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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는 문화를 가진 나라들이 많은데 한국도 그 중 하나이고 그래서 인지 가족안에서도 건강하게 죽음에 대해 깊게 얘기를 나눈다거나 심지어 오랜 기간 슬퍼하는 사람들에게도 관대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살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는 것 조차 무서워하고 거부감을 보이며 심지어 자살에 대한 얘기를 꺼내서 상대에게 자살에 대한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는 두려움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가족안에 내 자녀가 죽음에 대해 언급할 때 회피하고 십대들에게는 오히려 일반화하면서 너 때는 다 그래 라고 응답하기도 합니다.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늘 전조 중상을 보이고 죽음에 대한 언급을 종종 하게 되는데 그것은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는 그리고 나를 도와달라는 호소입니다. 요즘은 소셜미디어에도 그런 표현들을 하기도 하는데 종종 그것을 주의를 끌려는 행동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그것이 주의를 끌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 또한 그 사람에게는 무언가 도움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문제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것 조차 소홀히 여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십대인 청소년들이 죽음에 대해 언급할 때 그런 얘기 하는 게 아냐 라고 화를 내거나 혹은 무시함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무엇이 그런 마음을 들게 했는지 물어보고 도움을 주려는 시도를 하고 전문가들에게 지원을 청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예전과 달리 뉴스에서 자살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 않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소식을 모르거나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얘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이번 해만 해도 많은 십대 청소년들이 자살했고 충격적인 것은 그 나이대가 점점 어려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뉴스를 듣고 말을 잃고 마음이 답답해짐을 느끼며 한동안 심정을 추스리기가 어려웠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어린 나이에 죽음을 선택하게 할 만큼 고통스러웠을 까?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 까? 하는 마음에 절로 괴로워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뭔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마음의 고통이 생을 끝내고 싶다는 충동을 갖게 하지만 종종 내가 고통을 호소할 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으로 인해 상처받고 오히려 더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게 되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쌓여가면서 무기력감과 끝이 없을 것 같은 암울함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합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은 자신의 삶을 부모에게 의지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데 그 고통의 출발이 부모라면 그들이 느끼는 아픔은 삶 자체를 통째로 뒤흔드는 수준의 것이라 짐작해봅니다.
부모는 영원한 갑이고 자녀는 을이라는 어떤 아동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부모라 해도 자녀들은 불안감을 느끼며 삽니다. 그 불안감은 나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부모의 눈빛과 말 한마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들입니다. 자녀를 데리고 상담을 오는 부모와 가족 상담을 하다보면 자녀는 해바라기처럼 부모를 바라보고 있고 부모는 온갖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녀가 말을 간신히 떼어서 몇 마디를 하면 바로 낚아채서 부모의 언어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래야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에 의도가 없이 하게 되지만 가정안에서도 늘 일어나는 행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는 부모의 부정적인 시선에 마음이 흔들리고 심장안에 폭풍이 붑니다. 버둥거려보지만 부모는 얼른 폭풍속을 스스로 걸어나오라 하고 그래야 강한 것이고 인생은 원래 그렇다고 합니다. 그 폭풍이 자녀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문제를 만든 자가 문제를 해결하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얼른 공부 열심히하고 예의바르고 휴대폰이나 게임도 적절히 조절하며 할 줄 알고 미래에 대한 꿈도 있으며 목표가 있어서 그것을 향해 뛰어가는 자녀가 되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폭풍 가운데 간신히 버티며 서있던 자녀는 외롭고 앞이 보이지 않고 두렵고 춥고 아파서 주저앉게 되는 것입니다. 푹풍이 그들을 삼킨 것입니다.
오늘 생각해보세요. 내 자녀는 나에게서 무엇을 바랄까? 나는 내 자녀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가? 전쟁 같은 하루가 나와 내 자녀에게 과연 필요한 가? 밥 한끼 웃으며 먹으며 건강하게 살아가며 서로를 오래 마주보고 살아가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을 까? 단순하지만 명료한 그 행복을 내 자녀와 누리며 살아갈 수 없을 까? 그것을 알게 해서 그들도 자족할 줄 알아서 자신의 행복은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찾아가도록 할 수 없을 까? 그런데 그들은 그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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