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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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은 어디에

0 개 1,603 이익형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아이들과의 첫 수업시간을 마친 후 왁자지껄 함께 어울려 공부방 밖으로 막 나서려던 찰라 였다. 


“아뿔싸!” 


새로 산지 얼마 되지 않아 흙이라도 튈세라 걸음마저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던 내 운동화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다른 아이들 신발에 섞여 안보이겠거니 했던 마음도 외부 신발장과 발판 아래까지 뒤져 본 후에야 비로서 그 ‘사라짐’이 인정되고 말았다. 


“이곳에 들어 오실 때는 꼭 신발을 안쪽 신발장에 두셔야 합니다.”


두 주전 인사차 처음 이곳 월곡동 공부방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그곳을 맡아 운영하셨던 수녀님 중 한 분이 내게 당부했던 말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신을 채 벗기도 전, 환영 인사 대신 들려온 이 경고는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고서도 얼마나 많은 신발이 이곳에서 사라졌을까 짐작하고 남음이 있었다. 달동네 아이들이 유일하게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보호받고 뒤처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이 곳에서 들려진 당부를 무시한 대가는 꽤나 혹독 했다. 


신발장 구석에 짝이 맞지 않은 채로 구겨져있던 슬리퍼를 겨우 발에 이겨 넣고 동네 꼬마들 보다 훨씬 형편 없는 실력으로 골목 축구를 하면서도 나는 수녀님의 경고를 일찍이 새겨놓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이런 쓰린 내 맘을 알아채지 못했는지 그나마 발에 붙어 있어야 할 슬리퍼는 자꾸만 벗겨지려 안간힘을 쓰고, 그 벗겨짐의 민망함을 막아보려 버둥거리는 내 발가락들은 여지없이 그 싸움에서 패하고 만다. 그리고 그때면 어김없이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터져 나온다. 


물론 그 아이들은 날아가는 슬리퍼를 떠나 보낸 바둥거리는 발가락의 모양이 우스워 배꼽을 잡았겠지만, 함께 웃는 나에겐 


“그러게 신발을 바깥에 두면 어떻 해… 하하하”


“없어지는게 당연하지… 낄낄낄”


같은 자조 섞인 웃음이 섞여 있었다. 


얼뜨기 선생님의 잃어버린 신발과 그를 대신한 슬리퍼의 기억은 아마도 그 선생님보다는 오랜 시간 그 골목 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남아 떠다녔을지 모른다. 


25년 전 한 청년이 무턱대고 찾아간 어느 달동네 공부방의 시작은 그렇게 어느 동네 골목의 웃음으로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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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진은 성북 마을 아카이브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archive.sb.go.kr/isbcc/home/u/story/view/840.do;jsessionid=66A36DC44FA9A86B558BDF61322525BE


가난의 일상은 때때로 이와 같이 우습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현실을 우리에게 선보이곤 한다. 가난이 일상이 된 삶에서 자신의 부족을 메우려는 절박함은 때로 이와 같은 사소한 범죄의 고리를 따라 움직이곤 한다. 그리곤 너무 안타깝게도 다시 그 고리를 일상화 시킨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탓할 수 없었다. 어느 누구도 (때로는 부모 조차도) 돌보아 주지 못하는 그 여린 삶의 상처들에 또 다른 윽박으로 그 치유를 막아 설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들게 달려보지만 끝없이 되풀이되는 어른들의 좌절은 고스란히 그 아이들에 대한 억압과 폭력으로 매듭지어지곤 한다. 


이렇게 너무 일찍 삶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가슴에 남은 깊은 상처가 그리 쉽게 가려질 것이란 기대는 애초부터 만무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도하는 것은 그 상처가 아물기를…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아물어 비록 커다란 흉터 하나 자신의 삶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 이상 아파하지 않기를 나는 그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도한다. 


이제는 곧 터져버릴 듯 아슬한 슬리퍼를 신고 동네 어귀를 내려오는 동안 내내 나는 이 가파른 등성이를 차라리 원망해야 했다. 아주 오랫동안. 


(이 글은 현재는 사라진 1990년대 후반 서울 성북구 월곡동 달동네를 배경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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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interest.nz/pin/849139704714775377/ (성북 마을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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