기서… 더보기

생일 저녁상

댓글 0 | 조회 1,635 | 2021.03.10
잡채 갈비 미역국 기본에생일날 제일 먹고 싶은 게 뭐냐고아내가 묻습니다무엇이든지 해주겠냐고무엇이든지 해주겠다고다짐받고서 얘기했습니다잡채 갈비 미역국 다 빼고떡볶기… 더보기

락다운 vs. 야근

댓글 0 | 조회 2,510 | 2021.03.10
친구를 통해 뉴질랜드는 또다시 락다운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신이 락다운 기간에 집에서 한 요리 사진을 보내준다. 그 후에는 집에서 갇혀(… 더보기

여기서 선계를 이루어야

댓글 0 | 조회 1,761 | 2021.03.10
매일 저녁 하루의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나를 드러내려고 했는가? 남을 깔아뭉개려고 했는가?” 그런 것을 점검해 주십시오. 소리 없이 남의 결점을… 더보기

리커넥트, 함께 고민하고 함께 참여하는 사회단체

댓글 0 | 조회 1,654 | 2021.03.10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조현승이라고 합니다. 23살이고, Civil Engineering with Honours를 졸업했습니다.뉴질랜드에서 어떻게 자라났는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